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플라노 건축사사무소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부부는 집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구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방 한구석 아늑한 자리라는 뜻의 ‘누크nook’라는 단어를 따다 붙인 ‘누크 하우스’에서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그릴 수 있는 시절을 보내길 바랐다. 이 집은 땅과 사용자에게 맞는 공간을 계획하면서도 틈틈이 재미난 구석을 만들어 내려고 고민한 프로젝트이다.
대지는 서쪽으로는 4m 아래 도로까지 석축 옹벽이 있었고, 남쪽으로는 단지 내 주차장 부지가 있었다. 마당의 배치는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북쪽 출입구 옆으로 계획했다. 북서향 마당은 남측 매스를 단층으로 계획함으로써 남향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했다.
마당은 거실과 연계해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는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주된 활동 공간인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을 마당과 연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이를 염두에 두어 삼각형의 마당은 거실-다이닝룸-주방이 하나로 묶이는 대공간과 연결해 아이들이 안팎으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장으로 만들었다.
2층 복도에는 아이들을 위한 ‘리딩 누크reading nook(책 읽는 구석)’을 곳곳에 계획했다. 일반적인 복도 너비보다 넓은 복도를 계획하고 복도와 실 사이에 켜를 두어 사이 공간을 만들었다. 복도의 켜 공간은 수납공간이 되기도 하고, 평상 또는 책상이 되기도 하고 방으로, 계단실로, 화장실로 가는 관문이 되기도 한다. 복도는 방과 방을 잇는 통로 이상의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고심했던 부부의 바람으로 출발한 이 집에서 아이들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과 잠시 떨어져 책을 읽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꿈을 키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