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서가건축
대지의 고저차는 20m에 달했다. 세 개 레벨로 평탄화 공사로 완료된 탓에 땅의 원형은 이미 지워진 상황이었다. 소나무가 가득하고 아름다운 산세와 인접한 땅이나, 높은 보강토 옹벽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터에 어떻게 전원의 풍경을 다시 들일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60대 부부는 노후를 보낼 전원주택과 자녀가 운영하는 도예공방을 의뢰했다. 노년의 삶을 담는 집이기에 앞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어떤 공간이 담길지 고민하며 설계를 진행했다. 서울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자녀는 여러 이유로 좁은 작업실에 불만을 느꼈다. 교외의 너른 작업실을 바라며 비어 있지만 그만큼 잘 채워질 가능성을 꿈꿨다.
배치
길과 맞닿은 부분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미 조성돼 있었다. 대지에서 가장 높은 데 올라서면 춘천 시내가 광활히 펼쳐진다. 좋은 경관을 가진 좋은 터이나 삼각형이라 다루기 쉽지 않았다. 크게 두 개의 축에 기대어 배치를 계획했다. 한 축은 도시 풍경이 펼쳐지는 경관 축이고, 다른 한 축은 삼각형의 땅을 선형으로 길게 유용할 수 있는 축이다. 이로써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 구성이 결정됐다.
큰 볼륨을 요하는 공방은 다른 배치 전략이 필요했다. 단순한 매스로 계획하되 주택과 연속되고 적당한 시각적 차단이 필요했다. 이에 주택 축과 어긋나도록 배치해 시각적으로 독립된 외부 공간을 만들고 주택의 프라이버시도 확보했다.
경사 지붕
배치와 더불어 매스의 분절, 경사 지붕을 통해 여러 표정을 가진 집을 계획했다. 경사 지붕은 외형뿐 아니라 내부 공간감에 있어서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가족이 주로 모이는 주방이 특별한 공간감을 갖도록 계획해 집의 구심점으로 역할하도록 했다.
공방은 장 스펜의 공간으로 경사 지붕에 더해 구조적 장치가 필요했다. 구조 부재 자체가 심미적 역할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얇은 보를 촘촘히 배치해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특별한 공간감을 꾀했다.
재료
외벽 재료는 독일산 외단열 시스템을 사용하되 문양과 색상을 고민했다. 그 끝에 선택한 세로 방향의 텍스처는 시간에 따라 빛에 다르게 반응하며 시시각각 집의 표정을 다르게 만든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건축물의 외형은 단일한 외벽 재료로 통일하여 전체를 아우르는 질서를 마련했다. 다만 담장과 처마 등의 외부 요소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외단열 시스템과 대비되며 시각적 긴장감을 부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