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시은 학생인턴 글 & 자료. 에이라운드 건축 A Round Architects
오래된 동네에서 새롭게 지어질 건물은 이전과 어떤 접점을 가지고 연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주변 건물들이 하나씩 새롭게 들어서면서 동네는 새로운 분위기로 바뀐다. 우리는 가능한 기존 건물에서 연결시킬 매개를 찾으면서 시작했다. 기존 건물은 어떻게 도로에서 진입하고 주차나 담장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건물의 외장 재료가 주는 분위기는 어떤지, 지붕의 형상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이전 집 주인이 가꾸던 정원과 식물들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등의 내용들을 다시 새로운 건물에 은유화하면서 설계를 진행했다.
1층은 건축주가 사용하는 디자인 사무실로, 2층과 3층은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 건축주가 살게 될 4, 5층은 단독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실과 주택에 사용할 기존 가구와 집기들은 계획 단계에서 배치와 재료 선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능한 기존 가구들이 새로운 공간에 들어와도 밀착된 공간과 가구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조율해 갔다.
각층의 근린생활시설은 하나의 큰 공간보다는 기능적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면서 건물의 중앙에 계단이 위치하게 되었고 그 계단과 복도는 외부에서 진입하게 될 때 공간적 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특징적인 공간을 부여하고 싶었다. 복도와 계단은 단순한 코어 방식보다는 좀 더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동선을 계획하였고 마지막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외부화하여 일하는 공간과 주택을 분리하도록 계획하였다.
건축주의 성향을 고려해 건물은 창을 줄여 폐쇄적이며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하였는데, 기존 건물의 화강석 석재 쌓기의 이미지를 연결하여 어두우면서 질감이 있는 적층의 스플릿 벽돌을 제작해 사용하였다. 외부에서 읽히는 단단함은 내부의 따뜻한 빛과 대비가 되어 더욱 온기가 느껴진다. 기후에 따라 습기를 머금기도 하고 빛에 따라 질감이 강조되기도 하면서 건물의 인상은 적극적으로 시간에 반응한다.
4,5층의 주택에서는 박공지붕의 고측 창을 통해 유입되는 빛이 3개 층을 관통한다. 그 빛은 때로는 북쪽의 어둠을 밀어내기도 하고 정적인 내부를 활기차게 유도하기도 한다. 옥상의 테라스는 외부 공기와 맞닿아 식물들을 키울 수 있는 휴식공간의 기능을 한다.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기존 건물이 사라지고,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 앞으로의 시간 동안 동네의 이미지를 바꿔 나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