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리슈 건축사사무소 RiCHUE
흐르는 강변, 시간이 머무는 집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온전히 간직하고자 기존 주택을 대수선하여 어머니를 위한 집으로 고쳤다. 여기에 자녀 세대가 거주할 별동을 남한강의 흐름과 나란히 증축하여, ‘기억’이라는 시간성이 머무르는 공간을 완성했다.


옛집과 새집의 배치
북동쪽으로 남한강이 흐르고 강변을 주향(主向)*으로 삼아 들어선 기존 주택은 건축주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온전히 서린 공간이자, 현재 어머니가 삶을 이어가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가족 수와 변화하는 삶의 방식, 구조물의 노후화로 인해 증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주향(主向): 건물의 거실이나 안방 등 주요 공간이 바라보는 주된 방향. 시백당의 주향은 남한강을 바라보는 북동향이다.



우리는 옛집과 새집의 공존 관계를 모색했다. 옛집이 가진 기능적 단점(채광, 단열, 조망)은 개선하되, 기존의 삶의 패턴(진입 방식, 주 생활 영역인 1층, 방 구성, 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새집의 배치를 고민했다. 새집은 기존 대문을 사이에 두고 강변의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나란히 배치된다. 대문을 지나 마당 안쪽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각각의 현관이 나뉘는 구조다.
옛집의 매스 스케일²과 1층 마당 중심의 삶을 고려하여, 새집은 주 생활 영역을 2층으로 띄우고 매스를 분절한 ‘ㄷ’자 형태로 계획했다. ‘ㄷ’자 배치의 한 변은 옛집의 축에 맞춰 비스듬히 다듬었으며, 1층에 새롭게 더해진 작은 사랑채가 두 집 사이의 관계를 유연하게 조율한다. 이로써 옛집과 새집은 서로 섞여 들며 새로운 혼성의 관계를 시작한다.


옛 마당과 새 마당의 풍경
남동쪽으로 길게 뻗은 1층의 옛 마당은 새집이 들어서면서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대문을 통과해 처음 마주하는 ‘진입 마당’을 중심으로, 좌우에 ‘옛집 마당’과 ‘새집 마당’이 각각 자리하는 구조다. 각 마당은 거주자의 삶과 두 집의 관계에 따라 깊이와 모양, 레벨과 바닥 패턴을 모두 다르게 계획했다. 사비석**으로 마감한 진입 마당은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현관까지 이어지며, 남쪽의 옛 담장과 그 너머 이웃집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끌어안는다.
**사비석: 화강석의 일종이다. 은은하고 따뜻한 노란빛이나 베이지색을 띠는 고급 외장 석재로, 자연스러운 세월의 느낌을 낼 때 애용한다.


한강 쪽을 바라보는 옛집의 마당은 1층 실내 바닥 높이에 맞춰 마당을 돋우어 조성했다. 대가족 모임의 중심 공간인 어머니 집 1층 응접실과 바로 연결되며, 관리가 편한 세라믹 타일로 마감해 안마당의 성격을 부여했다.
반면 새집의 마당은 공중에 띄운 ‘ㄷ’자 배치 덕분에 입체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필로티⁵ 하부에 마련된 작은 사랑채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이 공간은 ‘사랑마당’의 역할을 겸한다. 사랑채는 손주들의 놀이방이나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여기에 기존 옛집 2층의 테라스를 확장하여 새집 2층의 주요 생활 공간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2층 테라스 마당’을 조성했다. 이곳은 한강의 수려한 조망을 누리는 동시에 옛집과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는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된다. 이처럼 과거의 마당과 새로운 마당의 풍경이 중첩되고 그 너머의 한강 풍경까지 겹쳐지면서 풍성한 혼성의 풍경이 완성된다. 이는 붙잡고 싶은 과거의 기억과 흘러가는 현재의 시간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건축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옛 재료와 새 재료의 구축
옛집의 건축 재료는 시간의 차이가 만들어낸 켜를 통해 새집의 재료와 혼성적인 조화를 이룬다. 옛집에 쓰인 자연석 켜쌓기***와 길을 따라 길게 세워진 옛 담장의 붉은 벽돌은, 새집의 현대적인 자재들과 만나 깊이감 있는 세월의 촉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켜쌓기: 돌이나 벽돌을 수평으로 층층이 줄을 맞춰 쌓아 올리는 공법이다. 이 공법으로 쌓은 자연석은 시각적으로 묵직하고 안정적인 시간의 층을 보여준다.
옛집 2층 둘레를 감싸던 테라스와 발코니의 깊이감은 새롭게 더해진 재료의 두께(켜)로 치환되며, 구재료와 신재료가 중첩된 입체적인 입면을 완성한다. 강의 흐름을 따라 수평으로 증축된 새집은 이처럼 옛집의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다. 특히 기존의 붉은 벽돌 담장에 모던한 디자인의 새로운 대문과 주차장 문을 삽입한 시도는, 영화의 ‘플래시백(Flashback)’ 장면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흥미로운 장치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