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에스아이 SIE: Architecture
‘카페 피어라’는 3대가 함께 운영하는 식당과 베이커리 중 베이커리 카페의 상호다. 시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운 며느리는 대를 잇는 한식 요리연구가이며, 제빵을 전공한 딸들이 베이커리와 카페를 운영 중이다.
대상지는 한식당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청보리밭 명소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당진으로 터를 잡은 2대 부부는 오랜 시간 땅을 손수 다듬어 작은 공원처럼 가꿨다. 한식당을 필두로 두 번째의 베이커리에 이은 세 번째 증축으로 베이커리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프로젝트는 3대가 거주할 주택 설계로 시작했으나, 설계 과정 중 카페 증축이 추가됐고 주택은 시공이 보류된 채 카페만 우선 완공됐다. 청보리밭은 대지의 고유한 상징으로 불가침의 영역이라 갑자기 대두된 카페동의 위치를 잡기가 애매했다. 도로 진입부나 주차장의 확보, 대지 전반적으로 걸쳐있는 경사와 언덕, 쉬이 베어버릴 수 없는 오랜 고목들. 게다가 기존 건물들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 동선 등을 모두 고려하니 오십여 평 되는 건물을 앉힐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기존 건축물의 특성이 강해 통일감을 위해서는 새로 지을 건축물이 도드라지면 안 되었다. 따라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청보리밭을 향한 조망을 제공하고 베이커리(2차 증축동)와 원활히 연결하는 것에 설계의 주안점을 두었다. 이에 서쪽 숲으로 이어지는 좁고 긴 언덕에 건물을 배치했다.
벽돌조로 된 기존 건물 두 채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풍긴다. 카페동에는 동일하게 벽돌을 사용하되 최대한 가벼운 구조와 단순한 디자인으로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다. 주 출입구를 중심으로 좌측 매스는 2차 증축동과 유사한 성격의 심플한 벽돌 박스로 디자인하고, 제빵소와 화장실 등의 서비스 시설을 배치했다. 우측 매스는 디자인된 철골조의 매력이 드러나는 카페로 설계했다.
시간이 흘러 주변의 나무와 풀들이 제 모습을 갖추면 가장 나중에 지은 카페의 존재감은 가장 먼저 지워질 것이다. 골강판 지붕은 햇볕과 더불어 무성해진 나뭇잎들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순간의 일렁임을 선사한다. 청보리밭에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곳에 놓인 홀은 차를 마시는 사람만이 돋보이는, 사람의 손을 여전히 타지 않은 장소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