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에스엠엑스엘 건축사사무소 SMxL architects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
남양주 단독주택은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첫 보금자리로 지은 집이다. 대지는 산지 중턱에 가늘고 긴 땅이었다. 이 집은 멀리서 내려다보면 마치 산 속에 자리 잡은 암자나 오두막처럼 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 전원주택단지와 고급 빌라들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집이 지어진 곳의 가까운 풍경은 여전히 울창한 수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고요하고 아늑한 숲이 감싸 안은 것 같이 보인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여느 단독주택에서는 누릴 수 없는 풍경과 고요함이다.

건축주는 단층의 집을 원했다. 또한 미래에 있을 자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방이 세 개 정도면 좋겠다 했다. 가족들만 사용할 수 있는 옥상마당도 원했다. 그러나 단층 구성과 세 개의 방을 확보해달라는 요청사항은 동시에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단층에 세 개의 방을 모두 배치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집을 구성하는 각각의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대안으로 1층에 방 두 개와 거실, 주방, 욕실 등을 여유 있게 배치하고, 하나의 방을 다락 형태로 지붕 아래 두기로 했다. 안락한 다락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붕 형태는 자연스레 박공으로 귀결 되었으며, 옥상 마당을 두기 위해 안방 위는 평지붕으로 계획했다.

이 집은 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공적인 외부 공간, 사적인 외부 공간, 공적인 내부 공간, 사적인 내부 공간이다.
먼저 공적인 외부공간은 도로에서 들어오고 주차를 할 수 있는 진입 마당이다. 집에 들어서기 전 도로와 완충공간 역할을 하면서 주차를 위한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마당 둘레로 높낮이가 다른 콘크리트 담장을 두어 경사진 도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집안 모습을 가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담장은 집터와 도로 영역을 구분하면서 마당을 감싸 안아준다.

진입마당을 지나 현관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서면 공적인 내부공간인 거실이 나온다. 거실은 박공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려 높은 천장고를 확보했다. 수려한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남쪽을 향해 큰 창을 열었고 북측으로도 높은 위치에 창을 두어 뒤편 숲을 볼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맞통풍이 가능해졌다.
개방감을 주기 위해 주방과 나누는 벽을 두지 않아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에는 동측에 배치된 싱크대를 따라 가로로 길게 열린 창을 두고, 남측으로 폴딩도어를 만들었다. 싱크대를 따라 열린 창은 진입마당을 향해 있어 주방에서 집으로 드나드는 사람을 바로 볼 수 있게 했다. 남측으로 열린 폴딩도어는 식사하면서 집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하며, 완전히 개방해 앞에 만들어진 테라스로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춥거나 더운 계절에는 풍경을 담는 병풍이 되고, 열어두기 좋은 날씨에는 내부공간을 바깥으로 확장시켜줄 여지를 만들어준다.
공적인 내부공간인 거실과 주방에서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사적인 외부공간인 테라스가 나온다. 이 테라스는 외부 공간 자체로서 풍경을 가까이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내부공간을 바깥으로 확장시켜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로를 두고 앉을 수 있는 콘크리트 벤치 그리고 나무를 식재할 수 있는 콘크리트 화단을 두어 테라스에도 자체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거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사적인 내부공간이 있다. 현재는 건축주의 취미공간으로 쓰이는 작은 방과 안방이 있다. 두 방도 남측을 향해 크게 열린 창을 두고 있으며 창을 통해 테라스로 나갈 수 있다. 다만 안방에 딸린 욕실은 내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안방과 사이에 욕실만의 작은 중정을 두어 자연을 볼 수 있게 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방과 거실을 연결하는 복도 중간에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미닫이문으로 숨겨둔 이 계단을 통해 올라 가면 다락방이 나온다. 다락방 상부에는 천창을 두어 천장고가 높지 않지만 답답하지 않은 공간감을 갖도록 했으며 낮에는 볕이 충분히 들고 밤에는 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될 수 있게 했다. 또한 거실과 주방을 향해 창을 열어두어 아래층과 언제나 시각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락방 한쪽에는 가족만을 위한 외부공간인 옥상마당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안방 위에 있는 옥상마당은 높은 난간 벽과 액자프레임처럼 열린 개구부를 두어 외부 풍경이 더욱 극적으로 보일 수 있게 했다. 액자 같은 개구부는 마당이나 테라스에서 펼쳐진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게 해준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우면서, 연출한 듯 담긴 풍경을 관망할 수 있는 곳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