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객원 글 & 자료. 유타 건축사사무소 UTAA Company + 솜어소시에이츠 sommm + associates
자연스러운 집
대지는 경남 양산 통도사 근처에 있어 산수가 수려한 경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이어진 능선과 산자락에 파묻힌 바위와 같은 모습이 상상했다. 그리고 앞뒤에 있는 영축산과 정족산의 풍경을 품은 휴식이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도로와 대지의 높낮이 차이로 지하와 선큰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대문으로 진입해 선큰으로 들어오면 외부에서 느꼈던 지붕선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선큰 공간은 시시각각 햇빛이 다른 방향으로 쏟아져 다양한 장면이 연출된다. 볕이 내리는 마당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통해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간으로부터 환대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양한 볼륨감을 경험하는 것
건물은 3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각각 거실, 다이닝, 주방로 구성된 공간, 개인실이 위치한 공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공간을 이어주는 계단실 공간이다.
LDK(Living Room, Dining Room, Kitchen)는 하나의 공간으로 삼면을 전면 유리창으로 만들었다. 유리창을 통해 가까이는 마당을, 멀리 산자락 풍경까지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동서방향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어 앞마당, 옆마당, 진입 마당으로의 접근성이 높아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의 지붕선으로 연장시켜 주방이 있는 위치가 세로로 긴 수납장이 설치되어 있는 등 천정 높이가 가장 높고, 중간 높이의 다이닝 공간을 지나 소파에 앉았을 때 가장 아늑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계단실은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을 잇는 수평 동선과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수직 동선이 만나는 공간이다. 1층부터 2층까지 오픈된 높은 층고를 가지고 있어 현관을 통해 공간 내부로 들어왔을 때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또한 손님을 위한 화장실이 위치해 있다.
마지막 매스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안방, 작은방이 자리해 있다.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방이다. 특징이 있다면, 일반적인 사각의 창이 아닌 긴 띠창으로 계획해 각 방에서도 파노라마로 경관을 느낄 수 있다.
느긋하게 머무는 집
건축주는 노년의 즐거운 삶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길 공간을 지하에 마련하길 원했다. 독립된 제2의 집이 놀이터가 된 셈이다. 곧게 뻗은 대나무 정원이 반겨주는 선큰 공간은 놀이터의 마당이다. 낮에는 정족산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 오고, 밤에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담고 있다. 이를 마주보고 당구장과 노래방이 위치해 있는데, 지인들과 오가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마당에 아무렇게 앉아, 별을 보며 노곤한 몸을 쉬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생활공간과는 떨어져 있어 소음 걱정이 없고, 별도로 작은 화장실을 마련해 1층으로 올라갈 필요도 없다. 건축주의 바람대로 느긋하게 머무는 집, 유유정에서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