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소을 건축사사무소
한창 뛰어놀 나이의 남자아이와 반려동물들과 함께 양평에 자리를 잡았던 젊은 부부는 가족과 반려동물들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짓기로 했다. 원하는 집은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면서 좋아하는 조경을 직접 가꿀 수 있는 집이었다. 집을 짓기 위해 찾은 대지는 양평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단독주택 단지 끝자락 능선에 위치한 전망 좋은 곳이었다.
의욕적으로 주변에 있는 건축하는 곳을 찾아갔지만, 첫 단추는 순탄하지 않았다. 신축을 위해 계약했던 시공사와 건물을 계획하고 지하 주차장까지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건물계획 구상 단계에서 소통에 문제를 느끼고 원하는 집이 지어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결국 새로운 건축사사무소와 다시 설계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계획을 할 때 가장 유념했던 사항들은 이미 조성된 주변 건물들과 지하 주차장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요청사항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도로와 맞닿은 북측과 동서측은 벽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막고, 기능적으로 필요한 창은 입면과 평면의 ‘틈’ 안에 제한되도록 계획했다. 또한 일부 기능을 2층에 배치해 남향의 넓은 마당과 곳곳에 포켓 정원을 계획했다.
북향으로 진입하는 집의 장점은 주요실들을 남향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거실, 주방, 침실, 작업실, 복도 등 최대한 많은 곳에 건강한 남향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큰 창호를 설치하고 처마를 계획했다.
지상층은 중정과 복도를 중심으로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으로 나눠진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복도는 중정까지 통과하는 남향 빛을 끌어들이고, 단순한 동선이 아닌 내외부 공간이 중첩되며, 다양한 방향에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하루 중 가장 오랫동안 머물고 조망이 필요한 공용공간은 주변 건물들 사이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고, 주방과 거실 공간 사이의 단 차이를 통해 공간의 위계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주방은 아일랜드만 노출되어 있고 지저분해질 수 있는 개수대와 소형가전, 냉장고 등은 보조 주방에 배치했다. 주방 옆 계단실은 덧문을 달아 닫으면 방처럼 쓸 수 있도록 계획했다.
2층은 침실, 화장실, 외부 베란다 공간으로 구성됐다. 부부의 작업실은 향후 자녀가 자라면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기 위함이다. 침실영역으로는 남쪽에 있는 부부침실과 북쪽의 방으로, 방과 방 사이에 충분한 크기의 화장실과 세탁실을 같은 공간에 배치했다. 자녀의 방은 건물의 틈이 만들어 낸 중정을 바라보는 창호를 계획해 개방감은 느끼되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했다. 또한 방을 여유 있게 사용하기 위해 방 대신 복도 신발장 공간에 붙박이장을 배치했다.

다양한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마을에서 겉모습은 단단하고 우직해보이지만 건물안은 따뜻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