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소하건축사사무소
강아지와 부부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한 대지 위에서 각자 살기 위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부부는 마당에서 편히 뛰어노는 반려견들을 지켜보기 위해 아래 두 층을 쓰고, 어머니는 멀리 푸른 공원이 보이는 3층을 쓰기로 했다.
‘수오재’의 건축주는 화려하기보다 정돈되고 담백한 집을 원했다. 특히 가로와 면한 부분이 차분하길 바랐다. 가로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1층 입면을 붉은 벽돌로 구성하되 안쪽으로 밀어두고, 위층을 단순한 형태의 외피로 감쌌다. 벽돌 매스의 색감과 깊이감은 단순한 입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외부 계단을 감싸며 캔틸래버식으로 돌출된 흰 매스는 간결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주차 시 비를 피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도 한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며 충분한 빛을 받도록 남향에 마당을 ‘ㄴ’자로 감싸는 배치를 택했다. 작업실과 주방, 거실 등 각각의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되 모든 공간에서 하나의 마당을 바라보도록 했다. 남향의 빛으로 밝은 작업실 안쪽에는 좁은 오픈 공간과 고측창을 두었다. 작업실이라는 하나의 넓은 공간에서 밝음과 어두움이 섞이면서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되도록 의도한 것이다.
1층의 주방 공간은 2층까지 오픈되어 실내에 개방감을 선사하고 2층의 개인 공간과 수직적으로 연계된다. 여기에 마당을 바라보는 큰 창을 더해 수평적으로도 확장되는 효과를 꾀했다. 내부 계단실 앞에는 세로로 긴 창이 있어 복도를 지나면서도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다. 상부 곳곳에 천창을 둔 덕분에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밝다.
부부와 어머니가 서로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3층은 외부 계단을 통해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3층까지 이어지는 외부 계단은 좁고 길지만 외벽에 틈을 내어 빛이 들어오고 앞뒤로 바람이 통하게 했다.
수오재가 품은 여러 개의 틈은 집 안팎 곳곳으로 빛을 들이고, 바람을 불러오며, 시선이 마주치게 만든다. 단순한 외피로 인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집이 좀 더 풍요로워지기를, 나아가 하루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