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에스와이에이 건축사사무소
벽사헌은 무용실 공간이 주택의 가장 높은 위치에 상징적으로 배치되어 결합된 독특한 프로젝트이다. 벽사헌의 위치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못골마을로 푸르름으로 둘러싸여 있는 주택 단지이다. 대지 바로 정면에는 못골공원이 위치하고 후면에는 대모산이 둘러있어 무용실에 서 있으면 도심지의 주거단지가 아닌 마치 자연 속 누각에 놀러 와 바람과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건축주는 아버지를 이어 벽사류의 춤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족 모두 무용 전공이기에 일반적 거주환경을 고려한 주거 공간의 배치와 다른 내용의 공간 수용이 가능한 작업이었다.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건축주의 공연과 무용가들과의 교류로 인해 벽사춤에 조금 다가가게 되었다. 신과의 대화와 학춤과 같은 오묘한 분위기, 그리고 하얀색 고깔을 쓴 승무의 독특한 춤선은 남도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나는 춤선과 달랐다. 건축주는 절제되고 절도 있는 기준을 잡고 있었다. 건축주의 정제된 춤선을 건물에 담백하게 담아내려 했다.
지하층의 주방과 다이닝룸은 3세대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들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외부와 내부의 시선이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어 어디서든 세 명의 아이를 찾을 수 있다. 북쪽으로 부부의 침실과 생활 공간이 있고, 서쪽에는 차를 좋아하는 건축주를 위한, 유리를 통해 볼 수 있는 넓은 주차 공간이 있다.
지상층에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어머님의 별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세 명의 아들을 위한 각각의 방이 구성되어 있다. 공원 방향인 남쪽에 위치된 거실과 아래층의 열린 다이닝 공간은 내외부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교차되도록 설계됐다. 낮게 내려져서 생긴 거실의 공간 높이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프라이버시 역할과 동시에 아늑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2층에 위치한 무용실은 오롯이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식적인 요소들을 배제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시선을 거르는 필터의 역할과 차양재로, 발과 유사한 패턴의 메탈 패브릭을 사용했다. 프라이버시와 빛에 반사되는 질감과 함께 공간과 재료의 전통적 요소를 모던하게 담아내려 했다. 내부에서 보이는 밖의 풍광으로, 전면의 위치한 못골공원 방향으로 열려있는 장면들을 그대로 담았다. 돌출된 수평 슬라브는 차양의 기능이자 무용실을 누각 마루 위의 모습으로 연출하는 요소이다.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천창과 발코니로 인해, 무용실로 바로 연결되는 외부 계단은 사용성을 제공하며, 시선과 동선을 모두 연결해 주는 매개가 된다. 무용실로 진입하는 시퀀스와 전면 유리로 구성된 무용실 공간의 후면부는 숲속 안에 있는 공간감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