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지연 글 & 자료. 바드건축사사무소 vaadd.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강이 보이거나 강남3구여야만 고급 빌라가 지어질 수 있는 걸까. 빌라시장에 새로운 가치와 차별화된 기준을 제시할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안고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변화의 시작, 건축주의 진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주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돈은 못 벌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 어디와 견주어도 제일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이 건물을 시작으로 더 좋은 동네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런 건축주의 가치관이 빌라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성공시켜 차별화된 공간을 가진 빌라는 주거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바라는 것
토지를 상속 받은 건축주는 부동산 개발이 처음이기에 자금 조달에서부터 시공 관리, 민원 처리 등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건축주에게는 건축 전체 과정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소규모 건축 프로젝트에서는 총괄디렉터의 역할을 설계사가 수행할 수 있을 때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안정적인 준공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우리는 건축주의 흔들림 없는 신뢰 위에 우리의 전문성, 책임감이 더해졌고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치 있는 빌라 만들기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빌라는 거주 환경이 좋지 않아 아파트의 차선책으로 고려된다. 얼핏 보면 주거 밀집지역 내 빌라 설계는 제약 사항이 많아 불편한 주차 형식, 채광 및 조망 문제, 좁은 공간 구성 등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단점을 극복하면 안목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차별화된 거주 공간을 만들 수 있고, 희소성 있는 빌라는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우리는 가치 있는 빌라를 만들기 위해 주차 형식부터 개선했다. 넉넉하지 않은 면적의 대지에도 불구하고 연접주차가 없는 주차장을 만들고 세대당 1대의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창호 배치와 높은 천정고, 순환 동선, 실생활을 고려한 수납공간 설계 등을 통해 주거공간을 차별화 했다. 벽돌타일의 물성, 패턴은 외관의 유니크한 조형미가 부각되도록 했다.
최악의 부동산시장 극복기
부동산 개발은 시간이 걸리고 항상 얘기치 않은 리스크를 동반하기에 유연하고 전문적인 대처방식이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자재비와 시공비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공사 도중엔 이례적인 장마철 폭우와 래미콘 파업도 있었다. 금리도 급상승하고, 심지어 ‘빌라왕 사태’가 주택시장을 강타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해 공간의 가치를 유지하며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 나갔다.
준공 후 이 집을 찾아준 사람들의 반응으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한 달 만에 모든 세대의 계약을 완료했다. 입주한 거주자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엠피리안 EMPYREAN의 고유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우리는 두 번째 엠피리안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