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타운하우스 내 분양 대지 중 건축주는 가장 바깥에 있는 땅을 매입했다. 평평하게 조성된 대부분의 대지와 달리 경사를 활용해 도로에서 지하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가졌고, 단지 끝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취향이 명확한 건축주는 화려하지 않은 무채색 톤의 재료와 군더더기 없는 기하학적 형태의 구성을 선호했다. 사소하지만 계획적으로 딱 맞는 라인을 추구했고, 흰색과 여백이 주는 여유로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채움으로써 얻는 풍경보다 비워냄으로써 풍성해지는 일을 알고 있었다.

건축주는 지하에 본인만의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 영화와 차car를 취미로 즐긴다는 점을 고려해 영화 감상실과 넓은 지하 주차장을 마련했다. 영화 감상실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훌륭한 퀄리티로 영화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게 한다. 넓은 지하 주차장은 단순히 주차장의 용도로 사용될 뿐 아니라 유희를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차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손으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놀이터로 구성했다.
건축주의 취향에 기반한 설계는 큰 이견 없이 진행됐다. 더욱이 건축가의 성향과 비슷한 면이 있어 흥미롭게 전개할 수 있었다. 외관은 가장 순수한 기하학 형태의 육면체를 조합해 전체 프로그램 구성에 대응했다. 또한 지하부터 2층까지 모두 드러나는 외관은 지상 2층에 달하지만 3,4층 규모의 매스 구성이 가능해 한층 풍부한 형태로 거듭났다.
회색 톤의 재료를 사용해 형태를 채워나가되, 다양한 톤과 밝기로 변주를 더했다. 또한 표면 텍스처를 통해 여러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화강암 석재를 사용했다. 석재는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 순으로 마천석, 고흥석, 거창석을 사용했고 잔다듬, 가로 및 세로 방향 줄다음, 버너구이 등 다양한 표면 가공을 적용했다. 이러한 재료는 전체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육면체 단위로 적용돼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고 흥미로운 동시에 조화로운 형태를 만든다. 그리고 각각의 텍스처는 빛과 조명에 의해 굴곡과 그림자를 만들어 표면의 다름을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입면을 풍성하게 한다.
내부는 최대한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계획했다. 흰색과 나무가 주는 따뜻함과 온화함을 기반으로 금속판이 만들어내는 비물리적인 이미지를 더해 공간이 둔탁해 보이지 않게 했다. 또한 아일랜드 싱크처럼 오브제로 존재하는 요소는 외장재로 사용된 화강암을 활용함으로써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완결성을 유지했다.
시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건축주의 배려와 믿음 덕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설계한 집에서 건축주가 진심으로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