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요앞 건축사사무소
청계산 자락과 이어진 인릉산. 그리고 대왕저수지에서 탄천으로 흐르는 상적천. 이 둘 사이에 성남고등공공주택지구(이하 고등지구) 가 위치한다. 고등지구는 네 개의 소규모 공공주택 단지와 네 개의 소규모 단독주택 블록이 있는 소규모 택지 개발지구이다. 아파트는 15층 이하의 높이 제한이 있고 단독주택 필지는 용적률 160% 제한이 있어서 이곳의 밀도는 다른 계획지구에 비해 낮다.
세로돌집의 필지가 위치한 블록은 스물여섯 개의 단독주택 필지로 구성되어 있는 택지개발지구이지만, 아늑한 작은 마을의 분위기를 내는 특징이 있었다. 블록의 진입면을 형성하는 네 개의 주택 필지 중 세로돌 집의 필지는 코너부에 위치했고, 가장 길게 가로를 접하며 입면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마을 인상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필지의 코너부를 진입하면서 건물을 바라보았을 때 마을 풍경과 이미지에 밝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물이길 바랐다. 하얀 이미지의 건물을 상상했고 집이라기보다는 돌이나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낯설고 어색하면서 인상적인 이미지로 잡아갔다.
코너부에서 접근하며 처음 마주하는 건물의 입면에는 개구부가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서측면도 개구부 하나 없이 비워진 입면이고 좁은 폭으로 높게 솟기에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어떤 각도에서는 건물이 완전히 추상화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개구부 뿐만 아니라 우수관, 가스관, 환기구, 연통, 실외기 등 외관에 노출되기 쉬운 건물의 기능적인 요소들이 감춰지면서 건물은 완전히 추상화되었다.
코너에서 살짝 돌아서면 숨겨져 있던 남측면의 창들이 드러난다. 도로를 길게 면하는 대지의 장점을 살리고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면의 수직 벽체와 루버를 계획했다. 1층의 근린생활시설은 도로에 면한 대지 형상에 따라 계획했고, 위에 주거층은 살짝 안쪽으로 비틀어져 돌아서면서 주택 주입면에 깊이가 만들어졌다. 세대의 주 입면이 되는 남측면의 창들은 외부의 수직 루버 사이를 가득 채우며 넓게 계획했다. 이 창들은 내부 공간의 전면을 차지하며 내부에서는 개방감 있게 열려있지만, 외부 수직 벽체의 깊이감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내부 공간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도로를 따라 규칙적이며 리드미컬하게 계획된 1층 상가의 수직 창들은 동쪽 끝에 위치한 세대 진입로의 수직 기둥으로 이어진다. 세대 진입로는 반복적으로 서있는 수직 패턴 외장의 기둥들로 주차공간과 분리되면서, 필로티를 통해 입구를 접근하는 느낌이 아니라 짧은 회랑을 통해 입구로 진입하는 이미지로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