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제로투엔 건축사사무소 ZERO TO N
간과하지 말아야 할 프로젝트의 목적
비좁고 어두운 삼거리 이면도로 사이에서 도로사선과 일조사선에 의해 복잡하게 얽힌 테라스의 단, 어지러운 마감재 구성이라는 악조건을 지닌 기존 빌딩의 모습을 정돈시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우리는 건물 매스의 형태를 세 개의 단으로 분절하고 그 사이, 재료 분리를 통해 동적인 인상을 주며 비좁은 삼거리에서 접근하는 이용자들에게 정돈된 위용을 보여주고자 했다.
잦은 변수가 발생하는 리모델링은 초기 계획을 완성이라고 보기보다는 계속해서 그려나가며 계획의 파편들을 모아 해상도를 높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은 건물의 미래, 현재, 과거의 맥락을 이어줄 수 있는 조각들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쾌적함 지향 속 발견되는 과거의 흔적
기존 빌딩을 정돈시키기 위해 우리가 첫 번째로 고려한 것은 내부적 쾌적함이다. 우선 기존 건물의 특성을 살리고자 과거 공간의 흔적을 되짚었고, 기둥 구조와 내력벽, 각종 어수선한 마감재들이 혼재된 조건에서 도로사선과 일조사선으로 인해 층별로 다른 벽체와 테라스 구성을 발견했다. 덕분에 우리는 건물이 각기 다른 입체적이고 독자적인 공간을 갖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대비와 조화로 정돈하기
건축주는 반듯하고 깨끗해 보일 수 있는 공간 형성을 원했다. 우리는 불규칙적인 테라스를 정돈할 수 있는 세 개의 기준단을 형성하고 최대한 솔리드하게 디자인했다. 테라스를 기준으로 단이 형성되는 구간은 지적도 상 레벨과 고층 건물로 시야가 막힌 구간이기에 입면을 수평적인 세 덩어리로 정리함과 동시에 채광을 돕는 가벽적 요소로 테라스의 사용성을 더했다. 반면 반대편은 건물 본연의 테라스 단을 살려 남향의 채광을 끌어들이고 조망을 개선할 수 있는 구간으로 계획했다. 극명한 사이트의 대비가 입면적 대비로 이어져 조화롭게 정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