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소수건축사사무소 SOSU Architecture
‘동심원’은 부모와 두 딸 내외, 손자·손녀 등 3대, 3세대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다세대 주택이다.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해야하는 딸들을 위해 부모가 흔쾌히 같이 살기를 허락, 현대식 대가족을 이루기로 했다. 각 세대가 독립적이면서도 공동 생활이 가능한 형태의 집이 필요했다. 또 1층에는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도 설치하기로 했다.
©SOSU Architects
사선 규제의 디자인적 적용
동심원의 건물 형태는 일조권 확보를 위한 법적 규제를 최대한 수용했다. 불법 증축을 용인하는 매스 계획 대신, 이웃의 일조권을 배려하고 제약조건을 디자인에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사선들이 집 곳곳에 펼쳐진다.
담장과 담장 사이
협소한 대지 때문에 다세대주택의 주차장은 필로티 형식을 띠면서 대부분 골목의 어둡고 후미진 보행 환경을 만든다. 이 집은 필로티 상부와 바닥 마감을 반사값이 있는 아연도 C 형강과 에폭시로 마감했다. 천장과 바닥은 T5 조명으로 인해 서로 빛을 주고 받으며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골목을 지나는 이웃에게 새로운 도시 풍경을 제공한다.
프라이버시와 거주 환경
다세대 주택은 발코니 확장 면적 등의 경제적 혜택을 얻기 위해 큰 창을 설치하지만, 법적 발코니 구조에 의한 난간이나 차면 시설에 의해 창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러한 건축적 요소들은 필요에 의해 무분별하게 설치돼 도시 풍경을 헤치고, 실내의 자연 채광 및 환기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동심원은 다양한 패턴의 벽돌을 영롱 쌓기로 올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면서 입면과 통일감있는 디자인으로 이웃에게는 새로운 도시 풍경이 된다.
협소한 대지, 유연한 구조
우리는 50평형의 협소한 대지에 세 가족의 개성있는 삶의 공간을 계획하기 위해 동일한 적층 구조의 다세대 주택 형식에서 탈피하도록 노력했다. 각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서로 다른 구성의 평면을 마치 세 개의 단독주택을 쌓아 올린 것 같은 방식으로 계획했다. 이렇게 구성된 각 층은 다양한 형태의 계단 구조로 연결되고 계단실은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된다.
허물어진 방의 경계
이 집은 평형대별 거실이나 주방의 크기와 방의 개수의 개념에서 벗어나 가족의 생활 방식을 최우선에 두고 공간이 구성됐다. 부모님 세대의 주방·식당을 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로 인해 부족한 부모님 세대의 방과 수납공간을 자녀 세대에서 공유하도록 했다. 세대 간 공간의 공유는 협소한 내부 공간에서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변적 공간의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가변적 장치들은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2층 거실은 슬라이딩 벽체를 통해 방이 될 수 있다. 3층의 거실과 주방·식당이 합쳐진 멀티룸은 이용 행태에 따라 조명 및 가구 배치를 다르게 할 수 있다. 4층의 욕실은 공용 공간과 침실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양방향성을 갖는다.
도시 대안 주거로서의 가능성
서울에는 47만 호의 주거용 건축물이 있으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0만 호의 건물이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 소형 공동주택이다. 획일화된 한국 주거문화의 문제로 언급되는 아파트 다음으로 많은 주거 유형인 셈이다. 이런 노후화된 소형 공동주택은 개인 건축주의 자본의 한계와 건축 법규적 제약으로 대규모 개발보다 더 열악한 도시 환경을 만들고 있다. 반면에 도시에서 개성있는 개인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경제적이고 유연한 구조의 주거 형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웃과 함께 사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도시의 대안 주거로서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도시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건강한 소규모 공동주택을 확산시키는데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