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시은 학생인턴 글 & 자료. 폴리머 건축사무소 poly.m.ur
나의 고향, 나의 집, 마이 구미
대지는 경상북도 구미 시내에 위치한 산 중턱 자연녹지지역에 있다. 부모님은 택지가 조성되자마자 땅을 구입했고, 마당이 있는 집에 작은 아궁이 방을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하길 원했다. 산이 가까워 약수를 뜨러 가고, 구미시 중앙에 위치한 금오산도 ‘내 집’에서 바라보길 원했다.
하지만 땅을 살 때 주변이 트여있고 이웃집이 없다 보니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언제든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마당을 밟을 수 있는, 그야말로 ‘전원 속의 내 집’ 만을 상상했다. 아파트에 오래 살아 편리한 점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비가 와도 편하게 차를 뺄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이나, 프라이버시, 단열과 방범 등등 아파트에선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 전원주택을 지을 땐 무척 신경을 쓰고 계획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 문제만 해도 그랬다. 부모님이 원하는 주택은 큰 창문 앞에 펼쳐진 잔디밭 정원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 이웃들조차 큰 창문에 블라인드를 짙게 내리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며 살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앞마당과 뒷산을 오롯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프라이버시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설계 안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고민 끝에 외벽을 연장해 집 주변에 작은 뜰을 배치해 외부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담장과 입면을 통합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방들을 식당 중심으로 십자형으로 배치하고 각 모서리에 네 개의 뜰을 두는 ‘田-정방형’ 형태로 만들었다.
즉, 구미 집에는 두 종류의 마당이 존재한다. 하나는 집 앞의 널찍한 마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벽과 방 사이에 있는 작은 마당들이다. 십자형 평면의 코너를 차지하는 네 개의 작은 뜰들은 주변의 시선을 차단해 줄 뿐만 아니라 각 방의 창문과 마당 사이에 버퍼buffer 공간이 되어줌으로써 집을 더욱 편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다.
계획 초기 부모님은 출가한 자녀들이 가끔 와서 지낼 수 있도록 2층 규모의 주택을 생각했다. 하지만 한정적인 예산과 제한된 규모를 생각하며 단층으로 된 부모님 중심의 공간을 제안했다. 자연녹지지역인 대지에 건폐율 20%를 적용하면 150평 대지의 건평 30평 규모로 한 층 면적이 상당히 작았기 때문이다.
활용도가 낮은 침실2는 다용도실과 함께 북측에 배치하여 집 전체가 오롯이 두 분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부모님께서 바라던 아궁이 방과 게스트 룸은 대지와 도로의 레벨 차로 만들어진 지하에 공간을 확보해놓고 인테리어는 미래에 예산이 확보된 후에 하는 것으로 최종 설득했다. 한정된 예산을 고려한 방편이었다.
결국 부모님이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게 될 거실과 주방의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층고 높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거실과 식당, 주방으로 이어지는 중앙에서 다른 각도로 만나는 경사 천정을 노출시킴으로써 실제 면적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고향에서 부모님의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낭만적이었지만 그만큼 심리적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설계한 집에서 부모님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무한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