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일상건축사사무소 ILSANGARCHITECTS 정리 & 편집. 장경림 수습 에디터
삼삼한 집
‘삼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2.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
이 이름은 건축주를 위해 지어졌다.
“전주 외곽에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단독주택을 짓고 생활을 하고 있어요.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전주로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강아지를 포함해 여섯 식구의 추억, 특히 마당에서 아이들과 만들었던 시간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이사 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름에는 앞으로 새로운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될 가족들이 이전 단독주택에 대한 그리움이 천천히 지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한 2층 두 집과 3층 한 집의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대지 여건
삼삼한 집이 자리 잡은 곳은 전주시 덕진구에 조성되는 신도시다.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의 이전으로 만성지구 법조타운이라 불린다.
이곳에 지어지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상가와 주택이 함께 있는 형태를 가진다. 지구 단위의 영향으로 지붕면의 일정 부분을 박공지붕 형태로 해야 하며, 최대 세 가구까지만 계획이 가능하다. 지난 집에서 단독주택 형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던 가족에게 다가구주택이라는 형태의 변경은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했다. 그런 점을 건축주 부부는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층별 공간 구성
대부분의 상가주택이 그렇듯 1층에는 상가, 2층 임대세대, 3층 주인세대의 정형화된 층별 조닝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임대를 위한 상가 주택의 경우 최대한의 임대면적을 확보하도록 계획한다. 면적이 곧 수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평면구성 혹은 공간구성의 중요성보다는 최대한 면적 확보를 우선시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점을 버리기로 했다. 그런 논리로 지어진 건축물이 좋은 정주 환경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용면적은 조금 작더라도 쾌적한 생활환경이 되었으면 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진입 동선과, 내외부의 중간 공간인 발코니이다. 이 집은 계단실이 두 개인데 이것은 임대세대의 전용면적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계단실이 두 개가 되면 1층 메인 현관 역시 두 개가 된다. 대신 주차장 출입구와 동선을 분리해 주차 공간과 진입 공간의 개방감과 쾌적성을 높였다.
임대세대
‘ㄱ’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계단실의 한쪽 면은 약 13미터의 길이를 갖는 창으로 계획해 어두운 계단실이 아닌, 밝고 쾌적한 진입공간으로 만들었다. 임대세대에서 생활하게 될 이들이 1층 현관부터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조금 더 편안하게 집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자 했고, 주인세대와의 동선 겹침으로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하였다.
임대세대의 주 현관은 주인세대의 현관보다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조경이 그렇고 계단을 오르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게 밝게 만들었다. 임대세대들은 발코니, 즉 각자의 외부공간을 갖는다. 우리는 이 외부공간이 소위 ‘까대기’라는 단어로 만들어지는 내부 공간의 확장이기를 원치 않았다. 발코니는 각 세대가 갖는 나만의 외부 공간이기를 바란다.
주인세대
주인세대가 위치한 3층은 총 세 가지의 외부공간을 갖는다.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는 계단실과 기존 단독주택의 마당을 닮은 중정,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옥상이다. 임대세대와의 계단실 분리를 통해 주인 세대 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계단실을 동선 연결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기에는 부족해 아이들의 그림 혹은 가족사진 등 갤러리로 활용하도록 최소한의 채광 및 환기창만을 계획하고 핀 조명과 간접 조명으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생활공간인 거실, 주방, 다이닝룸의 중앙에 중정을 계획해 남향의 장점을 적극 활용, 집안 곳곳에 채광을 확보했다. 또한 자칫 좁게 느껴질 수 있는 생활공간의 시각적 확장을 유도해 개방감을 높였다. 그들에게 있어 중정은 물리적인 면적은 비교할 수 없지만, 이전에 살던 단독주택 마당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다락에서 연결된 외부공간인 옥상은 강아지의 주된 생활 공간이자 아이들의 놀이 공간, 부부가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가족 공간이다.
매스 구성
단순한 형태의 매스 구성은 공사비의 효율적인 절감과 주변 건물의 복잡한 입면 구성의 반감에서 시작되었다. 지구단위 지침으로 인해 박공지붕 형태는 뺄 수 없는 디자인 요소가 되었으며, 그 형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것이 고민의 큰 부분이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사각형 매스, 지붕을 구성하는 삼각형의 매스의 조합과 유로폼 노출 콘크리트, 벽돌, 금속 거멀 접기로 면과 선적인 요소가 눈에 도드라져 보이도록 해 건축물이 아이콘화(단순화) 되기를 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