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리슈건축사사무소 RiCHUE
맥락과 조건
대지는 남동쪽에 도로를 접하고 있고, 삼각형의 골짜기 형태를 하고 있다. 남쪽의 도로에서부터 북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지형으로, 동서쪽으로도 경사가 있어 서쪽은 경계에 옹벽으로 토목공사를 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건축주는 자녀가 없는 부부로 아내가 목공방을 운영하고 남편은 직업상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집의 보안이 중요했다. 그들은 공방과 집이 분리되면서도 일부는 연결하기를 원했고, 남쪽으로는 전망을 누리고 싶어 했다. 또한 집 내부에 마당을 가져 일상 속에서 외부공간을 풍부하게 활용하고자 했다.
집과 공방의 공존
설계는 ‘집과 공방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마당과 지형을 활용해 기능을 분리하고 연계하는 디자인 전략을 세웠다. 우리는 대지의 한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공방은 마당 앞쪽 도로에 접하도록 하는 한편 집은 마당 뒤쪽의 창고 윗층에 배치해 두 영역간 독립성을 확보했다. 집은 경사지의 특성을 살려 2층에 위치해 남쪽 조망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고, 1층 마당과는 다른 프라이빗한 테라스를 갖도록 했다.
자연지형의 공간화
서쪽 옹벽과 동쪽 담장 벽으로 위요된 마당 공간은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마당은 집과 공방의 기능과 활동들이 엮여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된다.
요소들의 관계로 조직된 건축 형태
이 집은 전체가 하나의 형태로 읽히지 않는다. 다양한 건축 요소들-옹벽, 담장, 집, 자연, 마당-이 관계를 만들면서 조직되었기 때문이다. 전면의 공방 동은 건물이자 담장이 되고, 공방 동은 다시 서쪽의 옹벽과 연결된다. 또한 공방 동의 벽은 동쪽 담장 벽으로 이어져 2층 집으로 연결되는 연속적인 선형 형태를 하고 있다. 자연지형을 활용해 건물을 형태화하면서 필수불가결하게 생긴 옹벽과 담장도 자연 풍경과 함께 이 집의 입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렇게 조직된 형태는 부분마다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거주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