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공장 Gongjang Architecture
오래전부터 단독주택을 꿈꿔왔던 건축주는 설계를 의뢰해 올 당시에도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여러 대지를 고려하는 과정을 거쳐 선택한 지금의 땅은 성남시 판교동 단독주택지구 내에 위치한 약 72평의 대지로, 한 면이 도로와 접하고 있고 양 옆에는 이미 주택이 들어서 있다.
2년 전 인근 대지에 우리 사무소가 작업한 ‘온유재’를 마음에 들어한 건축주는 자신이 살 집과 임대가구를 함께 넣는 유사한 집을 의뢰했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박공지붕과 평지붕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전면에 연속으로 3대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락을 만들 수 있고 내부에서 사선의 천장을 가질 수 있는 박공지붕은 아내의 요구 사항이었고, 목공 작업이나 바베큐 등의 야외 활동이 가능한 평지붕은 남편의 요구 사항이었다.
산정된 법정 주차대수는 3대이고, 건축주는 주차구획 진출입이 편리하도록 전면에 모두 배치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상 후면부를 공공녹지로 비워야 했고, 양옆으로 1m 정도 이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면에 3대의 주차공간을 할애하면 가용할 수 있는 대지의 여유가 없었다.
도로가 북쪽에 접해 있어 진입 동선이 한 방향이고, 두 가구의 배치는 동서 방향으로 양쪽 모두 1, 2층으로 구성된 구조이다. 그래서 남쪽의 공유 외부 공지는 마당으로 활용했고 도로에서 진입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계획했다.
전면의 모습은 우측의 박공지붕과 좌측의 평지붕 파라펫으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 1m 정도 이격이 된 입면 구조이다. 설계 과정에서 두 가지 상이한 지붕 모양이 접하게 되면 단정한 형태가 나오기 어렵고, 물 처리 및 재료 마감 부분에서 역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 우려돼 두 개의 지붕을 나누는 것이 외부 형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미술 관련 전공을 한 건축주 부부는 화려한 치장보다 단정하고 매스감 있는 주택을 선호했다. 그런 점에서 설계 과정은 건축가와 이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재료는 가장 일반적인 적벽돌로 선정했다. 이는 넉넉지 않은 예산에 따른 선택이기도 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오래된 재료인 적벽돌이 가지는 물성에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 공감한 결과이기도 했다.
외장재는 입면의 적벽돌, 박공지붕의 강판, 창의 투명유리로 구성하고, 내장재는 바닥의 목재마루와 벽과 천장의 화이트 도장으로 마감해 자체 공간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설계를 완성했다.
입면의 구성은 필요 이상의 큰 창을 지양하고,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입면에서 적절한 리듬감이 들 수 있도록 개구부를 계획했다. 내부의 평면구성은 거실과 주방은 최대한 남향으로 배치하고, 실별로는 독립성을 고려해 구성했다.
주인 세대는 1, 2층과 다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 현관과 주방이 있고, 2층에 부부방, 아이방, 거실 그리고 다락이 있다. 화장실과 욕실은 1, 2층에 각각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다락은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도 있고, 아이방에 있는 사다리를 통해 올라갈 수도 있다. 아이방은 공부 공간과 취침 공간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 작은 도서관을 두어 문이 3개인 방으로 계획했다. 부부 침실은 별도의 드레스룸과 남쪽으로 긴 방이 병렬로 이어진 구조이다. 2층의 거실은 박공지붕면이 그대로 드러난 구조로 가장 높은 곳의 천장고는 5m 정도 된다.
임대세대는 주어진 전체면적에서 실용성과 사용성을 고려해 설계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그리고 두 개의 방이 중복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에 또 하나의 방이 있다.
거실과 주방은 남쪽 마당을 마주보고 있고, 2층의 방에는 작은 테라스가 외부를 향해 열린 구조를 하고 있다.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것이 마치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정된 대지 안에서 각각 취향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적절한 조화와 양보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집이 되기 위해서는 집에 거주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