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유타건축사사무소 UTTA Company
대지여건과 주택의 배치
대지 내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바로 제주도 바다가 있다. 근거리에는 낮은 돌담과 함께 푸른 밭이 낮은 집들 사이사이로 펼쳐져 있다. 해당 대지는 도로에 접해 있으나, 대지의 초입 일부가 건물이 들어서기에는 매우 좁고, 이 좁은 대지를 걸어 들어와야 비로소 건물을 앉힐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땅이 보인다. 대지 남쪽의 인접대지는 자연적으로 대지레벨이 높아 해당 대지에 서 있으면 땅을 편안하게 감싸 안는 포근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대지의 형태를 보자면 목이 좁은 물병과 같이, 도로와 연결되는 부분은 좁고 이 좁은 대지를 따라 들어와야지만 점차적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우리는 좁은 대지와 넓어지는 대지 사이에 건물을 배치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도로와 연결되는 것 같은 좁은 길이 조성됐고, 인접대지의 건물 옆을 돌아 배면 쪽으로 집에 들어가도록 구성해 조용하고 독립적인 곳에 집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유도했다. 또 전체 대지의 중간에 건물을 배치해 대지의 맨 안쪽에 넓은 마당을 확보했는데, 마당에 접한 인접대지들의 레벨이 높아 넓지만 둘러싸인 느낌을 갖게 됐다.
대지의 성격에 따른 주택의 배치는 3개의 축을 가진 건물의 배열로도 설명이 된다.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제일 처음으로 길의 축 선상에 있는 단층짜리 차고를 만나게 된다. 이 차고는 주거동의 담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큰 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선택적으로 낯선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대지 내 길과 축을 같이 하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는다면 길가에서 내부가 훤히 보인다).
차고를 돌아 지나가다보면 차고와 축을 달리하는 2층짜리 주거시설을 만날 수 있다. 주거동의 저층부는 차고와 45도 축을 틀어 마당과 대칭되는 평면배치가 가능해졌다. 이는 길로부터 독립돼 있고, 저층부의 실(거실, 식당+부엌, 게스트룸, 현관 포치)들이 대지 내 마당과 바로 면하게 돼 사적이면서 외부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활동이 가능해졌다.
주거동의 2층은 1층의 축에서 12도를 틀어 2층 창문에서 바다가 보인다. 또 1, 2층 각도를 다르게 배치한 계획은 입면상 2층 건물이 1층보다 후퇴해 외부에서 보았을 때 부부의 사적인 공간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또 2층 각 실에 면한 조그만 여러 개의 데크가 만들어졌다.
건축주 요구 사항
“본관(주거동)과 창고(물품 보관 겸 비오거나 겨울에 개들이 거주할 수 있고 추후 작업실 같은 형태)가 분리 되면서도 이어지는 동선이었으면 좋겠다. 각 방은 작아도 상관없지만, 주방과 욕실은 조금 크고 쾌적했으면 좋겠다. 주방과 거실은 이어지고, 마당과도 연결되고 친구들과 차를 마시거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간이 꼭 있었으면 한다. 특별한 날엔 창문을 열어 확장된 느낌을 갖고 싶다. 강아지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1층은 신발을 신고 강아지들과 함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구조돼 주방과 손님방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길 원한다. 사람 출입구와 차 출입구를 분리해달다. 천정은 상대적으로 높고, 주방, 다용도실, 거실, 조그마한 손님방, 욕실 겸용 화장실, 현관이 배치됐으면 좋겠고, 2층은 침실, 드레스룸, 메이크업룸, 욕실, 서재(방이 아니더라도 복도를 활용해도 좋을 듯), 다용도실(세탁, 청소용품)까지 부부만의 공간이었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밝지만 무채색으로 안정되고 차분한 느낌, 상상치 못한 재미난 구조였으면 한다.”
반영 (평면 계획 및 각 실별 특징)
주거동과 차고의 축을 달리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틈이 생겨나도록 했다. 이는 주거동으로 들어가는 현관포치일뿐 아니라 기분 좋은 아담한 마당과 제일 처음으로 마주하는 공간이며 손님들과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고, 이 집의 강아지들(하레와 구우)가 비를 피하거나 휴식하는 등의 여러 활동이 기대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현관뿐만 아니라 큰 폴딩도어를 통해 작은 게스트룸과도 연결되고, 게스트룸 너머 식당, 부엌까지도 확장된다. 또한 이 공간들은 마당과도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결이 된다. 1층 바닥(현관부터 부엌, 식당 부분)은 투명 에폭시 마감을 함으로써 개들과 손님들이 신발 신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게스트룸 부분은 단차를 올려 툇마루를 통해 1층 바닥과 재료를 분리해 신발을 벗고 아늑한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게 했다. 2층은 평면 배치가 1층 배치와 틀어지면서 조그마한 데크 공간이 각 실에 면해 군데군데 생기게 되는데,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앞에 조그만 데크 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 이 데크로 나갈 수 있는 큰 창이 있다. 덕분에 2층에 올라서자마자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준다.
계단을 중심으로 좌우로 복도가 나뉘는데 계단의 좌측복도로 돌아가면 식당과 연결되는 보이드와 외부 데크로 나가는 창문이 있어 좁은 공간임에도 공간이 확장되는 효과를 준다. 짧은 복도의 끝에는 스킵플로어 된 안방이 있어 다른 실내 공간과 확실히 분리된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미닫이문을 이용해 크지 않은 안방공간이 때에 따라 확장될 수 있도록 했다.
안방은 침대를 중심으로 뒤쪽에는 드레스룸이 있고, 드레스룸과 바로 연결되는 욕실이 있다. 욕실에는 천창 및 2개의 벽면창을 통해 밝고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계단의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눈높이에 바다 풍경이 보이는 긴 창이 액자처럼 걸려 있다. 창을 지나면 서재(다락)로 이어지고, 서재가 다락에 있음으로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독서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다락과 1~2층 보이드 사이를 벽으로 막지 않아 외경사 지붕이 계속 연결되고 넓어 보인다.
입면 계획(형태 및 마감재)
주거동의 기단부에 제주돌을 사용해 도로부터 마당의 인접대지 경계부에 길게 세워진 낮은 돌담과 계속 연결이 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기단부(제주돌 마감)와 상층부(스터코), 단층의 차고동(스터코)의 재료분리를 통해 집이 거대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된 작은 집처럼 보이도록 했다. 큰 건물이 없는 작은 마을에 잘 어울리는 입면 계획을 만들려는 구상이었다.
아웃테리어+인테리어 컨셉트
전체적으로 벽면에 흰 색 페인트 도장 마감을 하고, 각각 1층 바닥 마감은 투명 에폭시 마감을, 2층 및 다락 바닥은 강마루 마감으로 통일하고, 문이나 툇마루, 계단, 주방가구, 가구, 창 프레임 등은 흰색이나 검정색, 자작나무로 맞춰 밝지만 차분하고 일관성 있는 분위기을 주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