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가벼워져야 한다, ‘요즈음 건축’ 출간

에디터. 윤정훈  자료. 효형출판

 

한 직업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건축가도 마찬가지다. 건축은 고대엔 권력과 신앙의 표현, 중세엔 예술의 한 분야, 산업혁명 이후 자본과 부의 산물, 모더니즘 시대에 들어 기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디자인의 한 축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때에 따라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의 건축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지금, 여기의’ 건축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관한 고민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요즈음 건축>은 최근 건축 경향을 분석 및 정리하고, 건축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저자는 건축가 국형걸. 2017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이자 교수 및 실무자로서 건축의 외연을 넓혀왔다는 평을 받아 왔다.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다. 크고 높은 마천루를 지어 올리는 것만이 아닌 전시장에 작은 설치물을 만드는 것, 재료를 가공하는 일, 공원 조형물을 만드는 일 모두 건축이다. 실제로 오늘날의 건축은 여느 때보다 대중 가까이 다가왔다. 거리를 걷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쾌한 건축물을 곧잘 마주하게 되며, 우리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카페와 공원, 쉼터에도 건축가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인터넷을 통해 건축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상과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저자는 최근 건축의 경향을 네 가지로 짚는다. 첫째, 건축도 패션과 같이 유행을 타는 소비 대상이며 개인 또는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둘째, 공간 자체보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경향이 강해졌다. 셋째, 건축 프로젝트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오늘날 건축 디자인은 공유재나 다름 없다. 따라서 주어진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넷째, 건축은 종합 산업으로서 건물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 분야와 긴밀하게 연계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따라 앞으로의 건축은 ‘가벼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건축은 가벼워져야 한다. 건축에서 무거운 역사적·관념적인 담론을 논하기보단 상업적 디자인이든, 임시 설치물이든, 대중가요처럼 가볍고 신선해질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지어지고 있는 동시대 건축물의 얕고 넓은 사례들을 수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건축에 도전해야 한다. 가벼운 아이디어를 내고, 쉽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제는 불멸의 역사적 작품을 만들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더불어, 한 사람이 모든 걸 디자인했다는 ‘작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축가의 ‘가오’가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건축가의 리더십은 필요하나, 지금의 세분화된 작업 방식에서 건축가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다 할 필요도 없다. 이제 디자인은 기존 것을 응용하고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이다. 이전처럼 한 건축가의 작품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 개인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던 시대는 지났다.” (110쪽)

 

책은 건축의 오랜 역사를 짚는 것부터 시작, 건축과 다른 분야와의 접점을 모색한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에 저자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파렛트만으로 극장, 야외 공간, 지붕, 미로 등을 만드는 실험, 9,076개의 각재를 사흘 만에 목조 구조물로 제작한 프로젝트, 버려진 유휴지의 색다른 변신 등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에 따른 결과물을 다룬다. 새 시대 건축에 대한 고민을, 일상에 스며든 건축의 새로운 면모를 ‘가볍게’ 살피기 좋다. 

 


국형걸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전공 교수. 건축을 가르치고 건축가로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건축설계를 포함하여 인테리어·조형물·파사드·전시·가구·조명 등 디자인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 업역을 확장해 기성 건축의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한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원(Columbia University, GSAPP)에서 석사(M.Arch)를 마치고 와이스 앤 맨프레디(Weiss/Manfredi Architects)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인천 서구 공공건축가, 서울시교육청 학교건축가, SH공사 청신호건축가로 활동했고 다수의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2017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hg-architecture.com


도서명.
요즈음 건축

출판사.
효형출판

판형 및 분량.
136×195mm, 344쪽

가격.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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