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쉼이 공존하는 곳

[Stay here] ⑦ 휴양지에서 일하다 '오-피스제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오-피스제주 1호점' ⓒo-peace
에디터. 정지연  사진. 김한얼  자료. 오-피스 O-PEACE

 

머무는 공간이자 장소를 뜻하는 오늘날의 ‘스테이stay’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여행’과 ‘집’,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재고하기를 요청받는 과정에서 스테이의 맥락은 폭넓게 재편되는 중이다. <브리크brique>는 이번 특집에서 공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야기가 명확한 여러 스테이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각 공간에서 건축가, 디자이너, 운영자가 제안하는 바는 결국 변화하는 동시대의 생활 양식과 닿아 있다. 자연 속에서의 휴식, 자발적 고립, 일과 생활, 스포츠와 문화 활동, 유려한 건축 공간에서의 비일상적 경험까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스테이의 궤적을 살피는 일은 이 시대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과 다름 아닐 것이다.

 

Stay here
① 오늘의 여인숙 – 삼화 여인숙 
② 완벽한 고립의 시간 – 의림여관 
③ 세 가지 사색의 공간 – 서리어
④ 고요함 속 감각을 여는 호텔 – 이제 남해
⑤ 숲속 진정한 나를 마주하다 – 아틴마루

⑥ 호텔과 글램핑 사이 – 글램트리리조트
⑦ 일과 쉼이 공존하는 곳 – 오-피스제주
⑧ 꼭 하룻밤만큼의 예술 – 다이브인 인사
⑨ 여기가 내 집이었으면 – 어 베터 플레이스


 

도시 탈출을 꿈꾸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뜻밖의 퇴사 열풍이 불고 있다. ‘퇴사가 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생계 수단을 잠시 내려놓으면서까지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한 환경 또는 인간 관계, 심지어는 나 자신과도 얼마간 거리를 두기 위해서일 테다.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는 결국 일과 쉼의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다움을 찾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퇴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 없이는 진정한 쉼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과 휴식의 건강한 공존이다. 새롭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면? 공간을 통해 일과 쉼 모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 바로 ‘워케이션workation 타운’을 표방하는 ‘오-피스제주O-PEACE’가 지향하는 바다.

 

‘휴양지에서 일하다’를 캐치플레이즈로 내걸고 2019년 제주시 조천읍에 오픈한 ‘오피스제주 1호점’ ⓒo-peace

 

일하러 제주로 떠나는 사람들
제주는 그곳을 찾는 누구나 저마다의 스토리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지역이다. 천혜의 자연과 그 자연에 속한 여러 생명체가 주는 생경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특별한 장소성을 제공함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한때 유행했던 ‘제주 한 달 살이’ 또한 이런 욕구를 반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또는 건강상 이유로 요양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제주행을 택했다. 나아가 아이에게 자연에서의 일상체험을 선물하겠다는 적극적인 부모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요즈음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하러 제주에 간다.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난 것일까. 물론 이주한 기업과 로컬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제주는 일하는 곳으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자리 잡으며 기업들이 그 대상지를 제주로 확대하기도 했다. 제주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 직원들의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영감을 주는 환경에서 업무를 이어나가도록 지원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 7월 서귀포시 사계리에 오픈한 ‘오-피스제주 2호점’ ©︎Haneol KIM

 

오피스office이자 오-피스o-peace
‘휴양지에서 일하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019년 제주 조천읍에 오픈한 오-피스는 워케이션 개념의 확산을 꾀하는 기업이다. 사람들이 어디서든 일하고 살아볼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고 이 길을 선택한 이들을 연결한다는 비전을 토대로, 한 마을 안에 공유 오피스와 여러 로컬 숙소가 어우러진 마을호텔을 운영 중이다. 공유 오피스와 스테이를 겸하는 동시에 각 숙소의 컨시어지 역할까지 하는 오-피스제주 1호점이 오-피스 워케이션 타운의 구심점이다. 이를 중심으로 오래된 농가를 독채 숙소로 개발한 ‘두낭’, ‘원모어피스One More Peace’, ‘워하1WO.HA1’ 등을 마련해 일, 휴식, 여행을 병행하며 제주를 누리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같은 종합적인 서비스의 배경에는 서울에서 제주로의 이주를 택한 오-피스 박성은 대표의 개인적 경험이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다니던 건축사사무소를 그만두고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다 제주행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대안적 업무 공간을 창업 아이템으로 구체화했다.

 

오-피스제주 1호점과 연계한 독채민박 ‘두낭’ ⓒHaneol Kim
업무동과 주거동이 구분돼 있는 ‘워케이션하우스1’ ⓒHaneol Kim
‘오-피스제주 사계점(2호점)’의 객실. 창너머 산방산이 보인다. ⓒHaneol Kim

 

노마드 워커를 위한 공유 라운지
‘오-피스제주 1호점’은 유무선 네트워크는 물론, 각종 OA 기기와 통화 및 영상 회의가 가능한 방음 부스를 설치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했다. 눈앞에는 바다가 펼쳐지지만 업무 또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춘 것이다. 덕분에 이곳은 조천 일대에 원격 근무를 온 노마드 워커들이 모여들면서 도시 못지않은 활기를 띤 라운지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근 숙소들의 컨시어지 역할까지 겸하며 짐을 잠시 보관하기도 하고,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메이션 데스크로도 기능한다. 정보와 사람이 모이니 추후 일자리도 연결할 수 있고 공동 창업도 꾀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업무 중심의 마을 호텔로 성장하는 중이다.

최근 서귀포시 사계리에 오픈한 ‘오-피스제주 2호점’은 말그대로 ‘워크Work & 스테이Stay’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층 공유오피스는 개인뿐 아니라 팀 단위로 원격근무를 온 기업고객들을 위해 회의실과 휴게실, 농구나 탁구 등 신체활동을 위한 시설도 갖췄다. 2층에는 2인 1실 기준의 20여개 객실을 배치했다. 특정 업무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나, 장기로 머물 고객에게 초점을 맞췄다.

 

‘오-피스제주 사계점’의 공용 업무공간 ©︎Haneol KIM
장시간 컴퓨터 사용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을 갖췄다. ©︎Haneol KIM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시공간
오-피스제주가 제안하는 공간은 도심 한가운데의 공유 오피스나 공유 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일과 쉼의 동시 구현 그리고 일에서 쉼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목표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경험하는 향, 온습도,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음악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멀리 떠나와서 일과 쉼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생경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목표다.
숙소는 스탠다드, 스위트, 독채, 렌트하우스로 나뉜다. 스탠다드와 스위트는 공유 오피스와 같은 건물에 있어 일과 쉼이 동시에 가능하게끔 하고, 독채와 렌트하우스에서는 독립된 공간에서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독채 숙소는 며칠을 머물더라도 집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워케이션을 위해서는 숙박만이 아니라 식사, 빨래, 여가 활동 등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피스제주의 모든 공간은 박성은 대표가 직접 기획부터 설계,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무리했다. 세심한 안목으로 선별해 배치해둔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즐기는 것도 이 공간의 재미다.

 

독채민박 ‘원모어 피스’ 내부 ⓒHaneol Kim
‘워케이션하우스1’의 세탁실 ⓒHaneol Kim
‘오-피스제주 사계점’ 숙소내 개인 책상 ⓒHaneol Kim

 

제주를 넘어서
초기 오-피스제주 이용객의 상당수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1인 프리워커이거나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큰 조직에 속해 있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고, 최근에는 업무 효율성 제고나 직원 복지 목적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대기업 HR팀 문의도 늘고 있다고. 오-피스는 확대되는 B2B 수요에 대응하면서 나아가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일과 쉼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운영을 꿈꾸고 있다. 

 

“살다 보면 틀을 벗어나 깊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발 물러나 되돌아봐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죠. 기존의 공간과 환경에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일상과 다른 오-피스에서의 시간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성은 오-피스 대표

 

‘Stay here’  전체 이야기를 담은 
<브리크brique> vol.10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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