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을 위해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커뮤니티

[Focus] 1유로프로젝트 1Euro Project
©1europroject
에디터. 조희진, 최성우  사진. 곽신  자료. 1유로프로젝트

 

[Interview] 좋은 커뮤니티를 작동시키는 주인공 – 최성욱 1유로프로젝트 PM

 

서울 성동구 성수동. 날마다 새롭게 들어서는 팝업 매장과 브랜드 이벤트에 전국 최고의 핫플이 된 곳. 이런 성수동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송정동이 있다. 중랑천에 인접해 깊숙히 들어 앉은 모양새라 성수동의 변화와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곳으로 생각됐다.

그런 송정동이 요즘 떠들썩하다.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중랑천변을 달리던 사람들이 내려와 머물고 가기 시작했다. 동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주체는 ‘1유로프로젝트1Euro Project’. 낡고 오래된 건물을 빌려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15개 청년 브랜드가 입점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곳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일까.

 

1유로프로젝트 앞마당 ©1europroject
건물 안내소 역할을 하는 1유로 펍 ©BRIQUE Magazine
입구에 위치한 1유로프로젝트 안내 지도 ©BRIQUE Magazine
입구에 있는 각 브랜드 소개 포스터 ©BRIQUE Magazine

 

고정관념을 깬 시도

1유로프로젝트는 오랜 기간동안 비어있던 도심 속 공간을 1유로(약 1400원)에 일정 기간 동안 빌려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도시에서 먼저 시도되면서 그 개념이 확산되는 중이다. 
송정동 코끼리빌라를 1유로프로젝트로 바꿔낸 것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다. ‘로칼퓨처스Lokaal Futures-오래된 미래공간 연구소’를 운영 중인 최성욱 대표가 PM을 맡았다. 그는 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및 감리 등 공간 개발부터 운영 및 브랜드 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오래된 동네의 가치를 이어 나가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경험을 통해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그들이 모여 좋은 커뮤니티를 이룬다. 덕분에 동네가 변화하고, 더 나아가 좋은 도시를 만들게 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전 기존 건물의 모습을 곳곳에 사진으로 붙여 놓았다. ©BRIQUE Magazine
리모델링 전 기존 건물의 모습을 곳곳에 사진으로 붙여 놓았다. ©BRIQUE Magazine

 

코끼리빌라와 송정동의 첫 인상

송정동은 북쪽으로 중랑천 둑길이 있고, 남쪽으로는 성수동이 있다. 한양대학교, 세종대학교 등 인근에 여러 대학교와 어린이대공원이 자리해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볼 수 있었던 정겨운 동네의 풍경과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40년 전 준공된 코끼리빌라는 다가구 주택이었다. 그 이후 비어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코끼리빌라는 공포 영화에 나올법한 장소가 돼 버렸다. 건축가가 처음 방문했을 때, 빌라는 곰팡내가 진동하고 깨진 유리 파편과 건축 폐기물 사이에 동물 배설물이 널려 있었고, 노숙자가 장기간 살았던 흔적들도 보였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연상되는 광경이었다. 동네에 방치된 건물이 늘어나게 되면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돼 지역주민들조차 외면하고 떠나게 된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로칼퓨처스는 코끼리빌라가 1유로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적절한 장소로 판단했다.

 

3층 커뮤니티 센터 한 쪽 벽에 옛 모습의 사진 갤러리가 있다. ©BRIQUE Magazine
계단 옆 2층의 옛 모습 ©BRIQUE Magazine
같은 장소의 현재 모습. 가죽 브랜드 베데레의 쇼룸이다. ©BRIQUE Magazine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다

노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에는 신축과는 다른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의 적벽돌을 그대로 노출하되 깔끔하게 입면과 지저분한 전선을 정리하고, 깨지고 부서진 창문틀은 교체하고, 가로세로 프레임 라인을 최소화했다. 1유로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보여주기 위해 창에 로고를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1유로프로젝트의 공간 조성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징적인 프로세스는 입점 예정인 브랜드와 함께 한 달 동안 먼저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맞게 개별 공간 설계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해서 진행했다. 한 가지 예로, 모든 브랜드에서 주방과 모임, 클래스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개별 브랜드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3층 전체를 과감히 모든 팀의 공용 공간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정하고 예약시스템을 구축해 입점 브랜드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냈다.   

 

“좋은 세상은 좋은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고,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좋은 사람을 좋은 라이프스타일로 이루어진다.” – 최성욱 1유로프로젝트 PM, 로칼퓨처스 대표

 

©BRIQUE Magazine

 

골목길을 하나의 건물에 옮겨 놓은 듯

코끼리빌라에서 1유로프로젝트로 바뀐 모습은 어떨까?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를 한 건물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 코스를 따라 지면 안내를 시작한다. 다같이 앞마당에 모여달라.

 

앞마당

빨간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언제든지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천막이 설치되어 있어 차양과 비막이가 동시에 가능하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할 때면, 이곳에서 모여 출발하곤 한다.

 

1층

1유로 펍 1Euro Pub 
1유로프로젝트의 대문과도 같은 위치에 있어 리셉션이자 안내소이다. 낮에는 F&B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현재는 베이커리카페 라 부슈 뒤 루아La Bouche du LUA의 팝업이 진행 중이다. 밤에는 펍으로 운영된다. 

핑크원더 Pink Wonder @pinkwonder_official
1유로 펍 뒤에 있는 호호바 오일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쇼룸이다. 자연 원료로 만든 피부 제품의 경험과 구매가 가능하며, 프라이빗 피부 상담 서비스와 피부 건강에 대한 라이프스타일도 제안한다. 

베러댄서프 Better Than Surf @betterthansurf
핑크원더를 지나면 나타나는 공간이다. 바다와의 접촉과 서핑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롭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도시인에게 제안하는 브랜드로서 서핑, 캠핑, 커피 도구 등의 제품을 전시 겸 판매한다. 

보마켓 BO Market @bomarket
배러댄서프를 지나면 연한 핑크색 실내와 아기자기한 생활 밀착형 제품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보인다. 공간 한쪽은 주방을 겸해 음료와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다른 공간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편집숍이며 식사가 가능한 공간이다. 건물 뒤에 있는 마당과 연결돼 있다. 

 

뒷마당

자갈 바닥 위, 밝은색의 정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어 식사와 독서하기 좋은 휴식 공간이다. 밤에 더욱 돋보이는 스트링 라이트도 있어 사람들이 자주 머무르기 좋은 장소이다. 송정동 공공복합청사와 연결될 계획으로 앞으로는 뒷마당을 통해 자유롭게 상호 이동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1층 핑크 원더 ©BRIQUE Magazine
1층 보마켓 ©BRIQUE Magazine
옛 공동 화장실 장소였던 뒷 마당의 새 모습 ©BRIQUE Magazine

 

2층

팝업 공간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코너 공간에는 현재 팝업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다. 입주 브랜드와 협업한 전시 및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실내 분위기가 자주 바뀌는 공간이다.

베러얼스 제로웨이스트샵 Better Earth @better_earth_zerowaste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재활용품 생산을 위해 병뚜껑이나 쇼핑백 등을 모으는 분리수거 센터도 마련돼 있다. 주기적으로 송정동 동네 플로깅 이벤트를 주도한다. 

요리인류 x 겸사겸사 키친 @yolee.official  @geomsa_geomsa
다양한 음식문화로 일상에 신선한 가치를 더하는 쿠킹 브랜드 공간이다. 넓은 카운터가 있어 스님과 함께 음식을 통해 명상 식사를 하거나 현대인들을 위해 같이 집밥을 먹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쿠킹클래스를 운영한다.

위크엔더스 Weekenders @official.weekenders
1인 목욕이 가능한 프라이빗 스파가 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큐레이션 된 책, 영화나 음악을 들으며 와인과 함께 푹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요가와 명상 클래스를 별도로 3층 공용공간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도그요가도 진행한다.

1유로 책방 1Euro Project Bookshop
2층 팝업 공간 옆에 최근에 새로 생긴 1유로프로젝트 서점.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책과 건축 및 도시 관련 인문학책으로 구성됐고, 1유로프로젝트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회원은 무료 대여 및 할인 혜택이 있다. 

베데레 Vedere @vedere.kr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주하는 공간으로 핸드메이드 가죽 제품 작업실 겸 쇼룸이다. 커스텀 제작을 기반으로 주문을 받으며 판매도 하는데, 작업의 과정이 보이는 공간이다. 체험 워크숍도 틈틈이 운영한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2층 팝업 공간 ©BRIQUE Magazine
2층 베러얼스의 주민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분리수거 공간 ©BRIQUE Magazine
2층 베러얼스 ©BRIQUE Magazine
2층 위크엔더스 ©BRIQUE Magazine
2층 위크엔더스 욕조 ©BRIQUE Magazine

 

3층

커뮤니티 센터
커뮤니티 센터에는 거실, 키친, 다이닝룸, 팝업룸, 그리고 로칼퓨쳐스의 사무공간이 있다. 현재 팝업룸에는 ‘픽스니스Fixness‘ 팝업이 진행 중이다. 커뮤니티 센터 반대편에는 스트링 라이트가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3층 내외부 전체가 대관 공간이다. 개인 및 기업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나 전시가 가능하다. 커뮤니티센터는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요가, 명상, 쿠킹 클래스, 와인 클래스, 7일 장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3층 공용 커뮤니티 센터 ©BRIQUE Magazine
3층 커뮤니티 센터 안에 있는 공용 키친 ©BRIQUE Magazine

 

옥상

서울가드닝클럽Seoul Gardening Club @seoul_gardening_club
옥상에 다다르면 컨테이너가 먼저 보이는데 ‘그린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인 서울가드닝클럽이다. 내부에는 가드닝 판매 제품이 진열돼 있고, 클래스 진행이 가능한 공간도 있다. 옥상 정원을 이용해 모두가 흙을 만지며 참여할 수 있는 가드닝 워크숍과 정원 분양이 가능한 멤버십을 운영한다. 

옥상정원
주위 지붕 라인과 둑의 나무들이 보이는 곳으로, 공유정원 겸 옥상 텃밭이 있고 야외팝업 공간이기도 하다. 이 정원에서 캠핑, 작은 음악회, 전시, 루프탑 요가, 디자인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조용할 때, 특히 해 질 녘에 올라오면 도심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한다고.

 

옥상정원과 분양 받을 수 있는 텃밭 ©BRIQUE Magazine
서울가드닝클럽 ©BRIQUE Magazine

 

지하 1층

선큰 가든
건물 왼편으로 살짝 들어와 왼쪽 계단으로 반 층 내려가면 지하 1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좁고 길게 된 선큰 가든이 있다. 하나의 뷰를 만들어 주는 아늑한 공간이기도 하며,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야외 식사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키요코리아Keyo Korea @keyokorea_
선큰 공간에서 반 층 밑인 지하 1층에 있어 약간 숨겨져 있는 공간이다. 서퍼 커뮤니티에서 이미 많이 알려진 브랜드로 서핑 문화를 널리 알리며 관련 물품도 파는 전시 공간이다. 커스텀 보드 주문이 가능하다. 

앤티크 하우스Antique House @antiquehouse___
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을 보여주는 쇼룸이며 여행 정보를 주고받는 여행자 플랫폼이기도 하다. 서양 건축사 투어와 지하 1층인 장소에 적합하게 프라이빗 와인바도 운영한다.

 

입구에서 보이는 선큰 가든 ©BRIQUE Magazine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

2023년 가을, 1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로칼퓨처스가 제안하는 1유로프로젝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수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 입점 브랜드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적극적인 지역주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일회성 방문이나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할 수 있는 지역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1유로프로젝트. 송정동에 뿌려진 씨앗이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

 

1유로프로젝트 @1_euro_projects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15개의 청년 브랜드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 주민과 방문자를 위해 매주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년이라는 기간이 확정돼 있으며, 그 시간 안에 꾸준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개발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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