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뮤니티를 작동시키는 주인공

[Interview] 최성욱 1유로프로젝트 1Euro Project PM
©Shin Kwak
에디터. 조희진  사진. 곽신  자료. 1유로프로젝트

 

[Focus] 좋은 세상을 위해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커뮤니티 – 1유로프로젝트 1Euro Project

 

누군가 시도해 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시스템까지 구축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고 반복해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이겨내야 할 뿐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함께 결과물로 완성할 사람들을 찾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유휴 공간을 1유로에 장기 임대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 거점으로 되살려내는 ‘1유로프로젝트1Euro Project’. 꿈 같은 이런 얘기를 실제 행동에 옮기고 현실화한 사람이 있다. 공공에서 할 법한 일을 민간에서 해낸 최성욱 로칼퓨처스Lokaal Futures 대표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열정이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때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밟아온 최성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성욱 대표(왼쪽)가 입점한 브랜드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BRIQUE Magazine

 

‘로칼퓨쳐스-오래된 미래공간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로칼퓨쳐스는 소셜 디벨로퍼 아키텍트social developer architect와 브랜드 디벨로퍼brand developer, 두 가지 역할을 하는 회사입니다. 사회적, 도시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도 만들고, 선하고 현명한 일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려고 해요. 이를 위해 기획, 건축 설계, 공간 운영, 지역과의 선순환을 위한 시스템 개발 등 전반적인 일을 하고요. 공간 운영에서의 핵심인 함께 하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단단하게 자리잡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장소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착한 부동산 개발회사이자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europroject

 

1유로프로젝트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건축과 도시재생을 공부하고 실무경력을 쌓았어요. 책상에 앉아서 좋은 도시에 대해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그리는 것만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부분에도 참여하고 싶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도시재생 프로젝트 경험을 쌓으면서 저만의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1유로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코끼리빌라를 만나게 되어 본격적으로 실현할 기회가 온거죠.

 

베러얼스가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송정동 플로깅 프로그램  ©1europroject

 

1유로프로젝트 대상지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그곳이 송정동이라고 생각하나요?

낙후된 지역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어야 된다는 아이디어까진 없었어요. 제가 송정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오랫동안 건물이 방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하다며 현재 건물 소유자가 찾아오셨어요. 상업적인 면으로 봤을땐 적절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실무를 쌓으며 꿈꿔왔던 방식의 도시재생 개발을 하기에 적합한 동네와 건물이 송정동과 코끼리빌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정동 공공복합청사 예정 부지도 인근에 있어 복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사무국장직을 내려놓은 후에 본격 프로젝트에 착수했죠.

 

올해 9월에 열렸던 원유로 송정가을 대잔치  ©1europroject

 

1유로프로젝트는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나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주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한 카리스마라고 할까요? 이곳에 오면 따뜻하고 스며들고 싶게 되고, 함께 하고 싶도록 하는 느낌의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세련되게 시간이 누적된 외할머니댁. 완전히 다른 새 건물로 보이는건 원치 않았어요. 40년전의 다가구 주택에서 시간이 이어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기존 특징을 살려 본래 있던 목재나 문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죠. 저희 팀내에서는 꾸안꾸 컨셉이라고 부르기도 해요.(웃음)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된 토크 이벤트  ©1europroject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자체 분석 결과 도출한 송정동에 필요한 콘텐츠를 갖추고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란 취지와 방향과 일치하는 브랜드를 선정하려고 했어요. 구체적으로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추고,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사회 환원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의지도 꼭 필요하고요. 1유로프로젝트는 공간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약속한 시간동안 상주해서 문을 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는 브랜드 운영자가 좋은 에너지를 가졌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확인했어요. 

입점 브랜드를 정한 과정은 1유로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취지를 적용해 적합한 콘텐츠를 먼저 선정했어요. 신청팀 중 적합한 브랜드와 매칭이 되면, 레퍼런스 체크를 포함한 4단계에 걸쳐 엄격히 심사했어요. 송정동에 필요한 콘텐츠 리스트 중 신청한 브랜드팀이 없는 경우, 리서치를 통해 저희가 먼저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장고의 시간을 거쳐 1유로프로젝트의 브랜드가 확정되었어요.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된 요가 이벤트  ©1europroject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된 요가 이벤트  ©1europroject

 

공간이 오픈한 이후,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밤에 밝아서 주민들이 좋아하세요. 아침이 되면 명상 요가와 러닝클럽의 젊은 분들이 오셔서 몸을 풀어 활발함이 생기고, 행사할 때는 줄을 서서 대기하며 들어오는 사람들의 풍경이 새롭죠. 우리 동네도 이런 활발함과 함께 청년들도 많고, 쿨하고 젊은 분위기인데도 시니어들도 갈 수 있어서 좋아하시고요. 1유로프로젝트가 힘든 지역 안까지 들어와서 너무 고생 많은데, 저희가 잘 되어야 송정동이 잘 된다고 하시며 주민들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 순찰하시던 경찰관은 이 동네는 강력 범죄가 많았었는데, 이렇게 1유로프로젝트가 생기니까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요. 최근엔 성동구청과 지역의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MOU를 맺기도 했어요. 공공이 해야 할 일을 사회적 기업도 아니고 협동조합도 아닌 민간 회사가 하면서, 남들이 봤을 땐 어려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잘해주고 있는 게 멋지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위켄더스가 진행한 도그요가  ©1europroject

 

지역주민들은 얼마나 방문하고 참여하시나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방문하시는 분들은 시대의 트렌드나 신선하고 재밌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 지속적으로 경험하긴 한계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방문해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분명 있죠. 최근까지 지역 주민들이 1유로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르셔서 외부 방문객이 더 많았는데, 추석마켓, 15일, 7일장과 같은 로컬 지향적인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니 점차 로컬 방문객들이 늘고 있어요. 반가운 소식이죠. 건물이 좁은 길 앞에 있고 간판도 영어로 돼 있어서 동네 어르신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만 모인 회사인 줄 알았다고 하셨어요. 주택 이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어 동네 바깥에 나가야만 했는데, 1유로프로젝트가 마치 아파트 상가처럼 동네 안에서 식사도, 생필품 구매도, 문화 생활도 다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바랐던 지향점이에요. 지역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간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 동네 한가운데 들어간 전략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중고거래 플리마켓인 1유로 7일장 ©1europroject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인가요? 

사실은 그것을 찾기 위해 1유로프로젝트를 만들었어요.(웃음) 이곳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 공간으로 기능하면 좋겠어서요. 여전히 그 답을 찾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공간 플랫폼을 만들고 열심히 뛰다보니 저를 포함해 함께 하는 브랜드 멤버들이 희생하며 좋지 않은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식사와 잠이 불규칙 했던 날들이 많았거든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와 ‘우리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과연 진정성있게 브랜드와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였어요. 그래서 결단을 내렸죠. ‘우리부터 먼저 좋은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하자.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결국 발산돼서 외부와도 시너지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였어요. 입점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경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내부 브랜드의 셰프님과 요리 연구가님의 도움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구내식당 시스템을 만들어 건강을 챙기고 있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하는 요가, 명상, 등의 클래스를 참가해 직접 해 본 경험을 외부 사람들에게 더 진정성 있게 권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된 음식 관련 프로그램  ©1europroject
옥상정원에서 진행된 음식 관련 프로그램©1europroject

 

1유로프로젝트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얻길 바라나요?

이곳에서 서로 대안적이고 좋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주고받으며,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미디어에서 한 가지 방식으로 치우치는 삶이나, 갑자기 오르고 망하는 삶의 양상도 극단도 보이는데, 본인의 자리에서 나름 잘 살고 여유 있게 살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거든요. 1유로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사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새로 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나도 저런 방식으로 살아가도 좋겠다는 사고의 확산의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자기만의 내적 근육을 길러서 나 뿐만 아니라 상대와 사회를 지켜갈 수 있는 용기와 그로부터 오는 여유를 갖게 되면 좋겠어요.

 

©BRIQUE Magazine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이 들어오기 어려워 하시지만, 또 한번 오신 분은 계속 방문하세요. 동네 어르신들이 편히 오실 수 있도록 하는 포인트를 고민하고 있어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이 더욱 성장해 지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이런 브랜드로 모인 지역의 네트워크 유니온을 만들어 계속 확장하려고 해요. 송정동에 중단기 거주, 숙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호텔도 만들 계획이에요. 지역에 있는 주거 공간과 1유로프로젝트를 연계해 스테이 경험을 좋은 라이프스타일과 같이 관리해주는 커뮤니티 운영으로 발전시키는 것 또한 고려하고 있어요. 이런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고도화시킨 후 다른 지역에서도 만들면, 외부 관광객들이 일시적으로 왔다가는 핫플레이스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안에서 좋은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거죠.

 

최성욱 @lokaal_futures
로칼퓨처스-오래된 미래공간 연구소 대표, 1유로프로젝트 PM.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건축과 도시재생에 대해 배우고 경험을 쌓은 후, 2016년에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에서 도시재생 관련 경력을 쌓았다. 2022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첫 프로젝트인 송정동 1유로프로젝트를 기획해 현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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