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Story] 바운더리스 건축사사무소가 전하는 ‘용인 모듈러 커뮤니티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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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지일  사진. 윤현기  자료. 바운더리스 건축사사무소
 

① ‘제조’로서의 건축 — ‘용인 모듈러 커뮤니티 주택’ 시공 이야기
② [Architects] 동상이몽 – 바운더리스 건축사사무소

 



디벨로퍼로서 대학가 인근에 여러 공동주택을 운영하는 송재철 건축주는 결로와 곰팡이 같은 시공상의 문제부터, 단열과 소음, 벽지와 가구 등의 빠른 마모까지 공동주택이 가진 공통의 문제를 개선해 사업성을 높이고자 했다. 기사로 우연히 접하게 된 모듈러 주택이야말로 사업의 가치를 높여줄 최적의 모델이라 판단했다. 바운더리스 건축사사무소의 김윤수 소장은 건축가이자 셰어하우스의 운영자로서, 평소 건축주와 공간 운영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며 모듈 건축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두 사람이 모듈러 커뮤니티 주택을 만들자는 의견에 빠르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공장에서 전문가들이 제작해 높은 품질을 일정하게 보장받고, 공사 기간과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는 프리패브 모듈러 방식은 그들에게 합리적 선택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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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궁금해요. 모듈러 공동주택을 시도해보자는 것이 두 분의 공통된 생각이었나요?

김윤수ᅠ애초에 모듈로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일반적인 라멘 구조의 공동주택이었는데, 모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견이 일치해서 설계 변경을 한 차례 거쳤죠. 개인적으로도 모듈 시스템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평소 건설 현장에서의 시공상 완성도가 작업자들마다 적잖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인건비도 점점 상승하면서 이제는 건축도 공업화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송재철ᅠ모듈러 주택은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어요. 지금의 프로젝트는 2017년에 시작했지만 2010년쯤부터 시도하고자 했었죠. 그때 당시는 일반적인 건축 공사비와 비교해 모듈 하나의 가격이 무척 고가였던 시기였어요. 현재는 인건비가 높아지고 자재의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이다 보니 편차가 크게 줄었죠. 그래서 사업성을 검토할 수가 있었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시점에는 사례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컨테이너가 모듈 형식의 전부라고 인식됐을 때니까요.

송재철ᅠ맞습니다. 모듈 시스템을 체험하고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김윤수 소장과 함께 일본의 캡슐호텔 여러 곳을 방문해서 머무는 경험을 하기도 했죠.
김윤수ᅠ일본의 취침 방이나 캡슐호텔, 해비타트67 등 모듈러 건축을 좋아하고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건축주로부터 모듈에 대한 의견을 들었을 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다만 진행 중인 작업에 시도하고자 했을 때는 실제적인 참고 모델이 없어 조금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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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김윤수ᅠ처음 설계 자체가 인필 방식에 맞는 설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모듈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죠. 디자인보다는 주로 시공상의 어려움이었어요. 제작된 모듈을 이동하는 과정부터 현장에서 크레인을 설치하는 것, 경사지라는 지형적인 면까지 모든 조건이 인필 방식에 적합하지 않았어요. 인필은 넓은 평지에 적용하기 좋은 기술이거든요.
송재철ᅠ이 프로젝트는 모듈이지만 건식 온돌 바닥 난방을 적용했어요. 무게가 있어서 습식으로 하지 못하고 건식으로 해야 했죠. 건식으로 바닥 난방을 하면서 층간소음 인증을 받은 업체가 국내에는 단 하나뿐이었어요. 그나마 그 업체에서 만든 제품도 적용된 곳이 없었죠.
김윤수ᅠ이어서 말하자면, 이번에 적용한 인필 공법은 원래 선박의 선실을 만들던 방식이에요. 이를 육상에 적용함에 있어 각종 건축 인증 기준과 맞지 않아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테일이나 제품들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인필 방식은 공간 안에 모듈을 삽입하는 방식이죠. 그렇다면 면적의 손실이 있을 텐데, 이는 사업적으로 불리하지 않을까요?

송재철ᅠ실제로 손실되는 면적이 있어요. 같은 면적이라도 4면을 모두 둘러싸고 있어서 거주자 입장에서는 더 작게 느껴지죠. 작게 느낀다는 것은 면적 대비 금액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것보다는 모듈식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면적이 조금 줄더라도 거주자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사업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현장에서 작업하는 분들께 항상 ‘본인이 사는 집처럼 지어달라’고 요청하지만 그게 쉽지 않죠.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실험이었어요. 다만 실험의 규모가 너무 컸죠. 좀 작게 시도했어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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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chel Hwang

 

그럼에도 인필 공법을 채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김윤수ᅠ국내에서 모듈러 건축을 시도한다면 대부분 적층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방법으로는 여전히 고층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구조를 1개씩 쌓는 방식이다 보니 비용도 커지고요. 대량으로 시공했을 때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공법이라고 판단했어요.
송재철ᅠ일반적인 사업자라면 인필 방식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모듈러 주택은 초기에 공기를 단축시켜서 사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대다수의 개발 사업자들은 운영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분양을 우선으로 하기에 분양 후 임차인들의 생활방식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죠. 분양보다는 임대를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모듈로 만드는 것에 대해 과감할 수 있었어요.

 

 

시공 과정 ©Boundaries Architects

 

설비 측면이나 시공사 선정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송재철ᅠ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진 업체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죠. 물론 단가도 무시할 순 없었지만요. 건설 분야 종사자들은 시공 영역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기보다는 예전 방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죠. 이번 프로젝트는 정해진 게 없었어요.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정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업체를 선정했어요.
김윤수ᅠ배관이 위치하는 PS실이 일반적인 건축물보다 훨씬 커요. 전기와 통신, 공조, 오수 및 배수 등이 다 이곳을 거치게 되죠. 점검구도 커야 했고 위치도 세대 안쪽이냐 바깥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죠. 한 공간에 모든 것을 엮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건축주와 건축가와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인필 방식도 목각으로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고 변경되는 조건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게 이뤄졌어요. 다만 해보지 않은,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기에 설계나 시공상의 오류가 좀 있었죠. 모듈 제작자는 시공자가 해야 한다, 시공자 입장에서는 모듈 제작자가 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시공 과정 ©Boundaries Architects

 

모듈러 주택이 기업이나 설계사무소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송재철ᅠ쉽진 않겠지만 앞으로 모듈러 주택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쓰다 보니 현장 작업자들과 다툼도 잦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외관의 질을 높이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비용과 공기를 절감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덕분에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죠. 생각 이상으로 많은 노하우가 필요해요.

 

모듈형 건축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견해도 궁금해요.

김윤수ᅠ모듈뿐만 아니라 정확하게는 프리패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모듈은 하나의 방식일 뿐 프리패브를 통해 건축적 완성도를 향상시키고 공업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우리나라 건설 산업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만드는 등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부담이 많아요. 개발도 잘 되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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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미래의 건축에는 여러 방식의 프리패브가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한다면요?

김윤수ᅠ모듈을 활용해 디자인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디자인이 강조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었으면, 이런 건축적 실험을 계속할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기술력과 설계적 노하우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송재철ᅠ종종 입주민들을 만나면 불편한 것 없는지 질문을 해요. 소음이나 결로가 없어 좋다는 대답을 들으면 기획한 의도대로 반응이 오는 것 같아서 매우 흡족합니다. 내 집에 손님이 왔는데 편히 잘 쉬고, 잘 있다 가면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이죠. 단지 만족도가 높은 주택을 지었다기보다는 누군가 해보지 않은 시도를 했다는 것, 규모가 크든 작든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듈을 만드는 회사도 인필 공법은 시공해본 적이 없고, 설계사무소나 시공사 역시 마찬가지고요. 각 공정의 전문 건설 업자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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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들어지는 나머지 동은 어떤 모습인가요?

송재철ᅠ완전한 셰어하우스로 계획 중이에요. 집은 주로 잠을 자는 공간이고, 그 외의 모든 생활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하는 거죠. 밥을 먹거나 책을 보는 것, 심지어 용변을 보는 것까지요. 개인적으로 화장실은 1인 가구가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결로와 곰팡이, 수증기 등 주거 환경에 대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하는 장소죠. 하루에 5~6번 쓰는 공간인데 집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그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요? 최근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33㎡ 미만의 주택에서 최소 6.6㎡ 정도 되는 면적을 할애하는 게 공간 활용 측면에서 다소 불합리하다는 생각입니다. 공용이더라도 깔끔하게 관리한다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 커뮤니티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김윤수ᅠ셰어하우스인 만큼 커뮤니티 공간을 강조했어요. 사람이 살기도 하고 운영도 할 수 있는 공간이죠. 조금씩 다른 주거 유형이 뭉쳤을 때 시너지가 발휘되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이상향을 그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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