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집

[The True MZ's House] ② 영등포구 신길동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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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윤현기

 

수도권 1인 주거 비율이 40%에 달한 오늘날,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경제적 기반이 약한 이들의 내 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월세 거주 비율이 높은 MZ세대는 높아지는 보증금과 월세로 인해 낙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크고 멋진 집, 경제적 관점으로만 다뤄지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MZ세대에게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집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보고자 서울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 곳을 마련한 20~30대를 만나 집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도시에 거주하는 MZ대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은 어떠하며, 이들이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① 집과 함께 성장 중입니다 – 서대문구 북가좌동 김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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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 하나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요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외골수’와 같은 고집이 센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유명 조명 회사의 디자이너인 그 역시 그저 일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좇아 묵묵히 일을 즐긴다. 그런 그가 집을 구할 때도 별도의 업무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터. 더하여 그의 큰 풍채를 품을 수 있는 물리적인 크기도 중요했기에 앞의 조건과 사회초년생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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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위치한 영등포구 신길동은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공사판과 일상이 뒤섞인 아슬아슬한 풍경을 자아낸다. 여의도 바로 아래에 있어 두 동네를 잇는 다리를 걷다 보면 으리으리한 빌딩숲과 오래된 동네의 대비로 위화감마저 든다. 집 건물에 들어서기 전 바로 보이는 철도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1호선 신길역과 대방역 철도 사이에 있는 집은 창문을 닫지 않으면 전철 소리가 집안에 그대로 들이닥친다. 철도 건너편에는 골프연습장이 있어 전철 소리의 빈틈은 골프공 치는 소리가 메운다. 그런데도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면적이 넓고 저렴했으며 직장과 가까웠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미래를 위해 일을 하는 그가 오랜 시간 머무를 집을 허투루 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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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내 조명 회사에서 조명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박상현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나보기 어려운 직업인데요. 어떻게 조명 디자이너가 됐고 조명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졸업할 때쯤 공간 설계를 하고 싶었어요. 전공이 다르다 보니 접근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조명 설계를 생각하게 됐죠. 조명이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회사에서는 직업 그대로 조명을 디자인해요. 한 건축물이 지어지면 그곳에 어울리는 조명을 기획해서 건설사에 제안하죠.

 

사실 자취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명 활용하는 팁’ 등의 질문을 준비했었는데요. 막상 집을 보니 익숙한 이케아 조명이 보이고… 기대했던 특별한 조명은 없네요. (웃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신 것 같은데 (웃음) 조명이 가장 유리한 빛을 내기 위해선 공간이 넓고 대비가 있어야 하는데요. 국내 대부분의 집은 작고 층고도 낮아 그저 ‘빛’ 이상의 역할은 힘들죠. 특히 제 또래가 많이 사는 원룸은 더 그렇고요. 그래서 이케아 브랜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공간에서 분위기를 내기에 적당한 디자인과 가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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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살아본 신길동은 어떤 동네인가요?

신길동은 낮고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이에요. 요즘에는 보기 드문 슈퍼마켓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정겨운 느낌이 있어요. 또 본가인 아파트에서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도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서는 골목골목에서 주민들을 자주 마주쳐요. 매번 인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내적 친밀감 같은 게 쌓이더라고요. 

 

주변을 걸어 보니 이야기한 정감이 느껴졌어요. 다만 다세대주택 외에 쉬거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더라고요.

다행히 밖을 많이 안 나가는 편이라서 보통 집에서 TV를 보거나 따분할 땐 여의도가 한눈에 보이는 샛강다리에 산책하러 가요.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여의도에 있는 백화점을 가기도 하죠. 말씀하신 것처럼 집 주변에서는 특별히 할 게 없어요. 자주 가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정도?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5분이라고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주근접의 삶은 어떤가요?

제가 걸음이 빨라서 15분인데 직선거리로는 1km는 돼요.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라서 좋아요. 적당히 출퇴근 느낌이 난달까요? 걸으면서 전화도 하고 볼일도 보면서 산책하는 거죠.

 

신길동과 여의도동을 잇는 샛강다리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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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자마자 든 생각이 ‘집 정말 크다’였어요. 가격에 비해 집이 넓은 편이에요. 이 집은 어떻게 구했나요? 

놀러 온 친구들도 대부분 가격을 듣고 놀라요. 집주인이 아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받았고요. (웃음) 집 주변에 있는 한 부동산을 몇 번 찾아갔어요. 부동산 앱에서도 그 부동산만 봤고요. 그러다가 이 집이 올라왔는데 너무 괜찮아 보여서 올린 지 세 시간 만에 연락을 드렸죠. 가자마자 계약을 했어요. 이 집은 2016년에 지어진 거의 새 건물이에요. 원래 집주인분의 부모님이 사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관리가 깔끔하게 되어있던 것도 좋았어요. 소음 외에는 완벽한 집이죠.

 

예산과 예상 비용은 어느 정도였나요?

중소기업 청년대출에 부모님 도움과 제가 모은 돈을 더해 보니 보증금 1억 2천까지 나왔어요. 월세는 50만 원 이하를 원했죠. 월 고정지출 50만 원이 넘어가면 돈은 못 모을 거 같았거든요.

 

예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런 집을 구했다니. 기분이 정말 좋았겠어요. 근데 신길동만 알아봤나요?

처음에는 회사가 위치한 영등포구청 인근을 주로 알아봤어요. 근데 그 동네는 왜인지 모르게 정이 잘 안 가더라고요. 빌딩숲 사이로 조그마한 원룸이 몇 억씩 하니까요. ‘이 한 몸 뉘일 데가 마땅치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근처인 신길동을 알아본 거죠. 근데 여기도 엄청나게 싸진 않아요. 다만 이 집은 철도 옆이라 그 점을 감안한 가격인 것 같아요.

 

작업실 ©BRIQUE Magazine
작업실 창문을 열면 전철이 바로 보인다. ©BRIQUE Magazine

 

여러 집을 보면서 집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을 텐데요.

일단 창문이 많아야 해요. 밖을 바라보며 시간의 변화와 함께 하루를 온전히 몸으로 느낄 때 기분이 좋거든요. 그리고 벽지도 많이 봐요. 극단적으로 대학가 자취방에 많은 장미 벽지 같은 건 보기만 해도 거부감이 들잖아요. 제 또래 대부분은 전월세살이를 할 텐데 마음대로 벽지를 바꾸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가급적 무난한 벽지를 사용한 집이 좋아요.

 

서울에서 비슷한 금액대의 집들은 대개 그런 모습이잖아요.

앞서 말했지만, 이 동네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아요. 많은 집을 가봤는데 리모델링은 했지만 울퉁불퉁한 바닥 상태 등 연식을 속이진 못하더라고요. 같은 금액대의 집 상태는 대부분 비슷했어요. 또 오피스텔도 세 군데를 봤는데 어쩐지 오피스텔에선 못 살겠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풀옵션에 빌트인 구성으로 모든 게 갖춰진 곳에서 정해진 대로 사는 느낌이 싫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집을 구할 때도 자신만의 관점을 녹여내는 디자이너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아요.

에어컨 빼고 이 집에 있는 모든 가구와 집기는 다 제가 계획해서 산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디자이너 성향이 집에도 투영된 거죠. 나에게 맞는 공간을 스스로 꾸며서 그런지 애틋해요. 

 

이 집에서 지낸 지 1년이 됐다면서요. 살아 보니 어떤가요?

일단 작업 공간과 침실을 분리를 할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이전에 살던 원룸에서는 어떻게든 침대와 PC를 최대한 떨어트려 놓았어요. 작업 하다가 무조건 침대로 갈 걸 아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어 좋아요. 단점은 딱 하나. 시끄러운 거. 바로 앞에 철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집주인이 창문을 좋은 제품으로 설치해 닫아두면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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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TV요. 예전부터 집에 가면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고 집 어디서든 방송 소리가 계속 들려왔어요. 이런 기억들 때문에 집을 생각할 때 TV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요즘도 TV를 자주 보는데 시청하지 않을 때도 일단 틀어 놔요. 일종의 백색소음이 됐거든요. 스마트폰 때문에 티비를 안 보는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 세대까지는 다들 공감할 거에요. 

 

맞아요. 집에 가자마자 TV를 틀곤 했죠. 가까운 시일에 돈을 모아 집을 갖는다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요?

본가가 아파트지만, 아파트에는 안 갈 것 같아요. 요즘 나오는 아파트를 보면 어떻게든 많은 세대를 넣으려고 닭장처럼 짓더라고요. 그걸 보면 영화 ‘아이 로봇’이 떠올라요. 매일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일하고 다시 돌아오고… 물론 삶은 제각각이겠지만 형식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그 모습이 싫어요. 그리고 주변 환경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서비스업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어느 정도 도심에만 살아도 불편이 없을 거 같아요. 생각을 다듬어 보니 저는 수도권 내 협소주택에 살고 싶어요. 그때쯤이면 저도 제 사업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불편할 테지만, 지금 집보다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을 좀 더 확실하게 구분 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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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꼭 필요한 공간이 있다면?

운동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리를 안 하면 계속 불어나는 몸이라. (웃음) 그리고 식탁 겸 업무를 위한 큰 바 테이블을 하나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거기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회의도 할 수 있도록요. 언젠가 제 사업을 하는 게 목표라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주로 생각하게 되네요.

 

그려낸 집으로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7~8년 후요. 서른 무렵 사업을 시작할 테고 지지고 볶는 시간을 거쳐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 그쯤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직접 그린 미래에 살고 싶은 집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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