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은 내가 먹은 것으로부터

[Wellness Lifestyle] ③ 황효진 인성물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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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성우  사진. 곽신, 황효진, 김영광, 석유진  자료. 인성물산

 

‘웰니스wellness’는 몸, 마음, 정신이 조화를 이룬 최선의 상태인 ‘웰빙well-being’에 도달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웰니스를 키워드로 내세운 활동과 제품, 서비스가 넘쳐난다. 하지만 웰니스는 단기간에 소비되는 트렌드가 아니다. 오래 지속되어야 할 문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가 바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Wellness Lifestyle’이다.

건강하고 균형있는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로 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명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가꾸는 사람, 자기만의 호흡으로 즐기며 달리는 사람, 요가를 통해 중심을 잡고 매일 수련하는 사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제철 음식과 차를 나누는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Wellness Lifestyle
① 오직 나를 위한 러닝 — 김성우 마인드풀러닝 스쿨 코치
②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는 찻자리, 초심헌 — 김용재 청년청담 대표
③ 나의 몸은 내가 먹은 것으로부터 — 황효진 인성물산 대표
④ 몸을 도구로 쓰는 명상, 요가 — 신지혜 나투라 프로젝트 대표
⑤ 나를 발견하고 힘껏 감싸 안는 삶 — 최소연 들을리 소향 대표
⑥ 노No무리 라이프, 주체적인 농촌 생활 — 오남도 · 정광하 꽃비원 대표
⑦ 자극 대신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 경서윤 마인드풀니스 명상안내자
⑧ Life Curators 8인

 


 

40년 동안 개인 소유로 그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던 숲이자 정원, ‘부영농장’. 육지에서 직접 공수하기도 하고 정성껏 수백, 수천 종의 식물이 가꿔져 있는 비밀의 정원이 지난 2022년 여름, 처음 공개됐다. 오픈하우스 기간 동안 사전 예약을 통해 어렵게 만나 볼 수 있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진심인 팝업 다이닝 ‘오지나 제주’를 알게 돼 묻고 물어 찾았더니 만나게 된 인성물산. 알고보니 부영농장도 인성물산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비로소 두 브랜드의 퍼즐이 맞춰졌다.

인성물산은 20년 이상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서 건강을 회복시키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고, 공급하고, 그것으로 만든 음식의 장점을 알리고 경험하도록 지원한다. ‘음식과 약은 근본을 같이 한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처럼 좋은 재료의 음식이 곧 웰니스의 시작과 끝임을 강조하는 황효진 인성물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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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돌봄에서 시작한 일

 

제주가 아닌 무주에서 뵙게 되었는데요.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배추 농사를 지어주는 파트너 농장입니다. 저희가 모든 재료를 재배할 수 없으니까, 농사를 짓는 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있어요. 농약이나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저희가 원하는 방법대로 작물을 키워주실 분들께 부탁을 드리는 거죠. 무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어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써야 하는 채소, 쌈과 같은 종류는 제주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고, 쌀, 배추, 마늘, 양파 등은 모두 맡겨 놨어요. 김장은 지금처럼 무주로 와서 직접 만든 다음 옮겨가요.

농사지을 때 물이 좋아야 합니다. 농작물이 좋은 물을 먹고 자라야 건강한 재료가 될 수 있어요.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어 보면, 배추를 절일 때 수돗물로 씻게 되면 빨리 흐물흐물해져서 김치의 식감 자체가 금방 무너지게 돼요. 물도 좋고 공기도 좋은 이곳, 무주에서 배추 농사도 짓고 김장도 해서 제주도로 가져가고 있어요.

 

무주 파트너 농장에서 함께 김장을 담는 황효진 대표 ©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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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물산은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이죠?

인성물산은 좋은 먹거리로 건강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산해야 하고, 음식을 할 때 어떤 재료를 써야 하는지 재료를 생산하는 농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소비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노력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좋은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전국 각지의 농가와 계약을 맺어 농약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약 재배를 진행해요. 또한 성장촉진제나 항생제를 쓰지 않은 육고기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의 전통 식문화인 발효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요.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들어 레스토랑과 건강 회복을 돕는 분들께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나온 약초를 관리하고 수집, 보관하면서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한 공간도 마련했어요. 이를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 팝업 다이닝 ‘오지나 제주’와 팝업 정원 ‘부영농장’이고요. 조금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치유와 회복을 위해 각자에게 맞는 식재료를 고를 수 있도록 하고, 먹거리의 생태 교육을 통해 건강한 식재료의 선택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셰프들에게 농사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식재료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주 부영농장 © Hyojin Hwang

제주 부영농장 © Hyojin Hwang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요?

가족이 크게 아픈 적이 있었어요.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도 되고 더 이상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모든 가족이 그를 살리기 위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환자에게 맞는 약초와 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발효식품을 만들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먹도록 했어요.

오랫동안 꾸준히 실천한 덕분인지 건강을 회복하게 됐어요.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관리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발효식품인 간장, 고추장, 된장도 담아서 준비하고, 농사의 규모도 키웠어요. 몸에 맞는 약초, 식재료, 음식을 하나하나 개발하고 효능을 확인하면서 사업으로 발전시켜왔어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데, 오랜 기간 운영해 오신 것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사업을 하고자 한 게 아니에요. 가족을 돌보며 주변의 소개로 조금씩 알려진 것이죠. 대외적으로 오픈하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분을 돕고 있었고, 여전히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발생하지도 모를 오해로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러던 중 2022년 부영농장 팝업을 기점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팝업에서 만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정말 아픈 분들도 많고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많고, 어떤 것을 어떻게 찾아 먹어야할 지를 모르겠다는 분들이 정말 많으셨어요. 제대로 된 음식이 어떤 음식이고, 어떤 것을 먹어야 되고 어떻게 길러진 재료들이 좋은지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알려드리기 위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지려고 해요.

 

좋은 먹거리는 약과 같다

 

음식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한다는 게 무엇인가요?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현대인의 병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긴 것이라는 인식이 있죠. 저희 생각에는 그게 아니라 잘못 먹어서 생긴 병이라고 봐요. 올바르게 알고 제대로 먹으면 누구나 건강해질 수 있어요. 한의학에서 ‘식약동원’이라고 해서 ‘음식과 약은 근본을 같이 한다’는 말이 있어요. 좋은 재료의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몸이 회복된다는 것이죠.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식품은 약이 되고, 약은 식품이 되게 하라”라는 명언을 남겼죠.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어떤 것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의미인데요.

다시 말해 좋은 재료를 먹고 면역력만 올라가면 몸이 치유되는 건 당연하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좋은 먹거리를 통해 자기 몸이 건강해지면 주변 사람을 돌봐줄 수가 있고, 그들이 또 건강해지면 행복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좋은 먹거리란 어떤 것이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좋은 먹거리는 본인의 몸에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농약과 비료 등 인위적인 첨가물이 들어가게 되면 몸에 해를 끼칠 확률이 높아져요. 자연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생산된 먹거리가 좋은 먹거리에요.

소비자들이 예쁘고 크고 깨끗한 농작물을 원하기 때문에 농부들이 그것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양은 조금 예쁘지 않더라도 더 맛있고 좋은 식재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할 것 같아요. 이 지점이 저희가 해야할 일이라고 보여요.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하면 분명히 농부들도 이런 기준의 농작물을 더 많이 키우게 되고, 좋은 식재료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도 늘게 되겠죠.

 

기후위기가 빠른 속도로 체감됩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재배하는 데에도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 자체도 점점 어려워질 것 같은데요.

좋은 재료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저희는 ‘발효’를 강조하고 있어요. 발효를 시켜두면 오랜시간 그 맛을 유지할 수도 있고요. 그 안에 들어있는 약성과 좋은 재료들이 갖고 있는 효능이 녹아 들어요. 발효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발효식품은 상당한 기간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저희는 간장, 고추장, 된장을 직접 담고 있어요. 김치도 지금처럼 담고요. 좋은 과일을 활용해 발효액을 만들어 놓았죠. 매실액이나 감귤액 등 발효 엑기스들로 음식을 하거나, 좋은 차나 음료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죠. 모두 족히 10년 이상 발효된 재료로 음식을 합니다.

 

 

발효숙성실 © Younggwang Kim
© Hyojin Hwang

 

100년 넘은 씨간장이 있다면서요.

128년 됐어요. 저희가 직접 담은 건 아니고요. 안동에 계신 종갓집에서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써달라며 기증해주셨어요. ‘씨(seed)’라는 말그대로 씨앗이 되는 간장이에요. 양이 적기 때문에 쓸 때마다 복제를 해요. 된장이나 간장에 씨간장을 한 스푼을 넣으면 128년 된 미생물과 결합해 복제돼요. 복제된 간장이 그 맛을 이어갈 수 있게 돼죠. 씨간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새로 만든 간장에 한 숟가락씩 뿌려서 미생물을 복제하는 방식도 써요. 씨간장을 다 쓰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 때쯤 되면 다른 간장들이 120년을 훌쩍 넘을 거예요.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는 거죠. 오랜 세월을 견디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간장이 가진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에 가면, 3대, 4대, 5대째 집안의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한국은 역사적 상황들 속에서 대부분 명맥이 끊겼어요. 저희부터라도 그 전통을 만들어서 “이 집은 제대로 오랫동안 만들어 온 집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아들이 잘 이어받아 주어야 할 텐데.(웃음)

 

발효숙성실 © Hyojin Hwang

 

비밀의 문이 열리다

 

오지나 제주는 어떤 목적으로 만든 건가요? 팝업으로만 운영하는지.

오지나 제주는 인성물산에서 한식을 공부하고 있는 오스틴 강 셰프의 제안으로 2020년 7월 딱 두 달간 팝업으로 열렸던 한식 다이닝이었어요. ‘오지나’라는 이름은 오스틴 강 셰프, 황지원 셰프, 황나비 디렉터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죠. 좋은 음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팝업 기간 동안 인성물산의 발효 및 숙성실과 약재전시실 투어를 진행했어요. 당시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 미식관광이란 주제로 홍보영상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오지나 제주도 참여하게 될 기회를 얻었어요.

함께 소개된 미쉐린3스타 레스토랑 ‘모수’, ‘본앤브레드’, 정관스님이 운영하시는 ‘두수고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대표 한식 레스토랑으로 소개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죠. 그래서 두 달 팝업이 2년 팝업으로 연장되었고, 현재도 매주 금~일 3일간 운영 중입니다.

 

팝업다이닝 ‘오지나’ © Hyojin Hwang
© Hyojin Hwang
© Hyojin Hwang

 

‘팜 투 테이블’이라는 개념이 있던데요. 어떤 의미인지요?

농장에서부터 테이블에 올라가기까지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써야 할 재료인 쌈채소들은 직접 농사를 짓고, 그외에는 적어도 10년에서 15년동안 저희와 인연을 맺고 계신 분들께 계약 재배를 부탁드리고 있어요. 제대로 된 농수산물을 사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합니다. 농장들과 거름부터 시작해 농사 방법까지 공유하고 수시로 농장을 방문해 잘 짓고 있는지 체크를 하면서 관리하고 있죠.

무주에서 직접 김장을 하는 것처럼 전국 각지에서 나오는 재료를 그대로 상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자연산 나물들이나 산에서 나오는 과실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이것 또한 재선충약을 쳤는지, 어떤 약을 썼는지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사용합니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농산물과 산에서 채집한 자연산 재료를 15년 넘게 발효숙성시켜 만든 발효액과 식초로 음식을 하고 있어요.

 

© Younggwang Kim
© Younggwang Kim

 

셰프와 한식 다이닝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는데요. 기존의 한식당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한식은 기본적으로 모양이 예쁜 음식은 아니에요. 한식의 기본형태는 집밥,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에요. 또 푸짐해야 하고요. 외국인 손님들이 다른 한식 파인다이닝 식당을 다녀온 후에 ‘재미가 없다’라고 이야기해요. 음식의 맛과 퀄리티는 좋았지만, 과연 이것이 한식인가 의문이 들었대요. 서양 음식스럽게 모양을 냈거나, 한국 식재료로 서양 음식 맛을 냈다는 거죠.

오지나는 전통 한식 코스입니다. 한식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푸짐하게 준비해요. 농장에서부터 테이블에 오를 때까지 조리 과정도 이야기로 담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한식은 속이 편하고 언제든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에요. 한 끼만 먹어도 질리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한식은 하루 세 끼를 먹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서양 음식으로 요리를 시작한 오스틴 강은 농사짓는 법부터 굉장히 열정적으로 한식을 공부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전통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위해서 준비 중입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재료를 활용할 계획이에요. 제대로 된 한식 요리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계적으로 케이푸드라 불리우는 진짜 한식의 전통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옛 임금의 수라상이 생각나는데요. 오지나 제주를 경험하신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오지나를 경험하셨던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부분이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이 너무 잘 드러난다’, ‘재료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속이 편하다’ 등입니다. 이 반응이 정확해요. 온전히 땅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농사를 지은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최대한 살리고,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편하죠. 발효음식의 특징이기도 해요. 선조들의 발효 음식 문화가 정말 좋은 문화거든요.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계승할 수 있도록 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지나 제주 © Younggwang Kim
오지나 제주 © Younggwang Kim

 

치유와 회복 경험을 전파하다

 

부영농장에서 팝업을 진행하셨는데요. 팝업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셨나요?

부영농장은 노老 부부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가꿔온 곳이었어요. 저희가 운영을 맡게 되고 2022년 여름 첫 팝업을 열었는데, 방문하신 분들이 입을 모아 치유를 경험했다고 전했어요. 저희가 기획할 때에도 방문객들이 부영농장의 빨간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다른 세상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이야기 거리와 좋은 먹거리가 있어야 했죠. 그래서 좋은 커피를 공급하는 로스터리 카페들을 초대해 매주 팝업을 열고 참가자들과 대화의 시간도 보내고, 농장에서 저녁 음악회를 열었죠. ‘약보불여식보 식보불여행보藥補不如食補 食補不如行補’의 뜻 그대로 좋은 먹거리를 꾸준히 챙겨먹는 것이 약을 먹는 것보다 낫고, 좋은 먹거리를 챙겨 먹는 것처럼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느끼시고 기억하시길 바랐죠.

 

부영농장 © Youjin Seok
© Hyojin Hwang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공간과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주세요.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고 몸과 정신이 치유와 회복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자 하는데요. 공기 좋고 물 좋은 제주도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먹거리 문화에요. 자연적인 숲 속에서 매일 산책하고 난 뒤 건강에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티하우스tea house, 회복을 위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dining 공간 등을 만들 예정인데, 부영농장의 기존 정원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려고요.

우리나라 음식은 본초학이 기원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체하거나 탈이 나면 매실액을 마시도록 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본초학에서 비롯됐죠. 구하기 힘들고 전설 속에 있을 법한 약초에 대해서 경험하고 약초들을 접할 수 있는 박물관도 함께 세우려고요.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려고 해요. 20년 이상 준비를 해온 만큼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한식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셰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장에 참여하신 셰프들도 여럿 보이더라고요.

셰프를 교육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와 같이 목소리를 내줄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에요. 후니 킴, 오스틴 강 등과 같은 분들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게 되면,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후니 킴 셰프는 얼마 전 뉴욕에서 전통 발효 음식을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 ‘메주meju’를 오픈하셨는데요. 오픈한지 1년이 채 안돼 미쉐린1스타를 받으셨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어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든든해요.

 

©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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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 공동체를 위한 실천의 삶

 

균형감 있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제일 중요해요. “아이들은 속이 편하면 보채지 않는다”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세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속이 편한 음식을 먹이면 아프지 않아요. 저희 아이도 병원에 거의 가본적이 없어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길 줄 알아야 남을 돌볼 수 있어요. 그래서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고, 다른 것과 다름을 경험하고, 몸이 기억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항상 좋은 식재료의 음식만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치킨이나 피자 등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 날에는 조금 편안한 음식을 먹어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어떤 실천을 하시는지요?

제 실천의 핵심은 좋은 음식을 먹는 거에요. 외식을 전혀 하지 않아요. 저희 집에는 이미 좋은 재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게 훨씬 좋아요. 술도 마시지 않고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아예 손대지 않는 편이에요.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좋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되면 몸이 바로 반응해요.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관절이 아픈 경험도 해봤어요. 외출도 주로 당일치기로 일정을 잡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해요. 일정이 길어질 경우,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찾아서 식사를 하죠.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변수는 늘 생기니 불가피하게 원하지 않는 메뉴로 식사할 때에는 조금 먹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하죠. 음식에 따라 몸의 컨디션이 많이 달라진다는 경험은 몸소하고 있어요.

 

앞으로 펼칠 계획이 궁금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도 건강해진다는 메시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전하려고 해요.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많은 부분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도 알리고요. 부영농장과 오지나를 통해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죠. 요즘은 김장하는 풍경을 보기가 어려워요. 이러한 문화들도 유지, 계승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좋은 음식은 그렇게 해야 만들어져요. 오늘 대화가 건강한 먹거리 문화 확산의 좋은 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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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
(주)인성물산 대표. 투병 중인 가족을 돕기 위해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 생산을 시작했고, 그 회복의 경험을 전파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팝업 다이닝 ‘오지나 제주’, 치유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 ‘부영농장’, 발효음식을 연구하고 만드는 ‘발효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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