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오브젝텀 건축사사무소 Objectum Architects
동네, 사람
“동네 사람들이 들러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다 가고 가끔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동네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건축물로 잘 만들어주세요.”
다가구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라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우선시되는 건축물을 의뢰한 건축주는 숫자보다 사람과 동네를 이야기하며 대지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4 + 2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개발 가능한 최대 면적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자 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 위치한 대지를 보며 많은 제약 속에서 뻔하고 슬픈 결말을 걱정했지만 대지 안에서 작은 가능성이라도 찾아 드러내면 좀 더 나은 결말을 마주할 것이라 생각했다.
190㎡의 협소한 비정형 대지는 정북방향 일조사선제한으로 인해 3, 4층의 상당 부분을 실내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40%의 건폐율 안에서 진입도로에 가깝게 지상층을 배치하면 일조사선제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남동쪽에 외부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는 지하에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게 하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공유 주방과 카페로 확장되어 마당이 된다. 일조사선으로 인해 만들어진 3개 층의 외부공간과 옥상이 수직적으로 배치돼 각각 다르게 활용이 가능하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일상생활 속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다. 따릉이와 킥보드 등의 이동 수단과 옷, 공간에 이르기까지 소유하는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이 집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모든 공간에서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해 활용하고 있다. 지하 1층의 공유 주방은 소규모 모임, 쿠킹클래스, 촬영 스튜디오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지상 1층의 24시 무인카페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가 되었다.
2, 3, 4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옥상정원은 셀프 스튜디오로 각각 활용하고 있다.
3, 4층 가구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 5~6㎡의 외부 공간을 각 층에 계획해 거주자가 바람과 볕을 쐬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임대공간의 면적을 줄이며 만든 공간이기에 건축주를 납득시킬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두 개 층 가구의 전용면적을 최대한 실내로 사용하면 각각 대략 35㎡를 확보할 수 있지만 전용면적 30㎡를 기준으로 추가되는 주차 대수가 1층의 공간 활용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각각 2평이 채 안 되는 외부 공간이지만 1층의 활용도를 높여주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은 이 공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6개의 비워진 곳. 공간(空間)이 이 계획의 중심이 되었다.
적벽돌
여러 제약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며 계획된 매스는 다소 낯설 수 있는 형태이기에 외장재는 주변과 어우러지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적벽돌을 사용했다. 직선과 사선이 공존하는 외벽을 따라 쌓아 올려진 벽돌은 빛을 만나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고 부분적으로 적용한 비워쌓기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스크린 또는 난간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입면과 실내공간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자리잡기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현장 앞을 지나던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빌라는 아닌 거 같은데… 뭐 하는 건물이에요?” “희한하게 생겼네” 등등.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 동네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설레고 긴장되는 시간이다.
건축주의 의지와 노고 덕분에 함께 이야기 나누며 상상했던 모습이 현실로 옮겨졌다. 우리의 바람대로 언제나 동네에서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