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스페이스 매터 space matter 정리 & 편집. 정지연 에디터
서울시 종로구 숭인1동은 신축 대단지 아파트 옆에 있는 오래된 동네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담장을 경계로 대조적인 생활 환경과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의 단지형 아파트가 그렇듯 자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울타리 안에서 쾌적한 생활을 한다. 생활 인프라에 해당되는 아파트 부대복리시설을 아파트와 함께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파트 담장 밖 동네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생활 인프라를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간이 아파트 단지로 묶어 공급하는 경로당이나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 같은 부대복리시설은 공공이 제공해야 하는 생활 인프라다. 하지만 민간이 단지단위로 주택공급을 주도해온 한국에서는 생활 인프라마저 상품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시민들은 소득수준에 맞춰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 인프라가 아파트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유다.
이 동네 주민의 대부분은 토박이다. 평균 연령도 높다. 덕분에 동네 분위기가 차분하지만 활기가 필요해 보인다.
생활환경의 기울어진 상황을 개선하고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숭인1동 동망산길에 조그만 공유 공간을 조성했다. 숭인공간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1층은 소정의 이용료만 부담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다. 이곳에선 스터디 모임부터 친목 모임까지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다. 이곳은 외지인과 동네주민, 그리고 셰어하우스 입주민 모두의 사용을 염두하고 조성한 공간이다. 2층부터 5층까지는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들의 공유 주택이다.
숭인공간이 의도한 바와 같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려면 적정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다행히 임대수익은 시간과 면적을 나눌수록 증가한다. 물론 그만큼 공실 부담도 증가한다. 결국 콘텐츠가 관건이다. 건축적 개입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으려면 질 높은 공간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완성해야 한다. 이제 공간을 마련했으니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완성할 차례다.
셰어하우스는 경제적 이유로 탄생한 새로운 생활방식이다. 모태는 최소 주거단위인 방을 임차하는 것이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주거방식을 지향하고 있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 돼 있다.
셰어하우스는 보통 공유 영역을 외부(도시)에서 내부(주거)로 확장한다. 다시 말해 주택과 광장의 관계가 방과 거실의 관계로 고스란히 치환되는 것이다. 그래서 셰어하우스의 방은 최대한 사적인 성격을 지녀야 한다. 내밀한 쉼터가 있어야 사람들이 광장에서 어울릴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집을 소형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매스를 분할, 방을 독립된 공간처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결과 방은 개별 통풍이 가능하며 풍경과 채광도 두 배가 된다.
반면에 1층 공유 공간은 분할된 매스를 투명하게 연결했다. 거리에 면한 전면(현관문 포함)도 투명하게 개방했다. 거리에 활기찬 풍경을 제공하고 입주민들을 생기 있게 맞이하기 위해서다.
숭인공간을 통해 청년 입주민과 지역주민 간의 시각적 교류를 가능케 해 서로가 이웃임을 인지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