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건축사무소 예하파트너스 YEHA PARTNERS ARCHITECTS
Industiral City
대부분의 대지가 공업지역인 성수동은 강남과 강북 중간에 위치하여 높은 접근성을 갖고 있고 평탄한 지형으로 인해 소규모 가공 공장이 운집되어 있다. 1970년대 도심개발의 논리에 의해 밀려난 영세 공장들은 각기 다른 스케일을 가지며 불규칙한 도시의 경관을 구성한다. 그 틈새에는 저층으로 고밀 개발된 주거 건축물로 나머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오늘날 공장지는 지식산업센터로 재개발되고, 주거 건축물은 점차 상업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성수동만의 산업적 경관을 이용한 개발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건축물 용도 변경의 배경이 됐다.
URBAN LOFT
‘URBAN LOFT’ 프로젝트는 집 장사로 주택을 대량 공급하던 고도성장기에 빨간 벽돌로 지어진 주거 시설의 리모델링이다. 동네의 풍경은 크기와 형태만 다른 벽돌에 의해 미묘한 정체성을 만들어 내며, 각기 다른 외부계단이 골목으로 연결된 구조는 이곳만의 공통 코드다.
과거, 각자의 재산에 따라 반지하부터 각 층을 점유하던 수직적 주거 형태는 부동산 가치 상승에 의해 저층은 상가, 상층은 주거 공간으로 변모했고 리모델링의 기준이 됐다. 시작에 앞서 기존 건물에서 없앨 것과 남길 것, 그리고 새로 추가할 것을 고민했으며, 그 중심은 기존 벽돌의 텍스처와 외부 계단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지층과 1층의 상가와 오피스는 골목을 향해 열리도록 했고 2층은 독립적인 주거 공간으로 계획했다. 1,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유지하되, 철제 와이어를 설치하여 공간의 깊이를 더했다. 상층 주거 부의 독립성을 표현하기 위해 외피는 철제 강판으로 마감했고 철골 면의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이 골목에 비친다.
리모델링의 묘미는 기존의 질서와 새로운 변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무엇을 남기고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에 대한 질문의 시작은 도시의 맥락을 해석하는 것부터다. 30여 년 자리를 지켜왔던 기존의 관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향후 주변 블록의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간적 상상은 아마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오두막집과 비슷하지 않을까? 도심 내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도달하는 여정과 노력, 그것이 URBAN LOF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