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오에이랩
‘작은 공원’은 반포동의 밀집 주거지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을 겸한 다가구주택이다. 서울의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소외돼 왔다. 특히 다양한 욕망이 한데 뒤섞이며 개발된 근린생활 밀집지역은 서울에서도 자연 소외현상이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는 곳 중 하나이다. 이 지역은 최소 법적 조경 면적조차 적용되지 않는 규모의 건물들이 1층을 주차공간으로 채우며 도시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일상의 풍경에서 건축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동네를 거닐며 유심히 관찰해보면, 건축가 혹은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척박한 지역임에도 골목골목마다 건물 사이의 틈새에서 녹색의 생명이 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람의 손길 없이 자라난 자연발생적인 식생과 거주자들의 자연에 대한 욕구가 만들어낸 자연의 패턴을 닮은 조경이 그 나름의 질서를 가지며 척박한 환경의 틈새에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 집은 골목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자연발생적 녹화에 대한 관찰에서 건축적 가능성을 발견하며, 건물의 주변부와 공용 공간에 휴식과 자연을 위한 틈새를 제공한다. 용적률을 가득 채우며 들어선 원룸들 사이에 있는 외부 계단은 이동을 위한 수단만이 아닌, 원룸이라는 척박한 여건에서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공 영역의 역할을 한다. 계단과 계단참 폭을 조정해 만든 틈새 공간에서는 식생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영역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골목길에서부터 이어진 계단실은 수직적으로 거주자들을 연결해주는 ‘작은 공원’이 된다.
건물의 정면이라 할 수 있는 8m 도로에 접한 동쪽 입면은 흰색 벽돌로 단정하게 구성해 주변의 산만한 도시환경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에 반해 거주민의 주출입구가 위치한 남쪽 입면은 붉은 고벽돌과 청고 벽돌 및 리빙 브릭(Living Brick)으로 다채롭게 구성해 좁은 골목의 음침한 분위기를 밝힌다. 역설적으로 폭 3m의 좁은 골목에서 주출입구로 역할하는 남쪽 입면은 사선 벽을 통해 건물 정면인 동쪽으로부터 진입을 유도하는 동시에, 식생이 자라날 수 있는 벽의 깊이와 틈새를 제공한다. 이 틈새에서 자라나는 식생들은 거주자들이 가꾸는 사유영역의 조경이자,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영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조경으로도 기능한다.
‘작은 공원’은 규모로 인해 법적 조경면적이 적용되지 않는 전형적인 다세대 및 근린생활시설 밀집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계단과 외벽, 옥상 테라스 등의 작은 틈새를 활용해 최대한 자연을 끌어들여 조경과 휴식공간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어둡고 접근이 불편했던 골목을 사람을 반기는 골목, 함께 사는 골목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