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ADMOBE Architect
건축 배경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는 건축주는 해외에서 10년 이상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고, 귀국 후에는 성북구의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 아들, 딸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단독주택 생활이 그리워졌고, 살고 있던 정릉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건축가와 함께 집 지을 땅을 찾기 시작했다.
건축주와 함께 대지 조건을 검토하고 현장 몇 군데를 같이 돌아다녔다. 최종 선정된 대지는 남북방향으로 한 개 층 높이의 경사를 갖고 있는 정릉의 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웃집과 워낙 가깝게 붙어 있어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남쪽의 창을 과감히 포기해야 했다. 골목도 좁아 최대한 이웃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목구조를 이용한 빠른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주도 목구조에는 익숙한 경험이 있어 다행이었다.
요구 사항
건축주는 건축가를 만나자마자 책이 많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모님은 미팅 때마다 음식을 준비해 오셨고 장성한 두 자녀와 스스럼 없이 지내는 점을 자주 언급했다. 집을 짓게 되면 연구실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다락방을 연구실로 만들 생각도 갖고 있었다. 네 식구는 악기 연주를 즐겼고 저마다 다루는 악기가 달랐다. 1층 공간은 아들이 출가할 경우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원룸 형태를 원했다.
설계 시 고려사항
이웃집들과 워낙 가깝게 붙어 있어 거주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남쪽의 창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하고, 대신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골목도 좁아서 최대한 이웃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목구조를 이용한 빠른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최대한 공장 가공을 많이 하고 현장에서는 조립 위주로 진행한다면, 최소 1개월 이상으로 준공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건축계획 상 중요한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1. 두 세대를 위한 하나의 집, 그리고 원룸 속 독립된 공간
2.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개방감 있는 큰 창
3. 나무에 의한, 나무를 위한, 나무로 지은 집
남다른 솔루션
하나의 단독주택이지만, 1층 공간은 별도의 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꾸몄다. 1층은 장성한 아들의 공간이자 앞으로 출가한다면 이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작은 집에서의 수납은 현관 주변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현관에는 신발장을 시작으로 1층의 보일러와 전기 분배기, 욕실까지 이어지는 공간이 모두 수납장이다. 2층도 마찬가지로 보일러를 포함한 크고 작은 수납공간들이 계단참의 바닥 수납공간까지 이어진다. 이어지는 책꽂이 형태의 ‘가족서가(家族書架)’는 2층의 거실에서 3층의 안방을 지나 다락까지 이어진다.
서가의 끝은 건축주의 작업실이다. 2, 3층의 공간은 남쪽 가족서가의 틈을 따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안방과 거실, 주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것인데 3층에 위치한 딸의 방은 마치 커다란 원룸에 속해있는 작은 우주와 같다. 작은 방이 두 개의 다락과 1개의 옷장, 그리고 하나의 침대로 구분돼 있어 기차의 침대칸처럼 보인다.
이 집은 두 개의 거대한 창이 각각 동쪽과 남서쪽을 향해있다. 주변 집들로부터의 시선의 방향을 고려해 배치된 것으로 외부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한편, 내부에서는 스펙타클한 경관을 만들어 준다. 특히 남서쪽의 창은 거대한 Y자 모양으로 국민대학교 방향으로의 시원한 경관을 만들어주고 목구조의 구조미를 안팎으로 드러내어 준다. 경사면에 위치해 있어 1층은 콘크리트 구조로 계획하였고 그 위에 두 개 층의 목구조가 얹어졌다. 목구조는 중목구조를 이용하였고 마치 신발끈을 묶듯 얼기설기 얽힌 구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구조가 내부에 드러나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