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소수 건축사사무소 SOSU ARCHITECTS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이 집은 대구시 동구 방촌동 금호강변에 위치한다. 두 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모퉁이 땅은 강변을 향해 크게 열려 있다. 대지에서의 개방성은 거주자들에게는 강변의 풍경을 집으로 들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며, 강변을 산책하는 이웃에게는 움직임과 함께 변화하는 건물의 모습을 풍경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강둑의 높이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것은 길에서와는 또 다른 시점의 경험이다.
풍경이 흐르는 집
이 집의 모든 세대는 강을 향하고 있다. 집 안에서 강을 바라보는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바라보는 시점은 같은 높이로 조율된다. 집 밖에서의 풍경은 길과 강을 따라 흐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선형의 패턴을 강조하였다. 노출 콘크리트 띠를 따라 같은 물성의 콘크리트 블록을 면을 달리하면서 쌓는 방식으로 연속된 흐름을 만든다.
마치 종이접기를 한 듯한 다양한 방향의 경사 지붕 형태는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의 시점에 따라 서로 중첩되어 보이면서 건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또한 내부에서는 다양한 경사 방향의 중첩을 통해 공간의 조형감을 느낄 수 있다.
풍경이 되는 재료
건축물은 누군가에게 강제로 보이는 풍경이 된다. 하루에 한 번 또는 매 순간, 이 건축물을 바라보게 된다. 동네의 강둑을 걷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감정은 지루함이다. 동네를 이루는 대부분의 소규모 건축물은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많은 재료와 색상으로 치장을 한다. 지루함이 혼란스러움이 되는 순간이다.
동네의 새로운 집은 한 가지 재료로 이루어지지만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야 낸다. 이 집을 이루는 주재료는 ‘콘크리트 고강도 블록’ 이다. 주로 담장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재료의 단일 개체이다. 이 개체는 각 면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재질을 보여줄 수 있는 재료이다. 수평적인 분류 방식을 통해 영역마다 그 재질을 순수하게 보여주되, 쌓는 방식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구성된다. 그 과정의 치밀함과 노력은 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단조로움을 주게 될 것이다.
풍경을 담는 공간
이 집은 4가구의 임대인들과 1가구의 임차인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모든 세대의 거실은 금호강변의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강둑을 거니는 사람들에게 거실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콘크리트 블록의 띄어 쌓기를 통해 스크린을 만들었다. 밤에는 스크린 벽 사이로 집의 불빛이 새어 나와 또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은 층고를 극대화했다. 높은 층고와 외부의 새로운 경험을 위한 지붕의 형태는 내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흰 벽과 다양한 각도의 천장에 길고 짧은 빛과 그림자의 변화가 그림처럼 담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은 풍요로운 삶의 배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