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시은 학생인턴 글 & 자료. BK architecture
단순히 프로젝트 명이 아닌 이 집에 이름을 달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그의 첫째 이름이 ‘도하’였다.
대구 공항과 인접한 왕복 6차선 도로에 접한 모터사이클 용품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대구 모터사이클의 집합지였던 북성로 일대의 기존 운영자분들의 고령화와 상품 특성상 항상 시끄럽고 수리로 인해 청결하지 못한 골목은 도시계획에서 늘 뒷전이었다.
자연스레 세련되고 고급화된 매장들은 소음에 익숙한 공항 근처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이번 건축이 자리 잡을 위치는 대로변에 자리한 매장의 바로 뒷편의 토지였고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시시때때로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감당할 수 없는 소음과 서울 여느 강남권의 도로만큼 교통체증이 심각한 이 위치에 숨통이 트일 만한 요소가 하나 있었다. 남쪽을 마주하는 면에 시에서 관리하는 산책길이 있다. 그 길은 산책하는 어르신들만 기억하는 옛 철도 길이였고 아직 그 길을 따라 기차 레일이 바닥에 남아있다. 폭 20m 쯤은 되는 공간이 땅의 남측면을 따라 늘 비어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공간이었다.
도로변의 매장 뒤로 이어지는 긴 토지는 이후에도 손님들의 방문으로 주차장으로 유지되어야 했고 산책길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고 유동인구가 많은 1층은 매장과 최대 거리를 유지하였다. 그중 절반의 면적은 주차장으로 할애하고 절반은 집을 찾아온 손님이나 늘 북적이는 동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하였다.
공용의 공간으로 분리하였기에 산책길로의 접근성과 개방성을 높여 산책로 활용도를 높이고 반대로 그곳을 이용하는 이들로 하여금 매장 전면에 비해 오히려 더 북적이는 후면의 모습을 구경거리로 적극 보여 지길 원했다. 이는 또 다른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1층 주차장을 지나 공용 공간으로 들어서면 2층 독립 공간으로 향하는 별도의 출입구를 형성하여 분리된 개인적 공간을 제공한다. 현관을 지나면 보편의 거실로의 접근이라기보다는 아일랜드 형태의 긴 주방으로 시작된다. 장을 자주 보니 두 손 가득 들고 온 장거리는 바로 올려두고 정리할 아일랜드 주방가구 뒷편의 광활한 펜트리 공간은 필수적이었다.
가장 중요했던 남측면의 산책로 방향으로의 창을 내는 방법이었는데 좋은 환경이 존재하는 만큼 그 공간을 이용하는 낯선 이들도 왕래가 잦은 탓에 유일한 자연의 공간을 받기 위해 열면 열수록 나를 노출해야 되는 단점이 되었다. 이에 남쪽을 면해있는 거실의 공간을 산책로 방향으로 큰 매스의 형태로 돌출시켰고 ‘ㄷ’자 형태로 천장까지 솟은 수평의 창을 따라 바닥의 레벨을 툇마루 형태로 높였다.
이 창의 높이와 방향은 툇마루 형태의 공간에서 최대한 떨어진 출입부와 주방공간은 입식 형태나 일어선 상태의 눈 높이로는 산책로의 많은 이들과 눈이 마주칠 염려가 없고 공간을 점유하는 이는 높이 솟은 푸른 잎들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두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서는 좌식 형태의 생활 패턴을 벗어나기 어려운데 일부 높아진 툇마루 형태의 거실 공간은 앉은 자세로도 자연의 공간을 눈높이에서 가까이할 수 있기도 한다.
잠을 자는 방들과 욕실 부분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기에 중정을 통한 빛과 환기를 유도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만을 제공하여 거실과 주방 공간의 면적을 넓혀 손님들과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머물기에 부족하지 않도록 구성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