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갓고다건축사사무소 GAGGODA Architects
대지는 1973년 당시 경기도 광주군 대단지 조성 사업으로 구성된 고밀도 경사 주택지, 현재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있었다. 이곳은 건축주의 할아버지가 매입한 곳으로 최근까지 3대가 함께 살던 집이 있던 자리다. 옛집은 단층 형태의 유치원과 주택으로 쓰였고, 장기적인 임대수익과 거주 공간이 함께 융합된 공동주택을 만들고자 건축 계획에 착수했다.
©GAGGODA Architects
계획 초기에는 근린생활시설 1층의 다가구주택을 생각했으나 공사비용 및 인근 아파트의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1층을 더 올린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했다. 최종 사용이 승인된 사항은 경사지를 활용한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건축물로, 지하 1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1층은 주차장, 지상 2~5층까지는 다세대주택으로 최종 확정됐다.
건축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건축과 공법에 대해 미리 공부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건축주는 기존에 지니고 있던 섬세한 안목과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유한 디자인 취향을 갖춘 상태였다. 이는 건축주가 원하는 뚜렷한 디자인 취향의 요구로 이어졌는데, 그는 적벽돌의 매시브한 디자인과 필로티 부분의 주차장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주차장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랐다. 또한 지하층은 사진 스튜디오나 본인의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은 층고를 요구했고, 지상부는 인근 의료원 직원이나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타입의 집,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넓은 주방이 거실과 통으로 구성된 LDK 공간을 요청했다.
대지의 조건을 살펴보면 성남 구도심에 자리해 주변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개발 등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남쪽으로는 11미터의 도로가 있어 남향 채광이 좋고, 남측 외 3면에 높은 건물이 없어 3~4층에서는 조망도 좋았다. 인근에 들어선 시설들을 살펴보면 성남시 의료원, 가천대, 모란시장 등이 있어 대학생 및 젊은 세대 인구가 비교적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건물은 전체 임대 세대로 구성된 다세대주택인데, 최근 급상승한 공사비 현실 속에서도 건축주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또한 인접 대지의 경사가 모두 달라 5개의 정북 일조사선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지로, 건물 북쪽에 면적 손실이 많은 것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주변 아파트로 유입될 젊은 세대 가구를 타깃으로 특화된 주거 타입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먼저 근린생활시설인 지하와 공용부인 필로티는 상가 접근성과 프라이빗한 주거 출입이 가능하도록 의도했다. 결과적으로 전면 대로변 상가 계획, 좌측이면 도로변 주차장 및 주거 공용부 계획으로 이어졌다.
근린생활시설은 사진 스튜디오나 장대한 공간 구성을 하는 카페가 사용할 수 있는 6미터의 층고를 가졌다. 지하지만 전면 도로에서 바라보면 1층과 같이 인지되는 곳으로 전면 창을 통해 채광이 충분한 공간이다. 필로티 공간은 대지의 서측 이면도로에서 진출입이 가능한 공간이며, 전면에서 볼 때 주차장 및 주거 공간 출입구가 인지되지 않도록 입면을 계획했다.
집은 정북 일조 사선에 의해서 각층 평면에서 북쪽의 층이 올라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형태이다.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세대를 효율적으로 조합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결과 전면부 큰 집들의 기본 구조와 모듈을 동일하게 한 상태에서 후면부 작은 집들의 조합에 따라 전면 세대의 깊이를 변형해 나갔다. 후면 세대는 정북 일조 사선에 따라 만들어지는 형태를 자연스레 이어받아 테라스를 가진 집들로 만들어졌고, 복층형과 단층 스튜디오형으로 구성했다. 이로써 전 세대가 모두 다른 형태지만, 공사의 효율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각 층의 전면에 위치한 네 세대를 3.5 베이 형태로 거실과 침실이 모두 남향에 위치시켰고, 아파트를 연상케하는 평면을 계획하여 임대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후면의 두 세대는 대지의 장방형 비례 상 북쪽에 계획되었지만 충분한 채광과 조망을 가질 수 있도록 남서 측 방향을 주된 방향으로 했고, 후면 테라스 쪽으로 전면 창들을 만들었다. 한 세대는 2미터에 가까운 넓은 테라스가 있는 단층 스튜디오 타입이며, 다른 한 세대는 복층형으로 거실 층과 침실 층을 분리해 좀 더 재미있게 공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층마다 테라스를 두어 향후 입주인이 취향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는 건축물이 주변과 어우러져야 좋은 건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 집들의 재료와 형태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외부 입면, 덩어리 디자인은 빨간 벽돌과 돌담의 질감을 의미하는 회색 스타코를 주재료로 하였고, 5층 세대만큼은 벽돌로 둘러싸인 처마 공간의 느낌을 살려 테라스를 구성했다.
옛집의 빨간 벽돌과 돌담,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던 대청마루, 눈과 비를 막아주던 처마 공간의 기억이 새 집의 모티브가 되었다. 거실에서 아치형 통창을 통해 하늘을 보면, 마치 대청마루에 누워 할머니와 해와 달을 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따뜻한 추억이 가득한 집이 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