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제오 건축사사무소
대지는 역삼동 은행나무 공원을 마주하고 있다. 공원은 그 자체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었으나 도시 경관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원 근처로 드리운 다소 어두운 분위기는 일차적으로 상부 도로 레벨보다 낮게 위치한 데서 기인했고, 주위의 정리되지 않은 환경도 이에 한몫했다. 이 일대에서 공원이 갖는 위상을 확대할 만한 무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 시작은 공원과 건축물의 관계, 건축물과 주변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노후화된 건축물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공원 주변에 위치한 건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나아가 동네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해 도시적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건축물인 만큼 도시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한국적 형태로 구현하는 방향을 택했다. 한국적 디자인 모티브는 기본적으로 자연이다. 디자인을 위해 자연 속 곡선을 보다 실용적으로 유려하게 차용하고자 했다.
입면은 어두웠던 대지 앞 은행나무 공원을 감싸는 곡선의 형태를 취했다. 초기 계획 단계에서는 공원을 환히 비출 입면 조명이 디자인 요소로 고려됐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해 현재 건물은 곡면을 통해 공원과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다. 이처럼 관계성을 염두에 두고 도출한 곡면은 건축물의 루프탑에서 형태적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능적, 공간적으로도 공원의 확장 개념을 유지하고 있다. 노후 건축물의 성능을 개선하고, 그 본연의 건축적 기능과 주변과의 관계를 엮는 과정 역시 주된 고려사항이었다. 서울 도심이라는 장소의 성격,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해석과 적용, 공원과의 관계성에서 도출된 곡선의 적용과 주변 콘텍스트에 대한 고려 등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건축주는 말끔히 리노베이션한 건축물을 개인 또는 회사에 임대하고자 했다. 마침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건축물의 형태가 드러나는 시점에 건물 전체를 임차해 사용하겠다는 회사가 나타나 임대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마무리됐다.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소유지만, 도시의 공원에 인접해 공원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 곳이라면 인접한 건축물 역시 공공성을 띠는 공원에 어떤 형태로든 보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지점에 대한 건축주와 건축가의 고민이 담긴 현실적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