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일상 건축사사무소
“저는 마당에 사과나무를 꼭 심고 싶어요”
이 집 둘째 아이로 인해 이 집의 이름이 사과나무집으로 된, 아주 단순한 이유이다.
지구단위 지침의 영향으로 도로에서 2미터를 이격하게 되어 있던 약 76평의 대지는 두 면이 도로와 마주하고 있기에 다른 주택들에 비해 많은 면적(약 15평)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거기에 주차 공간까지 제외하면서 면적은 더 줄었다. 건축주의 가족들은 두 면의 도로와 근처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주차와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했다. 대부분의 비슷한 택지개발지구의 지구단위 지침은 담장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혹 설치하게 되면 1.2미터를 넘지 않는 투시 형 혹은 생울타리로 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 모든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족의 공간을 지키되, 주변에 위협적이지 않은 중정형 주택이어야만 했다. 중정에는 건축주만을 위한 외부 공간이 만들어졌고 건물 밖 2미터 이격으로 만들어진 곳은 누구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식재가 계획되었다. 가용면적에 대한 단점이 있는 대지이지만 대지 북측이 공원이기에 막히지 않은 조망을 선택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었다.
대문과 방향을 달리한, 그리고 단을 높인 진입 동선으로 집의 깊이감을 주고자 했다. 1층 중정을 중심으로 거실과 다이닝룸, 그리고 주방이 있다. 대지가 갖고 있는 컨디션으로 인해 공간들을 남향으로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해 중정을 중심으로 거실과 주방에 빛을 끌어들여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게 했다.
거실에서 비를 맞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외부 데크는 중정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 요소이며, 계절에 따라 실내 공간의 물리적 영역을 확장해 준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 또한 전면 창으로 자연 요소를 바라보며 일련의 행위들을 할 수 있게 한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분리하고 다이닝 공간을 거실에 포함하여, 휴식과 집안일이라는 목적이 다른 공간을 확실히 구분하며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내부 색감에 대해서는 우드톤의 느낌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 했다. 계단과 계단에서 이어지는 가구를 하나의 재료(포레스코)로 제작하여 거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오브제로 활용했다.
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각 생활 패턴에 따라 세탁실의 위치가 각양각색이다. 사과나무집은 실내 중문을 열면 왼편에 세탁실과 세면대가 있다. 아들만 둘인 이 집에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오염된 옷을 바로 세탁실에 넣을 수 있는 레이아웃이 알맞았다.
2층은 세 개의 침실과 다락, 그리고 화장실로 가족들의 사생활 공간으로 구성됐다. 2층 외부공간을 지나서 별도로 만들어진 별채 공간은 남편 침실로 현재 활용되고 있으나, 추후 아이들이 분가하게 되면 서재 혹은 취미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분리했다. 작은 면적에 특별한 공간감을 주기 위해 다락 공간을 활용했다. 필요시에는 전형적인 다락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평상시에는 단순히 면적을 보충하기 위해 다락을 활용하지 않고, 2층 공용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한 간접 조명의 역할을 부여했다. 다락 바닥은 각 파이프를 활용하여 루버 형태로 제작했고, 다락 천장의 조명이 각 파이프 루버를 통과하여 은은한 하고 깊이감 있는 조명이 되도록 했다.
둘째 아이의 바람대로 꽃사과나무로 1층 중정 식재를 계획했으나, 과실 낙과로 인한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결국 단풍나무로 대체 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식재이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의 이름은 사과나무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