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아키텍츠601
오랜 시간 독일에서 작업과 생활을 병행하고 귀국한 건축주 부부는 부모님과 함께 거주할 주택을 의뢰했다. 도예를 업으로 삼아온 이들은 삶과 작업이 적절히 분리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흐르는 집을 원했다.
고저차가 4m에 달하는 경사지의 특성을 활용해 지하를 작업실 겸 쇼룸으로, 지상층을 주거로 계획했다. 스튜디오와 주거는 심리적으로 구분되고 명확한 변화가 계획된 차별화된 공간이어야 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두 공간을 연결하되, 외부에서는 지하와 지상이 각각 분리된 진입 동선을 설정했다. 지하는 주차 공간과 스튜디오, 쇼룸이 연결되는 동선으로 배치했고 그 과정에서 땅의 흐름을 읽어내고 해석해 건축의 진입을 이끌고 시퀀스를 부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단순한 기하학이 아니라 환경에 순응하며 존재를 드러내는 건축이기를 바랐다.
경사지의 대지는 물리적 환경상 건축설계의 난이도를 높이는 한편, 평탄화된 대지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시퀀스와 독창성의 단초가 되어준다. 쉽고 예측 가능한 디자인보다 다양한 변수와 해석이 가능한 조건이 매력적인 이유다. 건폐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대지 조건은 지하층을 최대로 계획하고 작은 볼륨의 지상층을 감싸 안는 듯한 형상의 유기적 곡선을 만들어냈다. 이는 건축으로 구현된 조형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예가인 건축주 부부의 작업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단순하면서도 한국적인 선의 흐름, 중첩의 미학이 어우러져 현대적 미감으로 완성된 이들의 도예 작품이 건축의 표상이 되어 주택의 정신으로 담긴 것이다. 또한 작은 볼륨의 지상층에는 공간과 공간 사이 켜의 볼륨인 중정을 삽입해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 그렇게 거주자로 하여금 답답하지 않은 자연 풍경에 머무를 수 있게 했다.
기초와 지상층 모두 콘크리트 구조로 계획했다. 인접한 산을 비롯해 환경적 영향으로부터 내밀성, 내구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외장재는 국내 스타코계 제품보다 안정적인 자정 성능을 가진 아쿠아솔 스타코로 마감해 유지 보수에 용이하도록 했다.
이 주택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외부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한 지상층의 중정과 지하층의 대나무 정원 진입로다. 두 공간 모두 내부 공간을 확장하면서 풍경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내밀한 위요감이 깃든 자연의 품을 선사한다. 여름에는 바람이 지나며 숨결이 되어주고 겨울에는 안락하고 따뜻한 흙과 나무의 채취가 더해져 주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지하층과 지상층의 기능에 따라 분리된 공간의 콘셉트와 분위기는 동선의 흐름과 행위, 시간에 따라 다른 심리적 경험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