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글 & 자료. 오후건축사사무소 OHOO Architects
세계 곳곳 자연을 느끼며 트래킹을 즐기던 부부는 은퇴 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자연 가까이서 안락한 전원주택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들은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고령의 노모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손녀와 함께 흙을 매만지며 시간을 보내는 활기찬 집이 되길 원했다.

대지는 동쪽 남한강과 서쪽 양자산 사이에 위치해 좋은 경관과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자연에 동화되길 바라고 안락하고 프라이빗한 마당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건물 배치에 고심했다. 남북으로 긴 대지의 특성상 건물이 배치되는 위치에 따라 점유할 수 있는 마당의 면적에 차이가 생긴다. 남북으로 길게 배치하고 바깥으로 닫히고 안으로 열리도록 ‘ᄃ’ 자 형태의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도로에서 들어올 때 보이는 바깥마당은 시각적, 물리적으로 이웃과 공유되어 완충 역할을 한다.
반면에 안마당은 외부로부터 시선이 차단되어 프라이버시도 지키고 개방감 있게 활용할 수 있다. 인향재의 모든 공간은 안마당으로 통한다. 외부로부터 가장 개방된 다이닝룸부터 중앙의 거실, 그리고 안방 등 모두 안마당을 향해 있다.
세지붕 아래 다른 공간감
‘ᄃ’ 자 건물의 각 면에 세워진 세 개의 지붕은 공간의 쓰임에 따라 차이를 두어 각기 다른 공간감을 부여했다. 다이닝룸이 있는 면의 지붕은 처마가 깊어 무게감이 생겼다. 이러한 지붕이 주는 무게감과 반대로 실내는 톤이 밝고 천정이 높다. 이러한 대비는 바깥 풍경을 입체적으로 내부로 끌어들여 공간의 몰입감을 더하게 된다.
완만한 지붕을 가진 안방과 서재는 지붕 경사를 그대로 드러내 사선형으로 마감해 답답하지 않고 안정감과 아늑함까지 동시에 주어 낮은 층고의 단점을 보완했다. 2층 역시 박공지붕 경사면을 그대로 드러내 높은 층고로 개방감을 주었다. 바깥에서 봤을 때 동일한 경사각과 형태의 지붕의 집이지만, 공간의 상황에 따라 기능적, 심리적 요소를 고려해 적절히 변주를 주었다.
풍경에 녹아든 집
남한강을 바라보며 짙은 녹음 속에 동화된 인향재. 너울지는 듯한 지붕은 양자산 산능선과 이어지는 듯 조화롭다. 시시각각 다른 곳을 비추는 햇살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고 마당에서 계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연 환경 속에 녹다들어 있는 인향재가 건축주 부부를 닮아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집’, 다채롭고 따뜻한 향기 나는 집(House of Warmth)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