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PDM 파트너스 PDM Partners
철마산이 병풍처럼 감싼 송정리는 예로부터 넓은 평야를 가지고 동래, 울산, 양산 등 각지로 이어지는 사통팔달의 길목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백헌은 이곳의 오랜 마을인 입석마을에 위치한다. 부산에 속해있는 이곳, 그러나 전원의 풍경이 완연하고 평온하며, 고즈넉한 마을 안인 양지바른 땅 위에 있다. 부모 세대와 출가한 자녀 세대, 모두 3대의 대가족이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터이다.
이백헌은 가족의 건강한 삶과 손주들의 아름다운 유년기를 위한 가장의 바람과 기원이 담긴 집으로 각각의 세대가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계획됐다. 부모님 집과 자녀 집은 두 채로 분리해 지었고, 그 사이에 대식구가 함께 모일 수 있는 다이닝 공간과 운동 시설인 홈짐을 ‘ᄃ’ 자 형태로 배치했다. ‘ㄷ’자 가운데에 너른 잔디 마당을 두었다.
부모님 집은 남향으로 배치해 해가 잘 드는 따뜻한 곳으로, 자녀 집은 손주들을 위해 성장하는 빛과 기운이 잘 들도록 동향으로 앉혔다. 이백헌은 가운데 중정 외에도 다양한 외부 공간이 마련됐다. 집 앞동산의 푸른 숲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넓은 테라스와 밭과 마을을 내려보는 테라스, 이끼 정원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을 통해 실내외 곳곳에서 풍부한 조망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얀 외벽은 자연을 위한 배경이 돼 때로는 옅은 초록으로 때로는 깊은 녹음으로 일렁인다. 빛은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으로 말을 건네고, 벽면에 드리운 그림자는 계절과 시간을 알게 한다. 비어 있기에 시간과 계절, 그리고 자연을 담는 집이다. 담담한 외벽은 그대로 담백하고, 그대로 화려하다.
건축가는 집이 지은이의 의도대로 사용될 때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때로는 사는 사람들이 새로운 쓰임을 발견해 내거나 그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생활의 패턴을 만들어 갈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백헌은 두 채의 하얀 집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도화지에 수많은 행복의 그림을 새겨가는 집이다. 이집은 주인을 닮아 이백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