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 STUDIO CAN Architects
대지는 용인 에버라인이 지나가는 삼가역 인근의 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전면으로 많은 차들이 오가는 도회적인 분위기의 중부대로, 동쪽 면에는 금학천이 흐르는 한적한 마을 길이 접한 상반된 분위기가 공존하는 대지였다. 이곳은 사방으로 트여 주변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자연이 어우러져 있었다. 건축주인 피그먼트는 이러한 입체적 공간에 그들의 사옥을 짓고자 하였다.
피그먼트는 여성 의류 전문 브랜드로, 건축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건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직선과 곡선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심플하면서도 변화감 있는 볼륨을 구현, 세련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일상의 편안함이 담긴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
‘ㄱ자’ 형태로 구성된 건물은 중부 대로변과 금학천을 면한 부분의 파사드 성격이 조금 다르다. 중부대로 측 전면부는 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하나의 큰 볼륨 안에서 절제된 오프닝 부분과 부드러운 곡면의 솔리드 면들이 건물을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표현되도록 했다.
모서리의 3개 층 커튼월은 도시로 열린 큰 창이자 건물 내부의 프로그램을 드러내는 통로로 기능하며, 1층 플래그십 스토어 입구와 건물의 주 출입구는 입구로 수렴하는 곡면과 그것을 강조하는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입구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유도한다.
금학천의 작은 스케일의 주변 건물들과 어울리도록 동쪽 면의 매스는 분절돼 보이도록 파사드를 조정하였고, 북향의 안정된 조도를 받아들이고 환기를 고려한 기능적인 넓은 개구부를 계획했다. 전반적으로 외관이 부드러운 곡면을 강조하는 콘셉트인데, 이음새가 적고 곡면을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를 고려했고, 외단열시스템을 최종적으로 선택해 적용했다.
프로젝트 전반기에 지하층은 의류 제작 공간과 물류창고로, 1~2층은 직영 카페, 3층은 오피스 공간으로 각각 계획했다. 그래서 하나의 건물임에도 지하의 물류와 직원들을 위한 지하 주차장과 방문객을 위한 지상의 주차장을 가진 특이한 구성의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건설 기간이 길어지고 클라이언트의 사업 확장으로 의류 제작과 보관은 더 큰 장소에서 담당하기로해 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피그먼트는 젊은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패션 제품을 만들고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하는 등 예술 분야와의 접목을 사업에 적극 활용한다. 그래서 사옥의 지하 공간을 예술품 수장고와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자 용도를 변경했다. 당초 의류 제작과 보관에 적합한 6m의 높은 층고로 계획했는데 이는 수장고와 갤러리로 사용되기에도 적합했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고려해 채광과 환기가 용이하도록 디자인된 3개의 선큰Sunken 형태의 중정과 선형의 외부 계단 진입 공간은 갤러리로 용도가 전환된 후에도 은은한 자연광을 제공하며, 관람객에게 시각적 휴식을 줄 수 있는 장치로 거듭났다. 일조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잔영을 보면서 생활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이후 지하를 다른 용도의 공간으로 전환하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한 개 층이던 업무 공간은 2, 3층을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조정되었으며, 1층에는 카페 대신 ‘피그먼트 플래그십 스토어(PFS)’가 생겼다. 1, 2층을 연결하던 보이드void와 외관의 특성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요소였던 곡선형 계단은 이러한 계획 변경 중 없앴는데,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