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샴건축 Shammah Architects 정리 & 편집. 장경림 수습 에디터
설계자와 시공자가 동일한 건축물
몇 년 전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건축허가권자의 감리자 지정에 관한 법률로 건축계가 한동안 들썩이던 때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설계자의 감리 권한에 관한 재고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프로젝트였다. 기억을 되새겨보면 과거에 건축주나 시공사가 무시할 수 없는 설계사무소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감리를 설계자가 맡지 못했을 경우 형편 없이 시공됐던 악몽이 떠오른다. 심지어 아무 보상 없이 현장에 나가서 감리자와 시공자에게 건축 개념상 꼭 도서대로 시공되어야 하는 부분을 호소했음에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시방서나 도서에서 언급하는 지정 제품을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현장 상황에 따라 설계도서를 그대로 반영하기 힘들 때 동급 이상의 제품을 감리·감독관의 승인 아래 시공한다는 말이 통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시공이 시작되면 설계자의 권한은 축소된다.
이 프로젝트는 설계자가 시공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공사나 감리자가 놓치거나 파악하기 힘든 패턴도의 기준점, 난간 및 하드웨어를 포함한 디테일한 시공 요소 등을 건축 도면에 최대한 일치시킬 수 있었다. 가장 큰 성과는 시공 오차로 인해 도면 및 재료의 변경이 필요할 때도 디자인 의도에 맞게 변경해 시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건축물의 외장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설계자가 중요시하는 건축 개념을 반영하는 총체적인 디자인Total Design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기능, 구조, 미’, 기본에 충실하기
한국의 소규모 건축물들은 건축법에 의해서 그 형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된 대지는 18m x 8.4m 규모의 모서리가 잘려나간 작은 땅이기에 ‘최대의 건폐율과 최대의 용적률을 확보해야 한다’는 우선 순위 아래 건축의 규모와 형태가 결정된 상태로 진행되었다.
건축법에 의하면 대지는 일반적으로 3층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주변에는 1970~90년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5층 규모의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 건축법에 의해 3층짜리 작은 건물이 들어선다면 도시의 전체 맥락을 무시하는 독자적인 건물이 탄생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으로 건축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Three Planes, Five Layers’라는 개념으로 건축의 기능, 구조, 미를 통합하는데 중점을 뒀다.
세 개의 면은 건축물의 형태와 구조를 담당한다. 세 개의 면은 이 건물의 형태를 보여 준다. 독립된 세 개의 면이 강조된 매스는 건축물의 주 출입구를 강조하는데 각진 모서리 부분은 상가의 주출입구로서 모서리 면보다 돌출된 두 개의 면에 의해 강조된다.
건축물의 2층으로 향하는 외부 계단은 두 개의 면에 열려있는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두 개의 면을 강조한다. 이렇게 사용된 세 개의 면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이다. 건축 개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라멘구조(기둥-보)가 아니라 벽체 구조를 사용하였는데 세 개의 면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물이자 매스가 되었다.
다섯 개의 켜는 기능, 구조, 미가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4층은 건축법에 의해 경사 형태의 매스를 이룬다. 이것은 건물의 형태에 재미를 주고, 밋밋할 수 있는 건축물에 변화를 부여한다. 3층의 건물 위로 얹어진 사선 매스 위에 형성된 역보와 이를 지탱하는 기둥은 5개의 켜를 만들어 낸다. 이 켜는 건물의 형태에 다양함을 주면서, 외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외부 조명이 설치가 되어 경관 조명의 역할과 더불어 외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과 우수관과 에어컨 배관이 지나가는 설비의 통로로 이용된다. 더불어 벽체량이 적은 커튼 월로 이루어져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4층의 사선 매스에 구조적인 도움을 준다.
건축 개념의 관철
건축의 전체를 이루는 면과 켜의 개념은 건축의 부분으로 관철되었다. 외부 계단은 켜의 개념이 사용됐다. 컬러 콘크리트 블럭이 만들어내는 면과 조금 이격돼 설치된 계단 모양으로 컷팅 된 유리의 면이 켜를 이루고, 바닥에 시공된 어두운 마천석은 형성된 켜의 배경이 된다. 외형을 이루는 컬러 콘크리트 블럭의 줄눈은 조적이 켜켜이 쌓여나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은유적 표현을 위해 진회색과 벽돌색의 줄눈을 활용했다. 벽돌색의 줄눈은 민줄눈으로 시공함으로써 하나의 면으로 보이게 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되었고, 진회색의 줄눈은 옥목줄눈으로 시공하여 입체감 있는 수평선을 그음으로써 벽돌이 켜켜이 조적되어 가는 과정을 표현하는데 사용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축물은 도시의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규모는 4층이지만 건축물의 입면을 이루는 세 개의 면은 5층 높이를 가짐으로써 전체 도시의 규모와 어울리게 되었고, 붉은색의 칼라콘크리트 블록은 기존에 있던 벽돌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