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네임리스 건축 NAMELESS Architecture 정리 & 편집. 김윤선 에디터
대지는 서울 근교, 숲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산자락에 위치한다.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땅으로부터 집의 근원적이고 원시적인 풍경을 상상한다.
집을 구성하는 모든 고정된 건축 요소, 즉 내외부의 바닥, 벽, 천장, 계단, 우물, 싱크대, 세면대, 욕조 등은 모두 거친 현장 콘크리트(In-Situ Concrete)로 타설되고 마감된다. 그리고 현장 타설시 이루어진 의도된 혹은 의도하지 않았던 모든 과정들은 고스란히 콘크리트 표면에 자연스러운 흔적으로 남겨진다.
아홉칸 집은 규정되지 않은 공간과 유동적 삶의 풍경을 암시한다. 주택은 9개의 방으로 구성되며, 방과 방은 복도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하나의 칸은 3.6m x 3.6m 정방형으로 거주의 모든 기능이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최소 공간이다. 물이 사용되는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한 나머지 방들은 거주자의 필요와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즉 ‘의도 없는 공간(No Intentional Space)’이다. 건축가는 개별 공간의 의미를 규정짓지 않고, 거주자는 자유로운 삶의 풍경을 만들어 나간다.
9개의 방은 모두 한 개 이상의 창을 가진다. 외벽에 면한 8개의 방은 숲을 향하는 창을 통해 각기 다른 자연을 마주한다. 중앙에 위치한 방은 원형의 천창을 통해 하늘과 비와 구름을 바라본다. 4면의 외부에 형성된 테라스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며 툇마루와 같은 야외활동을 위한 터로 기능한다.
액체 돌 Liquid Stone
현대사회에서 인공의 물질 중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며 소비되는 콘크리트는 돌가루, 자갈, 모래, 물의 혼합물이 특정 온도와 압력에 반응하여 응고되는, 다시 말해 자연의 돌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성분과 생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유일한 차이는 자연의 돌은 의도되지 않은 상태로 자연에서 발견되지만, 콘크리트는 의도된 형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액체 상태의 유동성을 지닌 콘크리트의 가능성을 함축한다. 콘크리트는 액체의 돌이다.
덜 만듦 Lo-fi
덜 만들어진 기운은 무언가 부정확하고, 섬세하지 않고 투박하며, 때로는 오류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완벽한 가치보다 세상과의 관계에 더 포용적이며, 자연과 관계 맺기를 꺼리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기에 적합하다. 덜 만듬은 불완전한 세상 안에서 더 많은 관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덜 만든 건축은 자연스럽다.
단순함 Simplicity
단순함은 무언가 과하지 않아서 쉽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상태이다. 이는 외부 세상과의 최소화된 관계로 인해 분석되고 해석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 앞에 놓인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 앞에서 단순함이란 그 적음을 드러내며 세상에 신선함을 던져줄 수 있다.
집 House
집은 가장 원시적인 장소이다. 집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연의 영역과 거주의 영역은 구분되지 않는다. 동굴 안, 나무 그늘 혹은 구릉 사이의 작은 골짜기에서 주거공간은 본래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곳은 비와 바람을 피하는 안식처이며, 가족 구성원 간 즐거움을 공유하고, 동시에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장소이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집의 근원은 변하지 않는다. 집은 가장 기본적이며 근본적인 장소이다.
불완전함 Imperfection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에는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완벽한 원은 주변으로부터 독립되어 순수한 자기 완결성을 지닌다. 그러나 흐트러진 원은 완결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주변과의 호흡을 통해 충만함을 드러낸다. 이는 기본을 바탕으로 한 변화될 수 있는 상대적 가치의 유무이다.
이미 존재하는 단단한 것들을 기반으로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들이 재해석되고 재발견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새로운 관계의 틈새를 바라보게 한다. 그곳에는 자연적-인공적, 무거운-가벼운, 단단한-약한, 영구적-일시적, 단순한-복잡한 등의 상호적이며 불완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건축의 불완전함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