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오에이랩
‘옐로우 풋’은 서초동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로, 인근에 다세대와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서는 건물과 거리 간의 소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건물들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도로를 고려하지 않은 저층부때문에 작은 섬처럼 이웃, 그리고 길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공원 같은 공공시설도 부족해 인근 작은 놀이터가 동네의 유일한 공용공간 역할을 하지만, 녹지 면적과 규모가 지역을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옐로우 풋’은 이런 여건 속에서 길과 건물이 보다 소통 가능한 관계를 맺도록 시도한 프로젝트다.
주차공간과 용적률 확보를 위해 적용된 필로티는 손가락으로 깍지끼듯 지상 진입부 영역의 표면적을 늘리며 조경과 함께 도로를 향해 뻗어 나간다. 이를 통해 차량 및 보행자의 진입부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동네를 향해 열린 입구를 조성했다. 이웃 건물들과는 달리 조경을 구성하는 자연이 도로변을 향해 관입을 시도함으로써 도로변에 열린 경계를 만들며 지역의 삭막한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길과 건물 사이에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건물의 입면은 거실과 방에 따라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창으로 이루어진다. 외부 마감재인 화강석의 간격에 따라 유닛마다 규칙을 갖고, 엇갈리는 창은 규칙적인 입면에 자유로운 패턴을 부여한다. 350mm 폭으로 움직이는 창을 고려해 내부 평면에서도 변동 가능 구간과 고정 구간으로 외벽 주변의 영역을 구분해 외부 패턴이 내부와 함께하도록 계획했다. 잔다듬 마감의 화강석은 홈파기 방식에 따라 세 종류의 패턴을 가지며, 이를 통한 세 종류 음영의 조합과 돌출된 창틀의 세 가지 색상조합은 건물에 풍부한 표정을 불어 넣는다.
북쪽의 일조에 따른 사선제한과 서초구의 아파트 테라스 자체 규정으로 인해, 건물은 크기가 다른 2개의 명확한 매스가 위아래로 쌓이며 형성된다. 이를 통해 10층의 거대한 건물은 길에서는 6층 높이로 스케일을 낮추며 길을 걷는 사람들의 휴먼 스케일에 대응한다. 대부분의 나홀로 아파트가 그렇듯 개발 위주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한계 속에서도 ‘옐로우 풋’은 유닛 구성의 다양화를 꾀했다. 차량과 보행자 진입부에 따라 한 쪽으로 치우친 코어로 인해 2베드와 3베드 유닛에 기반한 총 6개의 다른 유닛을 가진다.
‘옐로우 풋’은 길을 향해 닫힌 이웃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열린 경계를 제공하며 다세대 및 근린생활 밀집지역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길과 건물 간의 관계에 대안을 제시한다. 지상부는 아파트의 사적 공간과 공공의 길 사이에서 물리적, 시각적으로 열린 경계를 제공하며 길을 걷는 사람들의 경험으로 공유된다. 여기에 길을 향해 입체감을 갖고 서있는 상부의 입면이 더해진다. ‘옐로우 풋’을 통해 개발 위주의 건물과 그 주변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