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연희 ‘플레이’ 리스트

[Near my home] ⑦ 동네의 숨은 콘텐츠를 찾아서, 어반플레이의 ‘쉐어빌리지’
연희대공원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어반플레이

 

작은 빵집과 카페, 독립 서점, 문구 편집숍…. 동네 구석구석 작은 가게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요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게 주인의 참신한 기획으로 무장한 매력 있고 개성 있는 콘텐츠를 가졌다는 점, 단골손님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동네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점이다. 동네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발굴, 편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역시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중심에는 어반플레이URBANPLAY가 있다.

어반플레이는 ‘콘텐츠 중심 동네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기획 회사로, 지역의 콘텐츠를 수집하고 가공해 동네를 경험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식음료 기반 동네 커뮤니티 ‘연남방앗간’, 크리에이터를 위한 라운지 및 코워킹스페이스 ‘연남장’ 등을 기획했고, 동네 소상공인과 협업해 ‘연남위크’, ‘연희걷다’ 등 로컬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2017년부터는 ‹아는 동네› 매거진을 창간, 동네의 숨은 매력을 찾는 출판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를 만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인 ‘쉐어빌리지’를 비롯, 동네와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를 연희대공원에서 만났다. ⓒBRIQUE Magazine

 

동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왔어요. 어반플레이가 ‘동네’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정 동네를 선택해 뭔가를 발굴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다만 지역과 동네에 집중한 배경에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콘텐츠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대전제가 있었습니다. 인구 감소로 저성장 시대로 가면서 부동산은 공급 과잉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유통은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갔으니 오프라인 공간은 점점 비어 가고 있죠. 공간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시대가 왔어요. 동네의 빈 공간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묻어나는 좋은 콘텐츠와 만난다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하리라 예상했습니다.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서 있는 연희동 골목 풍경 ⓒBRIQUE Magazine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한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이 붐이 되면서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구조로 시작되는데, 콘텐츠의 가치가 높다면 어떤 공간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콘텐츠 가치가 높은 소상공인이 건물에서 나가면 건물의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죠. 그런 관점에서 콘텐츠 가치를 인지하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적어도 2년 안에 건물주들이 좋은 콘텐츠를 가진 소상공인이나 크리에이터를 찾아다니는 시대가 올 거라 전망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창업을 하면 정부에서 지원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역으로 콘텐츠가 공간과 동네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겠네요.

그렇죠. 연희동에는 특히 규모가 큰 낡은 단독주택이 많은데, 부동산 가치를 따진다면 주거로서 효율적이지 못해요. 따라서 곧 다른 콘텐츠로 바꿔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이 집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면적이 아니라 그 이상 비즈니스의 역할이 필요하겠죠. 연희동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이런 상황에 처한 건물이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텐데 그들을 활용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콘텐츠’가 될 거라고 봅니다.

 

ⓒBRIQUE Magazine
연희동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한 연희대공원 ⓒBRIQUE Magazine

 

연남동과 연희동을 중심으로 ‘쉐어빌리지SHARE VILLAGE’ 서비스를 기획하셨죠.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쉐어빌리지는 동네 유휴공간에 콘텐츠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동네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예요. 동네에서 공간을 찾아 좋은 콘텐츠를 가진 소상공인 또는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고 콘텐츠가 상품 가치를 가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요. 그리고 이들과 소비자의 중간에서 저희가 연결고리이자 플랫폼 역할을 해요. 이 연결에서 발생하는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일도 담당하죠.
현재 연남동과 연희동을 중심으로 라운지 세 곳과 상점 세 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을 테스트베드 삼아 수익모델을 찾고 다른 도시로도 적용하는 게 목표이고요. 콘텐츠와 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은 지방 도시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쉐어빌리지 지도 ⓒURBANPLAY

 

공간마다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요. 동네를 분석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다고요.

요즘 1인 가구가 사는 집을 보면, 대부분 집이 아니라 ‘방’이에요. 바꿔 말하자면 거실이 없는 집이죠. 그러니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문화도 점점 없어지고요. 여기에서 착안해 모든 공간이 기본적으로 공동의 ‘거실’과 같은 기능을 가지도록 계획했어요. 그다음 공간마다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부여했죠. 동네에서 부족하지만 꼭 필요했던 기능을 공급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종의 ‘공간 실험’을 해보자는 기획에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이 동네에 출판 관련 업체가 2만 개가 넘는다는데, 정작 작가를 위한 공간은 부족해요. 최근 문을 연 기록상점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가들을 위한 장소로 만들었죠.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동네라 그런 라이프스타일 특성을 고려해 반려동물 행동 교정 센터와 카페 등을 복합한 연희대공원이 탄생했고요. 연희대공원은 규모가 큰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넓은 정원을 공유정원으로 쓰고 있어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연희동에 단독주택이 많아 그를 활용하는 하나의
대안이자 공간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기록상점 ⓒBRIQUE Magazine
기록상점 ⓒBRIQUE Magazine
연희대공원 내 반려동물 행동교정센터 ⓒBRIQUE Magazine

 

모든 공간에 식음료 시설(F&B)이 갖추어져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죠.

첫 공간인 연남방앗간을 오픈할 때 먹을 걸 팔아야 망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현실적인 이유로 카페 공간이 베이스가 됐죠. 사람들이 모이는 거실과 라운지를 생각할 때, F&B는 기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공간에 방문할 때, 문을 넘어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해요. 콘텐츠 경험에서 가장 일차적이고 직관적인 게 F&B거든요. 공간에 왔을 때, 첫 관문이 F&B라면 거기에서 경험이 끝나는 사람이 있고, 그다음 관문으로 넘어가 공간과 콘텐츠에 대해 알아가려는 사람이 있어요. 저희의 궁극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대상은 후자입니다.

 

연희대공원에는 ‘카페진정성’이 입점해 있다. ⓒBRIQUE Magazine

 

F&B가 공간의 느슨한 경계를 만드는 일종의 얕은 허들인 셈이네요.

쉐어빌리지의 모든 공간이 열려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허들이 필요해요. 허들을 넘는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생산을 하거나 멤버십 고객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아직 유료 멤버십으로 전환하는 데에 사람들이 낯설어하는데, 그게 어려운 부분이죠. 그런 면에서 연남장이 쉐어빌리지의 개념이 가장 잘 돌아가는 곳이에요. 공유공간 기획 회사인 로컬스티치Localstich가 코워킹스페이스를 멤버십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어요. F&B는 큰 매출이나 수익이 나지는 않아도 공간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돼요. 그런데 F&B가 있으면 모든 공간을 단순히 카페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의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어요.

 

연남장 1층 ⓒBRIQUE Magazine
로컬스티치가 운영 중인 연남장 코워킹스페이스 ⓒBRIQUE Magazine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나요?

공간마다 조금씩 달라요. 동네 주민도 있고 외부인도 있죠. 공통점은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고요. 연희동은 주민 방문이 훨씬 많고, 재방문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연령대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요. 20~30대 청년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고요. 연남방앗간에는 참기름 사러 꾸준히 오시는 50대 이상 주민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50대 이상을 잡아야 비즈니스로 성공한다고 봐요. 부가 거기에 모여있으니까. (웃음) 50대가 ‘대중 소비’거든요. 정말 매일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곳을 집의 일부라고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고 눈치가 보이는 공간이 아니니까요. 아마 그분들이 앞으로 큰 역할을 하실 것 같아요. 신기한 건 그런 분들과는 어떤 형태로든 함께 일을 하게 돼요. 재미있는 현상이죠.

 

주로 동네의 유휴공간을 발굴해 공간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공간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일단 마음 속으로 찍습니다. (웃음)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기회가 생기더군요. 지금은 계속해서 의뢰가 들어와서 선택지가 많아졌어요. 먼저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수익의 10% 정도는 임대료인데, 임대료가 500만 원인 건물이면 실제로 거기에서 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공간에 투자해야 하거든요. 이걸 저희가 하면 사라지는 돈이지만, 건물주가 하면 건물 수리 비용이에요. 그 돈을 들이는 대신 매출을 12~13%까지 늘리자고 제안하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선 완벽하게 투자예요. 이렇게 협의를 하다 보면 결국 공간보다 중요한 건 건물주의 생각과 태도입니다.

 

연남방앗간. 어반플레이는 주로 동네의 유휴공간을 발굴해 공간을 개발한다. ⓒURBANPLAY

 

기획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간과 콘텐츠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나 콘텐츠는 어떻게 발굴하나요?

돈 잘 버는 크리에이터를 찾아요. (웃음) 무엇보다도 브랜드가 가진 힘이나 진정성이 기획하는 공간의 콘셉트와 맞는지를 따지죠. 로컬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세한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고, 백화점 브랜드가 될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백화점은 안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거기에서 제의가 가장 많거든요. 대기업의 자본이 유입되어서 효율적으로 쓰인다면 가장 좋은 구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동네와 작은 골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궁극적으로 건강한 동네와 건강한 삶을 만들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요?

요즘 사람들이 TV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많이 보잖아요. 공간으로 비유하자면 TV는 백화점이고 넷플릭스는 동네와 골목이에요. 기존에 봤던 뻔한 게 나열되어 있는 걸 사람들은 이제 콘텐츠로 느끼지 않습니다. 반면 동네는 다이나믹한 작은 콘텐츠의 연속이죠. 반드시 지역성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콘텐츠가 된다고 생각해요.

성심당이 대전에서 60년을 지속한 게 의미가 있는 거지, 대전에서 나오는 밀가루만 써서 그렇게 된 건 아니잖아요. (웃음) 지금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양질의 콘텐츠가 있는 곳을 따라다니고, 나아가 자기 동네에서도 그걸 즐기고 싶어 해요. 좋은 콘텐츠가 담긴 공간을 통해 작은 동네에서부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게 저희의 목표이고, 그것이 잘 이루어진다면 동네와 개인의 삶에도 건강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도시적으로도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Near my home] 동네가 내 집이 된다면

글 싣는 순서 :

① 집 밖으로 나온 우리집 공간 ‘프로젝트 후암’
② 커피향 흐르는 해방촌 세탁방 – 세탁기와 커피가 함께 있는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
③ 쌓인 책은 줄이고, 없는 책은 빌리고 – 온라인 공유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④ 누구나 창고는 필요하다 – 삶을 담는 그릇, ‘미니창고 다락’
⑤ 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 –  짐에 대한 연구보고서 ‘오호’
누구나 주인이 되는 술집 – 매일 주인이 바뀌는 영등포 커뮤니티 바 ‘삼만항’
⑦ 연남·연희 ‘플레이’ 리스트 – 동네의 숨은 콘텐츠를 찾아서, 어반플레이의 ‘쉐어빌리지’
슬기로운 동네생활 – 직주근접 동네 생활자, 심영규 주식회사 정음 대표
우리 동네에서 살아볼래요? – 블랭크가 만드는 공간, 동네, 지역

⑩ 오래된 동네를 밝히는 여덟 개의 풍경 –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
회현동 골목 어귀에 숨겨져 있는 동네 사랑방 – 여든다섯살 적산가옥의 새로운 쓰임 ‘회현사랑채’
서계동을 밝히는 색다른 시도 – 서울을 품은 마을카페 ‘청파언덕집’

 

‘쉐어빌리지’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You might also like

낡은 여인숙의 재탄생

[Place_case] ⑦ 아름다운 소생蘇生의 공간, 카페 '레레플레이'

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Uncommon Living] ⑦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

낡은 기술이 완성한 디자인 조명

[Uncommon Living] ⑥ 디자이너와 산업 장인의 상생 도모하는 아고

취향을 담아 고쳐낸 집

[Story] ‘이치 하우스’ 공간 이야기 #1

패브릭 아틀리에의 한 끗

[Uncommon Living] ⑤ 섬세하고 견고한 직물 제품을 만드는 일상직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