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집

[no more room] ②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가 지키려는 것
ⓒIKEA
에디터. 김유영  사진. 윤현기  자료. 이케아 코리아

 

환경을 둘러싼 크고 작은 목소리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한 기획 연재 ‘no more room’을 시작합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해 활용한 공간과 서비스, 환경에 관한 고유의 철학을 가진 기업과 브랜드, 업사이클링을 실현하는 크리에이터, 도시 생태를 고민하는 공공과 개인의 활동을 고루 담았습니다.
재생과 순환, 공존이라는 무거운 키워드보다는 ‘지구와 도시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① 도로 위 트럭 방수포가 어깨 위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②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가 지키려는 것
③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의 리모델링 이야기
④ 근대 양조장의 재탄생, ‘산양 양조장’
⑤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는 ‘알맹상점’

⑥ 새활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공의 움직임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⑧ 자연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끝)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 크든 작든 소비를 피할 수 없다면, 생산하는 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낳을 수 있을지도.
엘름훌트Älmhult라는 스웨덴 아담한 마을에서 시작해 50여 개국 세계인의 집 속으로 찾아온 이케아IKEA. 이들이 나아가는 모습은 그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

 

ⓒIKEA

 

2030
2030년은 이케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이케아는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 People & Planet Positive Strategy’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큰 변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이 초점을 두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자원순환 지원 및 기후변화 대응’, ‘공정하고 포용하는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재생 에너지 100% 사용, 폐기물 최소화, 전체 가구 배송 시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 등 구체적으로 설정된 목표가 눈에 띈다. 이는 이케아가 전 세계 수억 개의 가정에서 쓰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에서 비롯한다. 이케아가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0.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거대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만큼 이케아는 스스로 기후변화 위기에 맞설 기회와 막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나아가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길은 여러 갈래
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의 준말로,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라는 직함을 의미한다. 이케아는 지속 가능성을 비즈니스에서 간과할 수 없는 막중한 가치로 다루기 위해, 모든 국가 지사의 대표에게 CEO이자 CSO의 임무를 부여해 실질적 실천과 드러나는 성과를 요구한다. 세계에서 대륙, 대륙에서 국가, 국가에서 도시에 이르는 각각의 유닛은 지역 특성에 맞춰 지속 가능성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 방법을 촘촘하게 구성한다.
예를 들어 이케아 아시아 태평양은 2025년까지 매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이케아 코리아 고양점에서 태양광, 지열 시스템을 구축하고 물을 재사용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구체화되었다. 개별 매장 주도로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동부산점이 해양 도시 부산에서 바다가 갖는 중요성을 절감하고, 해양관리협의회와 협약을 맺어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 일례다.

 

이케아 고양점의 태양광 시스템 ⓒBRIQUE Magazine

 

소재
물건을 만드는 데는 필연적으로 재료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단한 이케아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재료를 재사용했거나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할 계획. 폐기된 소재를 다시 쓸 방법을 찾거나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신소재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는데, 버려진 페트병 25개를 재활용해 만든 주방 앞판 쿵스바카KUNGSBACKA, 사탕수수 원료로 만든 지퍼백 이스타드ISTAD 등이 그 결과물이다. 목재, 목화, 울 등의 재료를 말하자면 자연과 엮인 윤리적 문제도 살펴야 한다. 무분별한 벌목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전통적인 목화 재배에는 물과 화학비료가 다량 사용될 뿐 아니라 작업 환경 개선과 노동자 보호 등 농가 복지 이슈도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와 협력해 숲을 관리하고, 가능한 FSC 인증을 받았거나 재활용한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패브릭 제품에는 재활용 면을 활용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목화에서 재료를 얻고, 울은 모든 원산지를 추적해 농가와 양 떼의 복지를 관리한다.

 

페트병 25개를 재활용해 만든 주방 앞판 쿵스바카 ⓒIKEA

 

더 넓은 정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전부를 약화하는 쪽으로. 이케아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케아가 정의하는 지속 가능성은 자연환경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구를 위한 활동은 물론 모든 사람이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평등하게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이케아가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여성, 장애인, 노약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권리를 보장하며, 소수 민족과 난민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힘쓰는 이유가 거기 있다. 이케아를 운영하는 잉카 그룹은 2022년까지 여성과 남성에게 동일한 기회와 동일한 임금을 제공하고 모든 팀과 직책에서 성비를 50:50으로 맞춘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직원 대상의 교육과 모니터링 등 정책과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스토르스톰마 장바구니 ⓒIKEA

 

 

함께 만드는 미래

 

Interview. 벤자원 오마크 점장 · 정예진 CR & Sustainability 매니저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기업이 되는 것, 이케아가 전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이케아 코리아 고양점은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국내 최초로 ‘자원순환 허브’를 여는 등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점의 벤자원 오마크Benjawon Omark(이하 벤자원) 점장과 정예진 CR & Sustainability 매니저를 만나 소속 멤버가 바라보는 지속 가능 활동에 대해 물었다.

 

정예진 CR & Sustainability 매니저(왼쪽), 벤자원 오마크 고양점장 ⓒBRIQUE Magazine

 

점장님은 10년 이상을 이케아와 함께했어요. 어떤 기업이라고 생각하나요? 

벤자원 기본적으로는 홈 퍼니싱 브랜드예요. 이케아에서 일하는 내내 체감한 사실이 있어요. 이 기업의 모든 활동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비전이 있다는 것. 바로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생각이죠. 이것이 이케아가 열렬히 추구하는 가치이고,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이유는 모두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케아가 이 가치를 얼마나 오래도록 중요하게 여겨 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이는 기업이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미래 특정 시점에 기준 조건을 충족해야만 인증을 획득할 수 있죠.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차츰 RE100에 참여하는 추세인데, 이케아가 속한 잉카 그룹은 RE100의 초기 창립 멤버이자 선도기업입니다. 이에 발맞춰 고양점 역시 공사 단계부터 140억 원을 친환경 솔루션에 투자해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고양점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팀에 대해 말해 주세요.

정예진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중 지속 가능성에 더욱 관심 있는 멤버가 자원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환경, 기후변화는 물론 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한 지속 가능 이슈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죠. 관련 어젠다를 모아서 함께 계획을 짜고,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고객의 소리부터 내부 직원 이야기까지 두루 경청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고양점을 비롯해 기흥점, 동부산점이 친환경 빌딩 인증제 ‘브리암BREEAM’을 획득했다고요. 어떤 기준을 만족해야 하나요?

벤자원 브리암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친환경 인증 시스템이에요. 여러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그중에서도 재생 에너지 사용 여부와 폐기물 관리, 에너지 효율성 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고양점은 상위 두 번째 레벨인 ‘Very Good’을 획득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지속 가능한 빌딩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입니다.

 

국내 이케아 최초로 생긴 자원순환 허브는 어떤 공간인가요?

정예진 원래 이케아에는 ‘알뜰 코너’를 두고 전시·환불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쓸 만한 가구가 버려지고 새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발생하고 탄소 배출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 영향을 줄여보고자 만든 공간이었죠. 저렴한 물건을 판다는 인식을 넘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순환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 자원순환 허브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리뉴얼하면서 고객이 쓰지 않는 제품을 가져오면 이케아 기프트 카드를 제공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결합했어요. 이제 고객은 자신이 가져온 제품이 자원순환 허브에서 실제로 판매되어 새 주인을 만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그 순환을 실감하는 거죠.

 

ⓒBRIQUE Magazine

 

점장님은 태국의 이케아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 경험한 지속 가능성 정책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벤자원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이케아의 목표는 전 세계적으로 적용됩니다. 태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특히 다양한 삶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떠오르네요.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근처 지역에 사는 소수 민족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예품을 만듭니다. 이케아의 디자이너와 함께 그들을 만나 공예품 제작 방식을 배우고,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해당 제품의 대량 생산을 지원해 그들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사업이었습니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과 판매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한다고요.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벤자원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 사이클이라면, 이케아는 다시 순환하는 사이클을 만들려고 해요. 그러려면 디자인 단계부터 재사용해 만든 소재, 혹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채택해야겠죠. 공정과 포장 과정에서도 소재를 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요. 가격 역시 합리적으로 책정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정예진 세계 각지의 생산 공장에도 이케아의 기준을 적용해요. 가령 ‘이케아가 요구하는 평등함’이라는 조건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죠. 고객을 만날 때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설명해 드려요.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도록 하기 위해서죠. 코로나19 이전에는 고객과 워크숍 등 액티비티를 다양하게 진행했지만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입니다. 대신 매장 곳곳에 QR 코드를 비치해 그래픽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베터 리빙’ 애플리케이션 ⓒBRIQUE Magazine

 

일련의 활동이 모두 직원들이 진심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네요. 

정예진 많은 직원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에 공감하고 있어요. 이케아에서 개발한 ‘베터 리빙Better Living’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실천이 담겨 있어요. 기록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고요. 고양점 직원들의 점수가 국내 이케아에서 가장 높았답니다. (웃음) 실제 일상에서 비건 지향, 장애 인식 개선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동료도 많아요. 사내 직원 만족도 설문 조사에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항목은 무엇입니까?’를 묻는 항목이 있어요.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답변은 늘 상위에 랭크되곤 하죠.

 

옥상에서 지하까지, 지속 가능성 찾기

 

Editor’s tour. 에디터가 둘러본 이케아 고양점

자원순환 허브부터 폐기물 하역장까지, 이케아 고양점 곳곳을 오르내리며 실제로 구현된 노력을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각 분야에서 근무하는 여러 멤버를 만났는데, 직접 반영한 아이디어와 기계의 작동 원리를 막힘없이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가 단단하고 또렷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코워커들 ⓒBRIQUE Magazine
 
쇼룸

이케아에서 가장 익숙한 곳. 물건을 사러 방문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코너이기도 하다. 주방의 싱크대 상판은 폐목재와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한 소재로 제작한 것, 아래 서랍을 열면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칸이 있다. 조리하고 나온 쓰레기를 바로 분리 배출하기 쉬워 보였다. 쇼룸 곳곳에 붙은 초록색 ‘사람과 지구’ 태그에는 환경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식자재 진열장에 붙은 태그에는 보다 지속 가능한 음식물 소비 방법이 쓰여 있었다.

“방을 구경하듯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알아 가도록 설계했어요. 제품 정보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도록 말이죠.”인테리어 디자인팀 김진섭 코워커

 

ⓒBRIQUE Magazine

 

욕실 샤워기와 수도꼭지에도 싱크대 수전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케아의 수도꼭지는 사용만으로도 물 사용량을 40%가량 절감할 수 있는 절수형 제품이라고. 욕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목제 수납장은 습기에 강한 대나무로 만들었다. 대나무는 생장 속도가 빠르고 지속적으로 비료나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잘 자라 다른 수종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침실 이불 위에는 담요가 얹혔고, 침대 밑에는 러그가 깔려 있었다.

“보일러나 온풍기 등 난방 시설 가동만이 능사는 아니죠. 살짝 한기가 돌 때는 패브릭을 활용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요. 이불과 담요를 함께 덮고, 바닥에 러그를 깔아 찬 바닥을 바로 밟지 않으면 훨씬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어요.” – 인테리어 디자인팀 로지 코워커

 

지역 사회

이웃과 더불어 산다면 사회는 좀 더 지속 가능해진다. 벽면 한편에는 이케아 고양점의 다양한 활동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명현학교의 교실 인테리어를 지원하거나 의료진에게 간이침대를 기부하고, 낙후 지역 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등 분야가 다양했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겨요.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이나 다른 기업과 협력하기도 합니다. 발붙인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어요.” – 이케아 패밀리 박은주 스페셜리스트

 

ⓒBRIQUE Magazine

 

자원순환 허브

소비를 줄이겠다고 다짐했건만 자원순환 허브에 들어서자 눈이 번쩍 뜨였다. 쓸 만한 물건에 붙은 가격표의 가격이 퍽 저렴했기 때문. 다인용 소파와 옷장처럼 큰 가구부터 유리잔과 화병 등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품목도 다채로웠다. 가격표에는 이 제품이 자원순환 허브로 들어온 이유(포장 훼손, 전시 상품 등)가 쓰여 있어 참고할 수 있었다.

“자원순환 허브로 바뀌기 전 ‘알뜰코너’였을 때는 공간에 사용한 주된 컬러가 빨강이었어요. 리뉴얼하며 초록으로 변경해 지속 가능성 이미지를 더욱 살렸어요.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파는 코너에서,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고객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 고객 지원 쇼핑 경험팀 데이빗 매니저

 

리패키징 공간 ⓒBRIQUE Magazine

 

리커버리팀 홍세영 코워커의 안내로 자원순환 허브 뒤에 마련된 리패키징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다. 포장이 훼손돼 가치가 낮아진 제품의 규격을 재고 포장용지를 재단하는 장소였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포장 상자 덕분에 제품은 다시 정상 상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건의 수명을 늘리려고 노력해요. 저기 작은 부품과 나사가 정리된 수납장 보이시죠? 나사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물건이 버려져요. 그런 일을 줄이기 위해 여러 부속품을 보관해 두고 있어요. 별것 아닌 듯 보이는 노력으로도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고객들과 나누고 싶어요.” – 리커버리팀 홍세영 코워커

 

태양광

옥상으로 가기 전에는 안전 조끼를 입고 안전화를 신어야 했다. 형광 노랑 조끼를 입고 옥상에 올라서자 드넓게 펼쳐진 4,000여 개의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발전으로 얻은 전기 일부는 매장 내부에서 사용하고 일부는 외부에 판매한다. 고양점은 현재 태양광 발전으로 사용하는 전기의 5%가량을 얻지만 그 비중을 빠르게 늘려 갈 계획이다. 패널 사이사이엔 하수구처럼 뚫린 구멍이 있었는데, 이곳으로 빗물이 흘러든다고 했다. 빗물은 지하의 우수 탱크로 연결된다.

 

폐기물 하역장

폐기물 하역장이라는 명칭으로부터 상상한 이미지와 실제 공간은 사뭇 달랐다. 큰 쓰레기통과 콤팩터compactor(분쇄 압축기) 두 대와 베일러baler(뭉치는 기계) 한 대를 통해 폐기물이 정리되고 있었다. 분류한 쓰레기는 육면체로 단단히 압축해 컨테이너째 처리 업체로 보낸다.

“보다 재활용도가 높은 폐기물로 배출하기 위해 기계 설비에 투자했습니다. 이렇게 배출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단가를 높게 책정받아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부가 효과도 있죠.” – FM(Facility Management)팀 이서호 코워커

 

물 재사용 설비 구조도 ⓒBRIQUE Magazine
 
우수·중수 처리 시설

마지막으로 지하의 물 재사용 설비를 둘러봤다. 관리 인원만 진입할 수 있는 제한 구역은 살피기 어려웠으나, 이케아 고양점이라는 거대 건물 안 친환경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옥상에서 본 하수구를 통해 빗물이 지하의 우수 처리 탱크로 흐르고, 탱크에 모인 빗물은 화학 처리 없이 필터링만 거친 후 조경수로 사용한다. 화장실 세면대 등에서 쓰이는 물은 중수 처리 시설로 들어간다. 빗물만큼 깨끗하지는 않기 때문에 화학 처리와 필터링을 차례대로 진행한 후 변기용 물로 다시 사용한다고.

“이런 방식으로 전체 물 사용량의 30~40%를 절약하는 효과를 얻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빗물을 모아서 쓰는 일이 흔하잖아요.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큰 규모의 건물에서 제대로 적용할 경우에는 더욱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죠.” – FM팀 이서호 코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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