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말할 때

[Interview] 우경희, 장신우 건축주가 말하는 ‘구의본가’
우경희(왼쪽), 장신우 건축주 부부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집과 나의 시간 — ‘구의본가’ 공간 이야기
② [Interview] 우리가 집을 말할 때 — 우경희, 장신우 건축주가 말하는 ‘구의본가’

③ [Architects] 건축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 —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건축주 장신우, 우경희 부부는 구의동에서 만나 같은 동네에 줄곧 살아왔다. 도심의 구옥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매입해 리노베이션해 사는 일이 일종의 대안처럼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이들이 집을 고치겠다 결심했을 땐 다른 무엇보다 집과 동네를 향한 애정이 우선했다. 신우 씨와 신우 씨의 어머니, 그리고 경희 씨는 같은 골목을 지나 학교를 다니고 장을 보고 세탁소에 들렀다. 집과 골목에 쌓인 시간은 그토록 고유해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집은 부동산이기 전에 기억이 머무는 장소에 가까웠다. 한 개인을 이루는 공간, 기억, 가족, 그리고 역사. 집을 말할 때 두 사람이 들려준 것들이다. 어떤 자리에선 종종 낡아버린 이야기처럼 들릴지라도 누군가에겐 못내 중요한 이야기를 고친 집에서 나누었다.

 

우경희(왼쪽), 장신우 건축주 부부 ©BRIQUE Magazine

 

유년 시절을 보낸 집으로 돌아왔네요. 이 집엔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았나요?
장신우ᅠ기억하기로 일곱 살 때부터 취업하기 전까지 살았으니 꽤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누나도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지내다 결혼하고는 집을 떠났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혼자 이 집에서 지내셨어요.

 

다시 이곳에 돌아와 집을 고치겠다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장신우ᅠ취업과 결혼을 거의 동시에 하면서 직장 때문에 아내와 잠시 타지에 내려가 살았어요. 아내도 그 전까지는 구의동에 계속 지내온 터라 서울로 올라오면서는 다시 이 동네에 자리 잡고 살게 됐죠. 아파트, 빌라 등에서 주로 지냈는데 단독주택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더러 있었어요. 아이나 어른이나 안에서만 생활하게 되는 점이 가장 아쉬웠죠.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낡은 주택에 홀로 지내시는 게 마음이 쓰였어요. 주택은 점점 노후화되어 가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집을 고치는 게 큰일이다 보니 그저 덮어두고 사는 상태였던 거죠.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구옥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했을 거예요. 이 집 주변으로도 빌라가 많이 생기고 있던데요.
장신우ᅠ어머니를 설득할 때 세 가지 안을 드렸어요. 집을 팔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거나, 철거하고 빌라를 새로 짓거나 혹은 리노베이션을 하거나였죠. 어떻게 보면 매수가 가장 편한 방법이죠. 그 돈으로 이사를 가면 되니까요. 빌라를 짓는 것도 좀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세를 주고 돈을 벌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빌라를 지어 살면 다시 공동생활을 해야 하고 마당이 없어진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었죠. 어머니도 저도 오랜 시간 단독주택에 살아왔기 때문에 주택 생활에 익숙해진 면이 있었어요. 여기에 더해 리노베이션했을 때의 장점을 말씀 드리니 어머니도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를 선택한 이유는요?
장신우ᅠ리노베이션을 염두에 두고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기능에 충실한 리노베이션을 하는 업체는 많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니 기왕이면 예뻤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웃음) 동네에 구의살롱이라고 여기랑 비슷한 주택을 리노베이션한 집이 있는데, 건축가가 한 곳이라고 해서 연락을 했어요. 주택을 리노베이션하려 한다 이야기하니 이 정도 규모의 공사는 본인들이 잘 안 한다며 경험이 있는 후배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그 점에서 좀 놀랐죠. 거절해도 됐는데 관심 있게 살펴보고 소개까지 해 준 거잖아요. 그래서 팀 히치하이커 사무소 이경용 소장을 만나 미팅을 했어요. 집을 고치려는 이유와 방향에 대해 묻고 들어주고, 궁금한 점을 찬찬히 해결해 주어 믿음이 갔죠.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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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할 집에 대해 생각한 모습이 있었나요?
우경희ᅠ외관은 기존의 모습을 최대한 살렸으면 했어요. 집은 추억을 쌓아가는 곳이잖아요. 남편의 추억이 머무는 집에서 아이도 비슷한 추억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애초에 리노베이션을 결심한 이유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지였으니까요.
장신우 고치려는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죠. 아예 깔끔하게 기능 중심으로 개선하고 기존의 흔적은 덮어버리는 방향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양한 리노베이션 사례를 찾다 보니 문득 빨간 벽돌집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벽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남아 있잖아요. 그 자체로 우리가 지내온 시간을 담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빨간 벽돌은 일단 살려야겠다 싶었어요. 또 어머니나 저희나 분리된 생활이 편하니 공간을 적절히 구분하길 희망했죠. 그 방법으로 안에 있던 계단을 바깥으로 뺀 것이고요.

 

2층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에요. 생활하기에는 어떤가요?
우경희ᅠ있을 건 다 있어서 불편함은 없어요. 무엇보다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성해 만족도가 높아요. 저희는 생활하면서 따로 분리되기보다 함께 있기를 원했어요. 각방을 쓰거나 넓은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다 같이 머무를 수 있는 거실 같은 공간이 오히려 중요했어요. TV를 둘 자리는 없더라도 마주보고 이야기할 공간,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죠. 이 집에선 그 역할을 거실이 하고 있어요.
장신우 2층에 숨은 공간도 하나 있어요. 공사 과정에서 확인했는데, 지붕과 천장 사이로 작은 틈이 있더라고요. 그 공간을 살려 다락으로 만들었어요. 다락이 또 단독주택의 로망이잖아요.(웃음) 기존 집에는 없던 흥미로운 공간이 생긴 셈이죠. 친구들 놀러오면 괜히 한 번씩 데려가곤 해요. 웬만한 집에선 보기 어려운 구조니까요.

 

지금의 집에서 체감하는 생활의 변화가 있나요?
장신우ᅠ집을 고치면서 거실 창이 커졌어요. 그 덕에 마당에 있는 감나무가 더 잘 보이게 됐죠. 집과 함께해 40년 이상 된 나무인데 워낙 감이 많이 떨어져 공사 시작 전에는 베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남겨두길 잘했어요. 나무로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거든요. 눈 오는 날이면 나뭇잎 위로 눈이 쌓이고 봄이 되면 초록 잎사귀로 바뀌어요. 이전보다 안에서 밖을 자주 내다보게 됐어요.
우경희ᅠ남편도 저도 이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이웃이 많아요. 저희가 이 집에 사는 걸 주변에서 다 아는 거죠. 그러니 더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내부 관리뿐 아니라 외부까지도 특히 더 신경을 쓰게 돼요. 공동주택에 살 때는 관리가 온전한 내 소관이 아니니 지금만큼 철저하진 않았어요. 내가 버린 게 확 눈에 띄고, 관리를 안 하면 또 고스란히 눈에 보이니 괜히 한번이라도 더 쓸고 닦고 부지런히 노력하게 되는것 같아요. 

 

구의동 주택이 만든 ‘집’에 대한 단상이 있다면요.
장신우ᅠ집이라는 장소에서 기억이 이어진다는 게 새삼 귀하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 집을 고치려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생각은 못 했는데, 지내면서 드문드문 옛 기억이 나더라고요. 어릴 때 했던 놀이, 가족이 모여 이야기 나눈 자리, 심지어는 어느 방에서 어떤 걱정을 했는지까지 떠오르곤 해요. 어머니의 기억과 제 기억이 만나 추억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제 기억이 아이의 시간과도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건 아마 이 집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우경희ᅠ집을 고치면서 관계가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가족 모임을 하면 넓고 편하다는 이유로 주로 아파트에 모였어요. 거기서 아이들은 TV를 보고, 각자 방에서 놀고, 밥 먹을 사람은 알아서 먹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흩어지는 식이었죠. 여기로 이사 오고부터는 마당이 생기고, 그리 넓진 않아도 도란도란 모여 앉아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거실이 생겼어요. 사소한 듯 보이지만 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죠. 그러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가져왔던 어떤 심리적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기도 해요.

 

©BRIQUE Magazine

 

‘다음 집’도 생각하고 있나요?
우경희ᅠ저는 여기 계속 살고 싶어요. (웃음)
장신우ᅠ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은 했어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1층을 쓰게 될 수도 있고, 아이가 커서 결혼하면 내려와 살기도 할 테죠. 지금은 이 집이 워낙 마음에 들어 누구에게 빌려준다는 상상은 못 하겠어요. 저희가 계속 잘 쓰고 싶어요. 그다음에는 아이가 물려받아 나름의 방식으로 잘 이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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