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세계를 여행하는 방법

[Architects]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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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집과 나의 시간 — ‘구의본가’ 공간 이야기
② [Interview] 우리가 집을 말할 때 — 우경희, 장신우 건축주가 말하는 ‘구의본가’

③ [Architects] 건축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 —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안내서 역할을 자처한다. 무릇 건축이란 발맞춰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일이므로. 우연히 만나 동행하든, 히치하이킹을 하든 히치하이커가 되든 같은 여행자로서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법론으로는 디자인빌드를 목표로 공간의 질과 건축물의 미학적, 기능적 조화를 추구한다.

 

이경용 팀 히치하이커 건축사사무소 소장 ©BRIQUE Magazine

 

사무소 이름이 흥미로워요. 어떻게 만든 이름인가요?
2017년 사무소를 개소했는데, 너무 뻔한 이름은 지양하려 했어요. 흔하지 않은 이름을 고민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영국 SF소설을 떠올렸죠. 워낙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소설이 주는 유쾌함과 미래적인 느낌이 좋아 따온 이름이에요. 우리의 작업이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고요. 또 건축은 주로 팀으로 하는 작업이니 팀 히치하이커가 됐죠.

 

‘디자인빌드’라는 작업 방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건축은 사실 다 디자인빌드하는 작업이에요. 쉽게 말해 내가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다는 얘기죠. 실제로 설계자가 A부터 Z까지 담당하긴 어렵지만, 디자인을 잘 구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가 커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프로세스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구현에 방점이 찍혀 있죠. 건축은 설계만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시공 과정에서도 일종의 해석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 해석까지 설계자가 하는 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기술적이고 구축적인 것,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 개인적인 관심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에서 한층 확장된 단계의 디자인빌드를 지향하는 것이죠.

 

구의본가에서도 설계와 시공을 도맡아 했죠.
개소하기 전에는 시건축이라는 사무소에서 근무했어요. 주로 고급 주택들, 민간 미술관을 설계하는 사무소였는데 거기서 주택 설계를 담당하면 시공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야 했어요. 저는 설계자고, 시공을 배운 적이 없는데 입사하자마자 그렇게 일하는 법을 배워야 했죠. (웃음)그 후로 시공을 놓지 않고 작업해 왔어요. 디자인도 계속 했지만 현장을 모르면 사실 도면이 그저 그림에만 그칠 때가 많거든요.
그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어요. 구의본가는 에스티피엠제이stpmj 이승택 소장이 건물을 먼저 살피고 시공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제게 건축주를 소개해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구옥 리노베이션인 만큼 설계와 시공을 함께하는 작업이 필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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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동 주택을 처음 마주하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구의동 일대에서 드물지 않게 볼 법한 집이었어요. 오래된 주택이었으나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낡은 상태는 아니었죠. 내부 공간은 레트로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옛 모습을 잘 보존한 벽지, 구조 같은 것이 눈에 띄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살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건축주가 실내에서 바란 점은 명확했죠. 모던하고 깔끔한 정리를 원했어요. 그렇게 외관은 살리고 내부는 비우는 콘셉트로 계획을 구상해 나갔어요.

 

새로운 담장과 수평의 띠로 정리된 파사드가 인상적이에요. 지나가는 길에 얼핏 보면 신축인지 리노베이션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중요한 입면은 전면도로 쪽이었어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주요 도로에서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입면이 주는 인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주택 주변을 둘러보면 필로티 주차장과 대략 2층부터 시작되는 반복되는 창이 거리의 풍경을 이루고 있어요. 여기에 수평의 띠가 더해지면 새로운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다고 봤죠. 길게 펼쳐진 파사드는 공공건축 혹은 큰 빌딩에서나 볼 법한 것이잖아요. 대지 길이만큼의 수평선을 만들면 어떤 경계가 생겨나 그 자체로 거리에서 차별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혼자 너무 다르면 안 되니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했고요. 담장을 만들면서 튀어나와 있는 처마를 함께 정리하고 면들을 다시 미장해 결을 정돈하는 과정을 거쳤죠. 외벽 메지 작업을 다시 하기도 했어요.

 

기존 주택에선 1층과 2층이 내부 계단을 통해 연결됐으니 2층엔 현관과 대문이 따로 없었겠네요?
2층으로 드는 외부의 문은 테라스로 연결된 쪽문이 유일했어요. 굳이 1층과 같은 위치에 대문을 만들 필요는 없어 여러 방향을 생각했죠. 하지만 문을 두기 적절한 다른 자리도 없을뿐더러 전체적인 구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생길 것이 우려됐어요. 면적 증가가 가능한 선에서 대문과 현관을 위한 통로를 확보했죠. 그러니까 입면에서 아치형 창이 있는 부분은 원래 외부에 해당하는 공간이었어요. 그곳을 늘려 현관으로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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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도 무척 환하고 아늑하게 바뀌었어요. 원래는 나무들로 빼곡했는데요.
기존에는 담장 주변으로 화단이 있었고, 나머지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어요. 허가를 진행하면서 주차장을 만들고 남은 부분을 활용해 화단과 마당으로 정리했죠. 감나무가 계속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무 쪽 흙은 크게 건드리지 않고, 그 근처로 모래를 두고 돌을 깔아 조경 공간이자 아이가 놀이터에서처럼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반대편에 있던 수돗가도 모래와 가까운 곳으로 옮겨 놀이를 마치고 아이가 발을 씻고 들어가기 편하게 했죠. 동시에 화단 쪽으로 물을 주기도 편리해졌어요.

 

감나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안쪽으로 작은 매화나무가 하나 있더라고요.
흥미롭게도 이 일대 단독주택들을 보면 감나무가 일관되게 심어져 있어요. 그 당시 건축업자들이 심어준 것일 텐데요. 구의본가의 경우 감나무가 집을 품고 있는 형태예요.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겠지만 집에서 꽤나 인상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나무거든요. 바깥을 내다보았을 때의 시야를 고려해서도 한 그루쯤은 남겨두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여기에 거리를 두고 백매화 한 그루를 더 심었어요. 아이가 이 집에 들어온 때를 기억하려는 뜻에서요. 아이 아버지가 어렸을 때 심어둔 감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것처럼 백매화는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라갈 테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요?
건축주를 얻었죠. (웃음) 농담 반 진담 반인데요. 건축주와 관계가 친밀하다고 해서 설계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해요. 앞서 말한 ‘같이 간다’는 것이 그 의미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건축가가 방향과 방법을 제안하면 함께 판단하고 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죠.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게 잘 됐던 것 같아요.
지금껏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제 나름의 기준이나 예측하는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어요. 기존과 다르게, 또는 어울리게 콘셉트를 구성하는 원칙들이 있었죠. 구의본가는 신축이 아님에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의미가 컸어요. 리노베이션을 통해 비로소 더해진 가치나 아우라가 있었달까요. 구옥이니만큼 내부를 개선하는 과정에도 물론 충실했지만, 외관으로도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리노베이션은 어떤 면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건축가의 의도와 본래 건물이 어우러질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파악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결국은 그게 묘미일 수 있는 거죠. 구의본가는 바로 그 점을 깨닫게 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구의본가’  전체 이야기를 담은 <브리크brique>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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