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만큼 다양해지는 삶

[Story] 마이세컨플레이스가 말하는 ‘듀얼라이프’
©BRIQUE Magazine
에디터. 정경화  사진. 신병곤, 윤현기  자료. 마이세컨플레이스

 

두 번째 집, 두 번의 삶 — 집의 취향을 찾는 여정
② 나누는 만큼 다양해지는 삶 — 마이세컨플레이스가 말하는 ‘듀얼라이프’
이 가족이 주말을 보내는 법 — 조영표, 한지은 마이세컨플레이스 2호 노픈집 멤버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두집살이를 평범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이들이 있다. 듀얼라이프를 위한 공간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마이세컨플레이스다. 박찬호 대표, 박우린 CPO, 한보혁 COO는 다양한 공간 상품을 만들고 유연하게 선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간을 경험한 이들이 듀얼라이프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 말한다.

 

(왼쪽부터) 마이세컨플레이스 박찬호 대표, 박우린 CPO, 한보혁 COO ©BRIQUE Magazine

 

세 분은 어떤 계기로 이 사업에 의기투합하게 되셨나요? 각각 어떤 일을 맡고 계세요?

박찬호 원래는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였어요. 예전에 우린 님과 국가지원사업을 협업하면서 듀얼라이프라는 가치에 둘 다 크게 공감했어요. 그러다 2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저는 사업을 총괄하고, 우린 님은 상품과 마케팅을, 보혁 님은 운영과 연구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상품이라면 공간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박우린 공간 외에도 거래와 운영 솔루션인 IT, 듀얼라이프를 알리는 콘텐츠를 모두 합쳐 상품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공간 자체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다음의 일이 더해진 거죠. 완성된 공간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살피면서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 이곳을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박찬호 이곳은 사용을 전제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완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환경을 살피고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집을 원격으로 관리해야 해서 IoT 기술과 접점이 많고, 예약 시스템을 비롯한 운영은 개발의 영역이라 웹 개발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간 것이었는데, 어느새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앉은 그들. ©BRIQUE Magazine

 

세컨드하우스의 개발부터 공급, 운영과 관리까지 총괄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박찬호 공유경제 상품은 여럿이 나눠 쓰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상품을 개발한 팀이 직접 운영해야 해요. 세상에 없던 상품이라 시간이 걸리고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과정을 총괄하려 합니다. 지금은 시공만 빼고 전부 저희가 하고 있는데, 심지어 시공사를 세우자는 이야기도 해요. (웃음)

 

세 분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듀얼라이프를 살아 보았다고 하셨어요. 왜 듀얼라이프를 택하게 되셨나요?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 점이 좋았나요?

박찬호 저는 신혼집이 세컨드하우스였어요. 금요일에 퇴근하면 신혼집으로 가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회사로 출근했죠. 운동이나 요리 같은 취미 생활을 할 요건이 잘 갖춰지니 주말을 온전히 집에서만 보내도 굉장히 편안하더라고요. 마치 맞춤복을 입었을 때처럼요.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고 오롯이 누리는 경험을 하면서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 한번 해보면 원하는 사람이 많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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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린 저는 직장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공주와 서울을 오가다가 얼렁뚱땅 두집살이를 시작했어요. 막상 지내보니 지금까지 살았던 집 중에서 가장 쾌적해요. 심지어 전에 살던 서울집보다 훨씬 저렴한데 말이죠. 서울에서는 집이 곧 자산가치로 읽힙니다. 하지만 공주에서는 그 개념에서 해방되어 사용 가치만큼만 지불하고 쓸 수 있었어요. 그 결과 서울에서는 두 번째 공간을 가질 수 없지만, 지방에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장기적으로는 서울에서도 여럿이 공유하면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거고요.
한보혁 저는 캠핑이나 낚시 같은 야외 활동이 취미에요. 제게 두 번째 공간은 집이 아닌 곳에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새로운 장소를 항상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첫 번째 아이템인 너른집과 노픈집은 시골집의 장점인 자연이나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지만, 저처럼 야외 활동이 목적인 사람은 넓은 부지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소를 나눌 기반을 만드는 것이 듀얼라이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걸 저희가 하는 거죠.

 

그렇다면, 첫 번째 공간 상품으로 세컨드하우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박우린 가장 보편적이어서예요. 아직 두 번째 공간에 대한 시장은 제대로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 그중 이름이라도 붙여진 것은 세컨드하우스가 유일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집이 민감도가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체류 시간도 가장 길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행위를 다 담고 있어요. 만약 집이 상품화된다면 다른 공간은 거기서 기능을 덜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봤어요.

 

뒷마당에서 바라본 세컨드하우스 1호 너른집과 2호 노픈집 ©Shin Byeonggon

 

지금이 세컨드하우스의 적기라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박우린 독일의 중소 도시에는 집에서 도보로 10~30분 정도 걸리는 외곽에 자그마한 농막과 농장이 밀집해 있어요.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라고 국가 차원에서 식량 자급을 목표로 조성했던 장소인데, 지금은 주말주택으로 아주 활발하게 쓰여요. 독일뿐 아니라 러시아, 영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공간을 원한다는 걸 느꼈어요. 한국은 후발 선진국이기 때문에 지금이 그 타이밍이 아닐까 해요. 듀얼라이프를 지속할 심리적 여유와 자본을 갖춘 시점이 된 거죠.
박찬호 그 시그널이 발현된 것이 농막이에요. 2021년에만 3만 8천 채가 신축됐는데, 그중 대다수는 세컨드하우스입니다. 상품이 없다 보니 불법을 자행하면서 짓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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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숫자 이야기를 해볼게요. 세컨드하우스는 각각 5분의 1로 나누어 소유합니다. 이 숫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해졌나요?

박우린 세컨드하우스에 대해 설문을 해보니, 연간 사용 일수를 60일 정도라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용하는 셈인데, 주말에 사용이 집중되는 것을 고려하면 5분의 1 정도가 적당할 것 같더라고요. 사용자가 크게 예약 경쟁을 겪지 않고 쓸 수 있으면서 운영 효율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숫자라고 봤어요.

 

5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결정되었나요?

박찬호 세컨드하우스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군 가격을 검토해 결정했어요. 활발히 쓰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 기준을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부동산 매입 비용과 설계, 시공 비용이 포함돼 있고, 운영관리비는 소유주분들이 매월 지불합니다.

 

처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박찬호 구입 가격은 정해져 있고, 판매 가격은 나중에 소유자가 각자 결정합니다. 매수자가 나타나면 거래가 성사되고요. 가격은 시장이 정하는 것이니 수익이 발생할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아직 처분 단계를 거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분인데, 우선은 1~2년 뒤즈음 현재 소유자가 처분하고 싶을 때 대기자가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너른 마당이 펼쳐져 있는 노픈집 ©Shin Byeonggon

 

세컨드하우스는 충청남도 공주에 자리해 있어요. 이 지역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나요? 

박우린 수도권에서부터 시작했는데, 5천만 원이라는 비용에 맞는 지역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웃음) 수도권에서 차로 2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지역 중에서 가격이나 매력이 저평가된 곳을 찾았습니다. 자연을 떠올리면 대부분 강원도만 생각하는데, 충청도도 꽤 훌륭해요. 산세가 아름답고 서해가 가까워 바다를 보기에도 좋습니다.
한보혁 공주 외에 저희가 고려했던 지역도 대부분 충청남도입니다. 서산이나 논산, 예산, 보령, 태안 같은 곳이요. 강원도나 경기도는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 외에는 수요가 없는데, 충청남도는 주변에 세종시나 대전 등의 대도시가 있어 잠재력이 큰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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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집과 노픈집은 총 다섯 가구가 이용하고 있어요. 이들 가족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면요.

박우린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이고,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 한다는 점,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새로운 상품을 먼저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얼리어답터라 할 수 있겠고요. 취향에 기꺼이 소비를 하는 분들이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관심이 많아요. 새로운 곳에서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요. 두 가구는 이런 분들이세요. 

 

그분들은 이곳에서 어떤 삶의 모습을 그리셨나요? 실제로는 어떻게 이용하고 계세요?

박우린 너른집의 소유주는 대전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가족이에요. 이제 막 걷는 아기가 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을 자유롭게 경험하기를 바라셨어요. 그리고 남편분이 요리를 좋아해서 지인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공간을 갖고 싶어 하셨고요. 첫 번째 집에서도 취미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아이 매트가 깔려 있고 장난감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삶의 터전보다는 모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한적한 공간이 필요했던 거죠.
박찬호 노픈집의 소유주는 일곱 살 쌍둥이 남자아이가 있는 가족입니다. 아이들은 겨울에도 잔디밭에 누워서 그림 그리고, 고드름으로 칼싸움하면서 놀아요. 아내분의 이야기 중 좋았던 것이, 쌍둥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남편과의 관계는 늘 육아 메이트였는데, 여기에 오신 뒤로 연인 시절처럼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밤에 대화를 나눌 시간이 생기고, 아이들도 마당에서 노니까 신경이 덜 쓰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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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하우스의 이용 규칙이 있나요? 공유 공간이기 때문에 생겨난 특이한 규칙이 있을 것 같아요.

박찬호 자기 것을 쓴다는 것이 좀 특이하달까요. 침대 밑에 마련된 개별 수납공간에 각자의 침구류를 보관해 두고 사용해요. 식기도 기본 아이템 외에 와인잔처럼 취향을 타거나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은 각자 쓸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제공합니다.
박우린 유일하게 각자의 수납이 섞이는 장소가 냉장고예요. 사실 냉장고도 다섯 개를 넣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칸을 구획하고 스티커로 표시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더라고요. ‘콜라 마셔서 더 큰 거로 사뒀어요. 청 담갔는데 탄산수에 넣어 드세요.’ 같은 메모가 붙어요. 사용자 간에 접점이 생기지 않을수록 피로도가 낮아질 거라는 생각에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결국 커뮤니티를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한보혁 커뮤니티라 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굉장히 느슨한 사이다 보니 오히려 잘 작동합니다. 서로 만나지 않으니까 좋은 이미지만 남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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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짐을 계속 두거나 가구의 위치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고 서로 조율해야 해요. 소유주분들이 이런 부분을 불편해하지는 않나요?

박우린 처음에는 ‘집을 이렇게 바꿔도 되나?’이던 것이 점점 ‘같이 하자고 하면 되는구나’로 바뀌고 있어요. ‘이번 봄에 같이 텃밭 만들어요. 어디다 할까요?’ 같은 이야기도 하시고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누고 싶은 것은 조금씩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해요. 운영과 별개로 커뮤니티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늘 고민합니다.
한보혁 관점을 조금 바꿔서 보면, 무언가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컨드하우스는 첫 번째 집에서 기능을 덜어낸 집이거든요. 그런데 홀로 소유하다 보면 결국 짐이 쌓입니다. 생활 집기가 자리한 곳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이곳은 규칙이 있으니까 첫 모습이 유지되는데,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집과 다르게 뭐가 없어서 여기가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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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박우린 부동산이나 매물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캠핑카는 자산보다는 캠핑을 위한 수단에 가깝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집도 목적자산이 아닌 수단 자산이어야 하는데, 부동산으로 보는 순간, 이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요.
한보혁 공간에 기반을 둔 상품이기도 하고, 라이프스타일에 지역이나 입지가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부동산이라는 개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운영과의 결합이 필수입니다. 듀얼라이프를 하기 위한 수단, 사용하는 상품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려움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한보혁 두 번째 집에서 지내보면 단순히 바비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 알리는 것이 숙제예요. 두 번째 삶을 갖는 것이 정말 좋은 경험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그다음에 소비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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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우고 계신 목표가 있나요?

박우린 내가 사용하는 가치만큼 지불하고 순수하게 즐기는 공간을 상품으로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저는 이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더 많은 이들이 두 번째 공간에서 해방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공주에서의 저처럼 말이죠. (웃음)
박찬호 저는 해방감까지는 안가더라도 평범한 사람들도 두 번째 공간을 갖고 살아가는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도록 돕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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