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이 주말을 보내는 법

[Story] 조영표, 한지은 마이세컨플레이스 2호 노픈집 멤버
©Hyeonki Yoon
에디터. 정경화  사진. 윤현기

 

두 번째 집, 두 번의 삶 — 집의 취향을 찾는 여정
나누는 만큼 다양해지는 삶 — 마이세컨플레이스가 말하는 ‘듀얼라이프’
③ 이 가족이 주말을 보내는 법 — 조영표, 한지은 마이세컨플레이스 2호 노픈집 멤버


 

부부는 일곱 살 쌍둥이 아이들과 보내는 더 나은 주말을 꿈꾸며 부지런히 세컨드하우스를 찾았다. 때마침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노픈집은 여행의 비일상과 집의 안정감이 공존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들에게 마이세컨플레이스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일부다. 확신이 들어서라기보다 정답이 아니어도 좋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어느 유튜버의 말처럼, 꼭 정답이 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에 행복이 있다고 여겼다.

 

조영표, 한지은 마이세컨플레이스 멤버 가족 ©Hyeonki Yoon

 

신록의 계절이어서인지 마당에 온통 초록이 가득해요. 이곳엔 주말마다 오나요?

한지은ᅠ한 달에 두 번 정도 오고, 이번에는 한 달만에 왔어요. 처음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할 때만 해도 주말마다 올 줄 알았는데 쉽지 않네요. 지난번에는 잔디가 없었는데, 지금은 엄청 자라서 온통 초록빛입니다.

 

두 분 모두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다고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지은ᅠ대학교에서 만나 9년 동안 사귀고 결혼해, 지금은 일곱 살 된 쌍둥이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부입니다.
조영표ᅠ둘 다 미술을 전공해서 아내는 청주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저는 청주와 세종시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Hyeonki Yoon

 

첫 번째 집은 어떤 곳인가요?

한지은ᅠ청주에 자리한 숲세권 아파트에요. 워낙 숲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으면 해서 자연과 가까운 곳을 부지런히 찾았는데, 산을 끼고 있는 배치라 최적의 조건이었어요.

 

그곳에서의 평소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조영표ᅠ평일에는 그야말로 육아 전쟁입니다. 출근과 아이들 등원, 퇴근과 하원을 반복하며 정신없이 5일을 보내고, 주말에는 대부분 여행을 떠나요. 이 집이 생긴 후로는 여기에만 올거라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네요.

 

두 분 모두 여행을 좋아하나 봐요.

한지은ᅠ원래도 좋아했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 훨씬 많이 가게 됐어요. 공간이나 렌트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스테이도 부지런히 찾아 다닙니다. 저에게는 어느 지역에 가는지만큼이나 어디에서 머무는지도 중요하거든요. (웃음)

 

©Hyeonk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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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픈집에서의 생활은 한곳에 머문다는 점에서 여행이지만 일상에 더 가깝습니다. 그동안의 여행과는 무엇이 달랐나요?

한지은ᅠ여행지에 갈 때는 마음이 비장해요. 짐도 엄청 꾸리고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반면, 노픈집은 고정된 장소다 보니 아무래도 안정감이 있어요. 짐도 보관할 수 있고 남편과 따로 이동해도 유연하게 맞출 수 있죠. 또 아이들도 이곳을 잘 아니까 ‘이번 주에 공주집 갈 거야’ 하면 ‘핑크뮬리 놀이터 가자. 시장에 가자’ 같은 의견을 내기도 하고, 뭐하며 놀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요.

 

정말 제2의 집이네요. 세컨드하우스 생활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지은ᅠ저만의 육아 방법인데, 평소 산에 자주 갔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고 저도 생각할 여유가 생기거든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시골에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죠. 사실 저희 집도 산에 있는 데도요. (웃음)

 

일상을 영유하는 집과 거기에서 벗어나 있는 집은 또 다르니까요.

한지은ᅠ맞아요. 문만 열면 초록 초록 자연이 보이는 데도 일상에 사로잡혀 있으니 즐길 수가 없었어요. 집 안에 있으면 할 일이 넘치는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세컨드하우스가 좋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지금의 세컨드하우스가 꽤 오랫동안 꿈꿔온 생활이었겠어요.

한지은ᅠ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을 찾아 보고 동네 탐방도 하면서 2~3년 동안 여러 집을 봤어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시골집이 한 채 생겼는데 관리나 예산 같은 이유들이 발목을 붙잡더라고요.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던 차에 SNS에서 마이세컨플레이스 오픈 투어 광고를 발견했어요. 작년 가을쯤 드라이브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그만 홀려버렸죠.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추억을 산다는 마음으로 계약했습니다.

 

나누어 소유한다는 것이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라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을 것 같아요.

한지은ᅠ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마이세컨플레이스가 믿을 만한 회사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회사 정보를 검색하거나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면서 나름의 검증 절차를 거쳤습니다. 계약하기까지 꽤나 고민을 했었죠.
조영표ᅠ저는 부정적이었어요. 온전히 저희가 소유한 집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제약이 있을 것 같았고, 같은 비용이라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Hyeonki Yoon
 

그런데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어요?

조영표ᅠ결정적인 건 공간이었어요. 마당이 넓고 집이 좋았어요. 또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워낙 즐거워하니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원할 때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는 점, 집과 가깝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세컨드하우스에 대해 미리 정해 둔 조건이 있었나요?

조영표ᅠ장인, 장모님이 전원주택에 살고 계셔서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어려움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주객이 전도되지 않으려면 무조건 우리의 손이 닿는 작은 규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산은 집 구입과 리모델링, 집기를 포함해 1~2억 정도 예상했습니다.

 

©Hyeonki Yoon

 

실제로 살아 보니 어땠나요?

한지은ᅠ일단 공기가 정말 맑고,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전원주택이어도 집이 넓으면 중문을 지나 무거운 대문을 열어야 하는 등 오가는 과정이 복잡한데, 이 집은 단출한 공간이라 간편해요. 밤에 바비큐를 하다 추우면 잠깐 집에 들어와 쉬었다가, 다시 나가기도 하고요.
조영표ᅠ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는 사실이 주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생각의 불편함이었더라고요. 다른 소유주와 마주칠 일이 없어요. 또 저희가 관리할 일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 달이 지나고 와도 떠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Hyeonki Yoon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요.

한지은ᅠ예약을 해야 하고 다른 소유주와 겹칠 수 있다는 점이 때로는 아쉬워요. 날씨 좋은 주말처럼 모두가 오고 싶은 시기에는 어느 정도 양보도 해야 하고요. 하지만 그만큼 예산을 절약했으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영표ᅠ작은 집이다 보니 손님을 초대하기 어렵다거나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 직접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서 느끼는 소소한 아쉬움이 있어요. 불편한 정도는 아니고, 아쉬운 점은 나중에 직접 지을 때는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기도 해요.

 

맞아요. 가격은 5분의 1만큼만 지불하면서 생활은 해보는 것. 연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을 것 같아요.

한지은맛보기 같은 거죠. 구입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마이세컨플레이스 대표님이 큰돈 들여 전원생활을 시작했다가 막상 맞지 않아서 후회할 수도 있으니 체험한다는 마음으로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점이 와닿았어요.

 

©Hyeonki Yoon

 

이제 노픈집에서의 생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볼게요.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나요?

조영표ᅠ일반 예약 10회, 연휴 예약 2회, 그리고 잔여 예약까지 세 가지 방식으로 연간 70일을 이용해요. 일반 예약은 예약일로부터 일주일 이후의 날짜를 예약하는 것으로, 횟수를 차감하고요. 일주일 내에 예약하면 잔여 예약이 됩니다. 연휴는 다들 오고 싶은 시기이니 각자에게 두 번씩 기회를 부여해요. 일 년에 열두 번의 우선 예약권이 있는 셈이죠.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미리 예약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잔여 예약을 이용해요. 항상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계산이 필요합니다.
한지은ᅠ입실과 퇴실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해요. 오후 3시에 입실하고 다음 날 오전 11시에 퇴실하는 숙박의 개념이 아니라 훨씬 자유로워요. 퇴실할 때는 정리하고 퇴실 버튼을 누르면 청소와 관리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공간 이용 매뉴얼이 있는데, 원래 모습으로 정리하는 정도라 크게 불편함은 없어요.

 

하나의 집을 모르는 누군가와 나눠 쓴다는 것이 흔치 않은 경험이었을 텐데, 막상 살아보니 어땠나요?

한지은ᅠ냉장고에 보관하는 물품은 스티커로 각자의 소유를 표시하는데, 공유해도 괜찮은 것에는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요. 저희도 나눠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스티커를 붙여 두는데, 주는 기쁨이 꽤나 뿌듯하더라고요. 반대로 참기름이 필요할 때 분홍색 스티커가 붙은 참기름을 발견하면 너무 기쁘고 고맙죠. 공유 시스템의 소소한 장점입니다.

 

©Hyeonki Yoon

 

노픈집에서의 일과는 어때요?

조영표ᅠ놀고 먹고 쉬는 것에 집중합니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뒹굴고 모래놀이도 하면서 정말 하루 종일 놀아요.
한지은ᅠ평일에는 함께 사는데도 너무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데, 이곳에 오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요. 학원은 잘 되고 있는지, 요즘 일하면서 어떤지, 평소에 못 했던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Hyeonk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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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 집을 어떤 곳이라 느끼고 있나요?

한지은ᅠ아직 우리 집, 남의 집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냥 공주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강원도에 할머니집이 있었는데, 어릴 때 밤에 자려고 불 끄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이 집이 그런 장소로 기억될 것 같아요. 논밭을 뛰어다니거나 시냇가에서 우렁을 발견하고 풀을 관찰하는 일들이 이제 아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되다 보니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귀한 추억입니다.

 

©Hyeonki Yoon
 

다른 집으로 옮길 생각도 있나요?

조영표ᅠ청주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 마이세컨플레이스의 다른 세컨드하우스가 생긴다면 가장 좋고요. 아예 저희가 작은 규모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그 집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한지은ᅠ너무 크지 않으면서 마당이 넓고 툇마루가 있는 집이었으면 해요. 마을에 외딴섬처럼 있기 보다는 동네와도 관계 맺는 집이었으면 좋겠고요. 말하고 보니 딱 이 집이네요.

 

©Hyeonk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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